구글 지역 애널리스트 : 배수정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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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미국에서 일하거나 공부해보고 싶다고 생각하신 때
#진로나 삶의 멘토
#IT부문에서 일하고 싶다면?
#하고 계신 일을 추천해주신다면?
#뉴욕 구글 환경의 우수한 점
#지금 행복하신가요?
#처음으로 미국에서 일하거나 공부해보고 싶다고 생각하신 때
#처음으로 미국에서 일하거나 공부해보고 싶다고 생각하신 때
미국은 아버지께서 미국 주재원으로 발령을 받으셔서 중2부터 고2까지 있었어요. 감사하게도 한국, 대만, 미국에서 초/중/고를 보낼 수 있었네요. 또 연세대에 들어가기 전부터 교환학생 제도에 대해 들어 알고 있었고, 당시 유행했던 미드의 배경이 LA여서 꼭 그곳에 가고 싶었어요. 1 지망부터 3 지망까지 모두 UC계열의 대학만 썼는데 다행히 1 지망이었던 UCLA가 되어서 대학에 붙을 때만큼 기뻐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곳에서 1년 동안 전공과 상관없는, 내가 관심 있는 심리학, 사회학, 교육학 등 유명한 교수님들이 하는 수업을 골라 들었어요. 학생 모두 수업 후 기립박수를 치는 잊지 못할 수업과 교수님들이 있었고, 학기가 끝나고 나에게 꼭 필요한 책을 선물해 주는 교수님도 있었고, 대가 없이 도와주는 순수하게 열정이 넘치는 조교들과 학생들이 있었고요. 할 수만 있다면 그곳에서 졸업을 하고 싶을 정도로 그곳의 공부 환경이 좋았어요.
수정 님께서 중어중문학과를 선택하시기 전에 미국 경험이 있으셨다니 또 다른 놀라운 점이긴 했다. 그래도 환경의 영향보다 더 놀라웠던 점은 그 이후 수정 님의 원동력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끊임없이 배우실 수 있으셨을까? 다양한 문화권을 어려서부터 경험해온 성장 환경 덕분도 있었겠지만, 수정님은 대학교에 들어와서도 안주하지 않고 또 기존 학과에서는 배울 수 없던 것들을 배우러 새로운 환경을 찾아 나섰다. 단지 ‘외국에서 살다 왔어’라는 경험을 훈장처럼 지닌 사람이 걸어올 수 있는 경로는 아니다. 또한 그 수업들에서 수정 님은 새롭고 감사한 인연들을 만나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진로나 삶의 멘토
업계에 존경하는 분들이 있어 이직 때마다 상담을 하고 조언을 받고 있고요, 업무와 관련해서도 같은 회사나 업계에 있는 친한 선배나 동료들과 얘기를 나누며 도움을 받고 있어요. 힘든 곳일수록 동료들과 더 끈끈하게 뭉치고 서로 의지하며 지내게 되니 힘든 곳에 있었다는 게 감사할 때가 있어요.
#IT 부문에서 일하고 싶다면?
IT부문은 인문학 전공을 한 제가 잘 아는 분야는 아니라서 저보다는 실제 개발자 분들에게 더 유용한 조언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요즘 아이들에게 코딩을 가르치는 것이 유행인 걸 보면 아무래도 컴퓨터 공학 전공이 인터넷 기술 분야로는 계속 필요한 학문이 될 것 같고요, 그것과 더불어 제품이나 서비스의 상품화 등 비즈니스 마인드도 갖춰야 하기 때문에 경영과 심리학을 같이 공부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그런 인터넷 기술을 기반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든 회사도 결국 소비자에게 다가가려면 마케팅과 세일즈 부서가 중요한데 이러한 부서는 경영대, 인문대 출신이 많아요. 제품은 개발자들이 만들었지만 비전공자들이 훨씬 소비자들이 알아들을 수 있게 쉽게 잘 설명을 할 수 있어요. 어떻게 보면 전공자들은 너무 전문적이어서 전문가들의 수준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에 익숙한 데다 자신들이 개발한 100가지 기능을 다 알리고 싶어 하죠. 이때 마케터들이 가장 경쟁력 있는 3-4가지만 뽑아내서 마케팅 전략을 짜고 세일즈가 이를 판매하는 거예요. 따라서 기술 회사에서도 마케팅과 세일즈 부서는 매우 중요해요. 이분들은 경영, 경제뿐만 아니라 소비자 심리학, 인문학이나 어학을 전공해도 상관없어요. 비즈니스 마인드가 있어야 하고 시장 트렌드를 잘 읽을 줄 알아야 하고, 소비자를 이해해야 하고 뛰어난 어휘력도 필요하니까요.
결국 어떤 전공이든 학생 때 다양한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해 보면서 목표를 정하고 조사를 하고 협업도 해 보고 도움을 구해 보고 팀을 이끌어 보기도 하고, 실패도 해 보고… 그런 실전 경험들로 배우는 게 더 많기 때문에 전공에 연연하지 말고 다양한 경험을 해 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전공에 관해서 물어보고 다닌지도 꽤 여러 날이 흘렀다. 점점 뚜렷해지고 있는 것은 대학교 때 ‘전공의 명칭 그 자체’는 이후의 삶과 연속성이 많지 않다는 점이었다. 전공 공부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공부한다면 좋고,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원하지 않는 방향을 알기 위해 나아가는 발판이 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특히 공부한 사항이 의사나 법률계와 같은 전문직이 아니고서야. 게다가 요즘은 법률 직도 로스쿨이라는 제도로 얼마든지 다르게 접근할 수 있다. 따라서 전공을 잘못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어도 얼마든지 그 이후의 삶의 태도에 따라 미래 삶의 경로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다만 공통적으로 ‘인문 분야’의 지식을 쌓으면 지식 이상의 힘이 발휘되겠다는 점도 크게 다가왔다.
더불어 왜 그렇게 인문학 이야기를 할까? 했었는데, 확실히 인문학이나 어학은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기 때문인 것 같다. 그 어떤 상황과 시대와 직면하더라도 나 혼자 주체적으로 생각하는 힘이 길러진다면 어떤 어려움도 헤쳐나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고 계신 일을 추천해주신다면?
제가 하고 있는 일을 추천한다면 배우는 것을 즐기고 배운 것을 설명해 주는 것을 즐기고, 내외적으로 다양한 부서의 담당자들과 일하는 것을 즐기고,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좋다면 추천해 주고 싶어요. 물론 여기에 영어실력까지 갖추면 더 기회의 폭이 넓어지겠죠.
# 뉴욕 구글 환경의 우수한 점?
뉴욕 구글은 직원 수도 많지만 다양한 부서가 있고 모든 게 빠르게 움직이는 것 같아요. 주요 고객이 많은 도시여서 세일즈도 크고 세일즈 지원 부서들도 한국에는 없는 부서가 이곳엔 다 있어요. 시스템도 체계적으로 잘 짜여 있어서 협업도 신속하게 잘 이뤄지고 협업을 하면서 늘 새로운 전문가들을 만나 일을 하게 되니 성장의 기회도 많고 네트워크도 넓어져요.
또한 비즈니스 규모로 봤을 때도 미국이 가장 크기 때문에 모든 신제품, 새로운 서비스는 여기서 가장 먼저 시작하니 누구보다 먼저 경험해 볼 수 있는 장점이 있고 데이터도 방대해서 다양한 데이터 분석이 가능하다 보니 훨씬 재미있어요. 구글은 미국에서 시장 점유율 1위이기 때문에 구글의 검색 데이터는 대표성이 있다고 할 수 있고 그래서 트렌드를 읽을 수가 있으니 고객사들이 구글의 심도 있는 분석을 많이 필요로 하고 있어 파트너십을 강화하기에도 좋은 환경이에요.
그리고 뉴욕 사무실의 분위기는 모든 것이 전반적으로 빠릅니다. 여기는 컨설팅에 있다가 MBA를 마친 분들이 많아서 프로젝트를 하는 걸 보면 정말 전략적인 접근에 효율적이고 신속해요. 결과물을 전달할 때 말도 논리적으로 정말 잘 하고 글로 전달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또한 수준 높은 질문도 잘 하고 아이디어도 많아서 회의 시간은 보통 30분으로 짧지만 회의의 퀄리티는 상당히 높습니다. 따라서 같은 30분을 써도 여기서는 훨씬 더 많은 걸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저는 여기에 와서 MBA에 대한 미련이 없어요. 이곳 자체가 배울 것이 많은 최고의 학교이자 직장이고, 월급 받으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하고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으니 감사할 뿐이죠.
그래도 이렇게 보고 배우시는 태도도 일품이신 것 같아요? 같은 환경도 지금처럼 받아들이시는 일이 쉽지 않고, 스트레스로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은데, 받아들이실 그릇이 되시는 것 같은데요.
스트레스가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처음 구글 코리아 들어가서도 내 욕심만큼 적응이 빠르지 않고 퍼포먼스가 나오지 않아 탈모도 있었고, 미국에 와서 남들보다 내용을 이해하고 소화하는데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에 더 오래 앉아 있게 되고, 그래서 허리 디스크도 악화되어서 수술도 했어요. 다만 사람은 죽을 때까지 늘 배우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일찍부터 깨우쳤던 것 같아요. 그런데 감사하게도 항상 좋은 분들과 다양한 것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할 수 있었고, 부족하지만 제 능력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어 그곳에서 같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살아요.
# 지금 행복하신가요?
앞에서 말했듯이 제게 주어진 모든 것이 감사해요. 감사한 마음이 있으면 행복한 것 같아요. 그리고 뭐가 잘 안 되었을 때도 남 탓은 안 해요. 뭐가 잘 안 되었으면 일단은 내가 부족했겠지,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겠지, 그리 고 거기서 배우는 것이 있으니 꼭 안 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또한 늘 응원해 주는 가족이 있고 건강한 심신이 있으니 다음에 더 잘하면 되겠지 생각해요. 안 되는 걸 억지로 붙잡고 연연해하지 않아요. 꼭 그 길이 아니라도 길은 많으니까요. 내가 내 힘으로 풀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 고민하고 붙잡고 있으면 스트레스만 받고 늙잖아요.
수정 님은 새로운 환경에서 나보다 잘 하는 동료들에 둘러싸여 배울 수 있음이 큰 축복이고 감사라고 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지적 겸손함이라니! 태도가 너무 멋졌다. 또한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하고, 남 탓은 하지 않고. 잘 안 되더라도 배울 점을 찾고 하는 긍정적인 마음들, 억지로 붙잡느라 연연하느라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다는 사소한 습관들과 말투에서 내가 다 마음이 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구글 직원들의 스트레스라면 다른 것도 아니고, “업무를 더 잘 해내지 못하는 데에 대한 자학”이 1위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었다. 마치 그것처럼 수정 님께서도 일을 하면서 더 잘 해내고 싶은 마음에 스트레스가 신체적으로 발현된 적도 있으셨다니 놀랍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의 반짝임은 역시 그 스트레스들을 겪고, 업무를 해내고 나면서의 수정 님의 태도였다.
아쉽게도 수정 님과의 점심 식사 시간이 끝나가고 있었다. 수정 님은 플레이트 위의 음식을 거의 드시지 못했다. 지금 나눠주신 진로와 행복, 구글 자체에서의 업무에 대한 이야기 말고도 사실 메인이었던 ‘구글에서의 젠더 이슈’와 ‘직장 내 양성 평등’에 관한 이야기 때문이었다.
인터뷰를 마치며
수정 님께서도 이후에 있을 미팅에 참가해야 되었기 때문에 우린 빠른 걸음으로 출구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그러던 와중에도 수정 님께서는 구글에 오고 나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회의들이 이뤄지고 있는지, 또 처음 구글 뉴욕에 왔을 때 수정 님께 PPT를 너무너무 잘 만든다며 다른 직원들을 대상으로 PPT 101 을열어주는 게 어떻냐는 제의를 받기도 하셨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시각이 다르다고 하셨다. 한국에서 상사에게 결재를 받아야 하는 PPT들을 구글 직원들, 특히 IT 부서의 직원들이 예술 작품으로 보더라는 것이었다. 그들은 코딩과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지면 되었기에 그동안 PPT를 예술로 만들 필요도,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감동이었다. 이미 그런 예술 작품을 만들 줄 아는 수정 님께, 그것들을 시간낭비로 생각하지 않고 ‘배우고자’ 했다는 구글 직원들의 모습과, 그렇게 두 나라의 다른 직장 문화들을 몸소 겪으시며 매일매일 일 하면서 많이 배우는 게 감사하다며 달뜬 목소리로 이 소식을 전해주시며, 데려다주시는 마지막 순간까지 좋은 이야기를 하나라도 더 들려주시려 했던 수정 님의 모습 모두가 말이다.
수정 님은 '따뜻한 열정 덩어리'신 것 같았다. 수정 님께서 전해주시는 이야기에는 '진심'과 '간절함'이 있었다. 수정 님께서 밟아 오신 길들이 다른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도움이 되길 바라는 간절함과 스스로가 택해온 일들에 대한 솔직함이었다. 그래서였는지 뵙자마자 나눈 스몰 톡에서부터, 말씀해주신 인터뷰 한 글자 한 글자마다 나도 모르게 진한 감동을 느꼈다. 그리고 나 역시 이에 자동반사적으로 다시 이 이야기들이 소중하게 퍼져나가길 바라게 되었다.
정보는 흘러야 되어요.
수정님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더 많이 아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 기회가 더 많은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 또한 정보가 타인과 나를 가르는 무기가 되지 않고, 누구나에게 동등한 기회가 되도록 노력하는 수정 님과 이 공간의 사람들이 마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구를 구출하는 어벤져스 같아 보였다. 구글과 어벤저스의 차이점은 지구 위의 무언가를 뿌수지 않고 조용히 사들여 평화롭게 캐리한다는 점이었달까. 구글과 그 곳에서 일하고 계신 수정 님의 힘은 다른 데 있는 것 같지 않았다. 내가 가진 정보들을 기꺼이 나눌 수 있는 힘, 내 동료들,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따뜻함도 나누는 힘. 선하며, 똑똑하고 따뜻한 수정 님의 모습을 뵈며 마음이 콩닥콩닥했다.
벽에는 색색깔의 메모지들이 붙어서 나부끼고 있었고, 지나치는 공간들은 좁아졌다 넓어졌다 하며 걸음마다 역동성을 부여했다. 직원들은 쉼터를 거닐 듯 삼삼오오 웃음꽃을 피우며 사내를 돌아다녔다. 왼편으로는 킥보드들이 놓인 주차장이 있었는데, 몇 대는 누가 이미 빼 가서 사용하고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일터’는 일터인지라 순수한 ‘놀이터’만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끊임없이 자기 혁신을 위해 노력하고, 동료와 함께 성장할 수 있게 나누고,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바꾸기 위해 매일 아침 눈을 뜨는 사람들의 시작은 단순한 ‘놀이터’ 그 이상이지 않을까?
Michelle's Note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며 복합적인 생각이 들었다. 첫 째는 ‘구글은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은 아니구나’였고, 둘 째는 ‘역시 환경적인 요인이 사람을 성장시키는 데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치는구나’였다. 그런데 그런 차이점을 비교해서 좌절하기보다는 그냥 그렇구나 인정하고 내 목표에 집중하는 게 더 현명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한국에 돌아와 내가 인터뷰한 분들은 이렇게 멋있는데 나는 뭘 하고 있는 것인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또 실제로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책들인 누구나 노력하면, 누구나 할 수 있어! 와 같은 당연하지만 때로 현실성 없게 들리는 자기 계발서의 말들도 떠올랐다. 대신 그보다는 자기중심을 잃지 않고, 남들 눈치 보지 않고, 대신 피해를 주지도 않으며, 각자들이 원하는 일을 찾아가는 방법이 있다면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수정 님께서 해주신 말씀대로 다양한 활동들을 직접 해보며 ‘시행착오들’을 거치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많이들 10년 후를 계획하라고 한다. 또 성공한 사람들은 10년 후의 계획을 주머니에 써넣고 다니는 사람들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그럼 10년 후를 계획하는 사람들만이 성공하는 사람들일까? 대체 성공의 기준은 무엇이고, 10년이면 강산이 바뀐다는 데 하물며 자연물도 모습을 바꿀 때에, 내 10년 전 계획이 고대 유물이 되어 있지는 않을까?
수정 님과의 인터뷰를 끝내면서 오히려 “10년 후의 구체적인 계획”과 그것을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야 한다는 자기 계발 이론보다도 이제 “내 안의 목소리를 더 투명하게 들여다보는 연습”이 필요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10년 후에 수정 님이라고 구글이라는 회사에 들어오게 될 줄 아셨을까? 수정님은 다른 길을 찾고 계셨었고, 10년 전 '구글'은 수정님 생각의 도마 위에 있지도 않았다. 다만 수정 님께서 아나운서가 되고자 했던 꿈은 새로운 정보들을 많이 배우고 그것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눠주고자 했던 마음과 연결되어 있었고, 한 때는 중문과 교수가 되고팠던꿈 역시 그동안 배웠던 부분을 어떻게 쉽게 학생들과 나눌지와 연결되어 있지 않았을까? 다만 수정 님께서 그 마음들을 외면하지 않고 좋다고, 혹은 옳다고 생각하신 방향 따라 흘러온 덕분에 지금 딱 이 시점에 수정 님이 올라 계신 길이 ‘구글’이지 않을까? 결국 대학생 때, 혹은 대학을 갓 졸업한 이후 지녔던 꿈과는 전혀 다른 곳에서 원래 실현하고자 했던 “새로운 정보의 습득”과 “그 정보를 알기 쉽게 나눔”을 실천하고 계신 것이다. 물론 마찬가지로 10년 후의 수정 님은 또 어떤 마음의 소리를 좇아 어디에 가 계실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어쩌면 우리도 똑같지 않을까?
10년 후의 삶은 AI, 빅데이터, IoT 등 비약적인 기술의 발전들로 지금 이 순간 상상할 수 있는 미래와는 전혀 다른 모습일 것이다. 우리는 하루하루 미래에 가까워질 뿐이고, 그 미래는 여전히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범위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때 필요한 우리의 자세는 뭘까? 그저 최선을 다해 내일을 준비하는 것이 어쩌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노력일 수도 있다. 다만 그 최선의 노력이 “오롯이 내 안의 목소리”에서부터 시작된 것일 때 더 궁극적인 행복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싶었다. 애초에 10년 후를 대비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일지 모른다. 대신 최선을 다 해 오늘을 살 되, 중심을 지닌 채 오늘의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내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사는 게 가장 먼 미래를 위한 가장 가까운 투자 아닐까.
그렇다면 내 중심은 뭘까? 지금 당장은 뭘 해야 하는 걸까?
가장 근원적인 물음으로 돌아왔다. 어찌 되었든 10년 후 계획을 세우고, 허물고, 다시 세우느라 머리 아파할 때가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대신 하루하루 꽉 채워 오늘을 사는 것. 꽉 찬 오늘들을 살다 보니 10년이 되고, 수정 님께는 그 10년이 구글이라는 길로 확장 되었듯이 나의 하루하루가 나만의 길이 되어주길 바라는 것이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작은 것들이 결국 모여간다는 것. 10년 후의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 무엇을 하는 사람이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만은 기억하고 더 응원해 준다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10년 후 구글이든 어디든 자신의 발자국을 따라 '어딘가'에는 가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이후 수정 님께서는 인터뷰만 하느라 너무 힘들게 돌아다니고 있는 건 아니냐며 구경할 곳들도 추천해 주셨다. (ㅠㅠ이런 세심한 배려까지 갖추고 계시다니 이보다 더한 감동이 어딨을까?) 추천해주신 곳은 삼성 플래그쉽 스토어였던 삼성 837과 뉴욕 회사 건물들 밖에 하늘 공원을 조성해둔 Highline이었다.
청소년들과의 멘토링을 통해서 좋은 이야기들을 흘려보내주시고, 이렇게 찾아온 뚜벅이 여행자를 위해서 시간을 쪼개어 인터뷰를 해주시는 것도 모자라 수정 님은 뉴욕에서의 관광지와 앞으로 어떤 직장에서 일하면 좋을지도 귀띔해주셨다. 진정으로 나눔을 사랑하시는 마음이 느껴졌고, 그 따뜻한 마음이 진한 감동으로 남았다. 구글이 세상을 바꾼다는데, 사실 구글의 직원들이 세상을 바꾸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뼛속까지 긍정적인 힘을 뿜어내고 계신 듯한 수정 님 덕분에 어느 대학생이 들여다 보는 세상이 슬몃 더 넓어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대학생은 이 분들의 작은 이야기들이 모여 다른 누군가의 세상도 넓어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로켓을 쏘아 올리는 엄청난 과학 기술만이 세상을 바꾸고 있지 않았다. 낯선 이에게도 진심으로 따뜻한 인사를 건네주시며 내가 겪어온 지난 날들을 오롯이 공유하는 마음씨가 꽃씨가 되어 마음에 앉았고, 그 마음 씨가 한 사람의 삶을 바꾸었다. 그리고 이제 그 바뀐 삶의 일부가 꽃 씨처럼 퍼져 나가 세상에 다시 희망으로 자라났으면 좋겠다.
결국 뉴욕 구글에 도착한 일은 기적이지 않았을까 싶어 돌아보는 발걸음마다 벅찬 감사함이 흘러넘쳤다.
* 다시 한 번, 아름다운 찬찬함과 단단함으로 인터뷰에 응해주신 수정 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