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미셸 Michelle Jun 27. 2017

살며 사랑하며. 진짜 행복은 어디에서 오냐고요? -3-

Sephora VP/Creative Director 총괄 : 이보영 님


-3-
#진로나 삶의 멘토
#스펙 경쟁을 하는 대학생들에게 한 말씀
#크리에이티브 디자인/마케팅 부문에서 일하고 싶다면?
#하고 계신 일을 추천해주신다면?
#지금 행복하신가요?



이제 여느 분처럼 진로나 삶의 멘토를 여쭤볼 때였다.



#진로나 삶의 멘토

  큰 인생에 관련된 건, 아버지와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던 것 같아요. 미술 공부 말고도 다른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고 늘 말씀하셨는데, 이제 이만큼 나이 들고 보니까, 저에게 제일 많이 가르쳐 주신 건, 아버지였던 것 같아요. 제가 디자인만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면 조금 불이익이었을 수도 있는데, 아버지께서 사업을 하신 분이셨다 보니까 비즈니스 맨처럼 생각하는 방법, 클라이언트를 대하는 방법, 비즈니스 프로젝트를 따는 방법, 경제 흐름을 읽는 방법 이런 걸 되게 많이 가르쳐 주셨거든요. 진 로라 던 지를 비교했었을 때, 어떤 것에서 더 큰 가치를 보고, 그걸 분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지 많이 가르쳐 주셨어요. 그래서 아버지께 많이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는 살다 보니 주변에 선배 언니들도 많이 있고, 도움을 받았던 분들이 되게 많았어요. 미국에 처음 와서는 노동 비자와 그다음 취업 비자로 연결될 때, 변호사 비용도 되게 많이 나오고 어려움이 많았는데요, 그런데 그런 걸로 도움을 줬던 언니도 있었어요. 나일론 매거진에서 만난 분인데, 나일론 매거진에서 어떤 사진을 촬영을 하려고 사진작가를 섭외를 했는데, 그 작가의 부인이셨어요. 그런데 교포 분이시고, 시민권이 있으시고 문제가 없으시니까 불쌍하게 생각하시면서, 이런 비자도 있고, 너 같은 일을 하는데 친구니까 이런 친구를 만나봐서 어떻게 네가 포트폴리오를 만들지를 좀 알려주셨죠. ‘넌 무슨 비자야?’하고, 그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도 만나게 해주시고, 이런 직업도 있다는 것도 보여주시고, 이런 것들을 하면 취업 비자에서 다른 비자들로 옮겨갈 수 있다는 것도 알려주고 많이 했었죠. 그런 면에서는 그 언니가 부모님도, 친척도 아닌데 많이 도와주셔서 저도 제 후배들한테 많이 도와주고, 멘토가 될 수 있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네요.



  또 운 좋게 좋은 보스들도 많이 만났어요. 리미티드 브랜드에서 만났던 사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처음 되었을 때 키엘 사장님께서 저를 처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만들어 주셨거든요. 타이틀 자체가 아트 디렉터였는데 처음으로 전체를 다 볼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가 있다고. 저한테 그런 기회를 주면서 팀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줬던 건 너무 고마웠었거든요. 그리고 처음에는 키엘이 아니라, 슈에무라랑 키엘 사장님이었는데 슈에무라에 팀을 만들라고 나중에 해주셨고, 1년 뒤에는 키엘과 조르지아 아르마니까지 해봤으면 좋겠다고 해주셨던 게 저한테 큰 도움이었던 것 같아요. 여기 세포라에 올 때도 한국에 있었던 저를 CMO가 불러서 기회 도주고, 리로케이션도 시켜주고, 그걸 저를 믿고 1년을 서포트를 해주었던 게 그것도 되게 좋았던 것 같아요.

  신세계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정 부회장님이 저를 믿어주셔서 브랜드 전략팀을 만들 수 있게 해주시고, 프로젝트도 에센스지, 푸드마켓, 이마트 PL 프로젝트, 피콕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던 것들이 살다 보면 제 주변에 그런 멘토가 될 수 있는 사람? 자신에게 기회를 주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과 내 가 만나기 위해서는 항상 저 자신을 준비해놓고, 그런 사람들을 만났을 때 어떤 일을 할 수 있고,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준비해놓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항상 스스로를 준비해놓고, 어떤 일을 할 수 있고,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준비해놓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하시면서 그 앞부분에 보영 님께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하시는 마음이 너무 예쁘게 느껴졌다. 사실 크고 작은 일들을 척척 해내 오신 건 보영 님이었을 텐데, 보영 님은 미국에 도착해 헤맸을 때부터 받은 도움들을 모두 기억하고 감사하고 계셨다.

            또 이야기가 이어졌다.



  책 보는 건 진짜 중요해요. 책은 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저 뒤에 북 셰프가 있는 것처럼, 그냥 책은 항상 책을 읽어야 해요. 우리 팀 아이들에게 매일 이야기하는 게, 요번 주에 읽어야 할 책, 휴가 동안 읽어야 할 책을 맨날 이야기를 해주는데, 어떤 일을 해도 책은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저희 애들한테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책이에요. 어디서 읽었는데 책을 50권을 읽으면 대학원 1년을 다닌 것과 똑같아요. 1년에 60권에서 70권을 읽으면 계속 대학원을 가는 것과 마찬가지인 거예요.

  또 제일 중요한 게 만약 디자이 너라면 디자인과 관련된 책만 읽는 게 아니고, 마케팅을 하는 파트너랑 일을 해야 한다면 마케팅에 대해서 읽어야 하는 거고, 만약 뷰티 디자이너라면 뷰티, 라이프 스타일, 패션, 리테일에 관련된 것까지도 읽어야 하는 거고요. 제가 관련된 분야만 읽어서는 절대 성공할 수가 없거든요. 내가 관련된 분야, 또 그 분야를 넘어서서까지 책을 다 읽어보고, 주변 산업과 경제 규모를 이해할 수 있어야지 일이 되거든요. 그렇다고 내가 지금 다시 마케팅 학교를 다니는 것도 불가능하지, 또 화장품을 만드는 학교를 다니면서 배우는 것도 불가능한데, 제일 쉬운 건 책을 읽으면서 남들이 다 공부해 놓은 걸 일주일 안에 다 읽으면서 아 그런 거구나~하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죠.



   책을 읽으면 계속대학원을 다니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말씀, 또 다양한 분야로까지 지식을 넓혀가시는 보영 님의 모습이 참 좋았다. 또 마지막 부분에서는 웃음이 났다. 정말 책은 자신이 열심히 공부해놓은 것들을 의미 있게 엮어 놓은 작품이라는 점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수단이자 선물인 것 같았다. 그런 의미에서 아무리 이북이 많아져도 종이책은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 스펙 경쟁을 하는 대학생들에게 한 말씀

  저희 때는 시간 계획을 저희가 짤 기회가 많았던 것 같아요. 요즘처럼 엄마들이 시간을 짜주고 그런 게 없었고, 극장 가서 본다고 하면 신문 펴서 신문을 오려서 가보고 했는데, 요즘은 그런 독립성이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제 아들한테도 친구들한테 연락을 해서 만나자고 좀 해보라고 하면, 전화도 안 하고 문자만 보내는 거예요? 아니, 전화와 문자는 다르니까 전화를 해보라고 하면서. 그런 거 보면 세대의 차이도 있는 것 같아요.

  딱히 어떻게 생각한다고 이야기하기에는 힘든데, 사회 구조가 그렇고, 사회가 원하는 게 그렇고, 그 사회에서 그걸 안 할 수 없는 현상이 참 아쉬운데요. 너무 쟁쟁한 능력자가 많으니, 누가 낫고 안 낫고를 가리려다 보니까 그런 문화가 생긴 것 같기도 하고 그래요. 그냥 안타깝지 이걸 저도 어떻게 고쳐야 할지는 모르겠는 그런 현상인 것 같아요.

  또 문화적인 영향력도 있는 것 같은 게, 저는 미국에서 살면서 단 한 번도 생계에 위협을 느낀 적은 없었거든요. 만약 일을 하다가 힘들면, 마크 제이콥스에서 일하다가 로레알을 가지, 아님 또 다른 데를 가지 하면서 다른 어떤 회사로도 이직을 할 수 있는 옵션이 너무 많다고 생각을 했는데요, 신세계를 가보니 제가 10년을 신세계에서 일을 했는데 제가 만약 롯데를 가면 그건 완전 반역자가 되는 거였어요. 그러다 보니까 너무 절박감이 느껴지는 거예요? 그리고 제가 실수를 해도, 반역자처럼 되니까 더 경쟁적으로 되고, 또 아무리 그래도 예를 들어, 롯데에서도 ‘신세계에서 10년을 일 한 사람을 어떻게 뽑아?’ 이러다 보니까 느낌들이 너무 절박해요. 그리고 사람은 너무 많다 보니까 과다 공급과 수요 부족 사이에서 그걸 가리려는 시험도 나오고, 자격증도 나오고 하는 것 같은데요, 뭐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안타까운 현상인 거죠.

  그래도 그런 걸 다 떠나서, 내가 잘 하고 원하고, 좋아하는 게 뭔지 꼭 찾아서 그걸 꾸준히 해내가다 보면 내가 맨 처음에 지향했던 목적지에 똑바르게 도착하지는 않더라도, 돌아서라도 비슷한 위치에 와 있는 것 같더라고요. 가 정말 뭘 원하고, 잘 하고, 열심히 할 수 있는지 계속해서 노력하다 보면 1,2년 또는 3,4년을 하다 보면 어? 내가 이렇게 하다 보니 어떻게 이렇게까지 되었지? 하는 게 생길 테니까요. 그게 한국에서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요. 한국은 너무 다른 걸 많이 따지니까요.

  그래도 한국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목숨 걸고 하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니잖아요.



  보영 님의 이야기 속에서 무릎도 탁 치고, 같은 현상에 대해서 계신 위치, 살아오신 환경, 성장 배경에 따라 이렇게나 다른 인사이트를 주실 수도 있구나 참 감사했다. 양쪽의 문화를 다 겪어오신 분이어서 그런지 더 객관적으로 봐주실 수도 있는 것 같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하고 좋아하고 원하는 게 뭔지 꾸준히 해나가다 보면 목적지 근방에 도착해 있을 거라는 말씀이 참 좋았다.



#크리에이티브 디자인/마케팅 부문에서 일하고 싶다면?

  기본은 디자인은 알아야 하고요, 또 다른 기본은 인문학을 알아야 하는 것 같아요.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은, 엔지니어링이었고, 컴퓨터 공학을 나왔어도 창의적인 사람이었잖아요. 그래서 애플을 만들고, 그 안에서도 그런 디자인을 만들어냈고요. 그래서 어느 전공을 나와도 뭐가 중요하냐면 남들이 생각할 수 없는 콘셉트를 만들어낼 수 있고, 창의력을 살릴 수 있게끔, 창의력과 비즈니스 마인드를 맞출 수 있게 된다면 브랜딩이든, 마케팅이든 어디서든 일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너무 분석적이거나 비즈니스적인 마인드만 키운다면 그건 빌 게이츠가 되는 거고요. 상상력도 없고, 창의력도 없잖아요. 돈은 잘 벌고, 기업도 잘 만들지만. 반대로 애플은 기본이 상상력이고 스토리 텔링이잖아요. 스토리텔링이 되면 브랜딩도, 마케팅도 돼요.



#하고 계신 일을 추천해주신다면?

  크리에이티브 디렉션은 아까도 이야기했듯이, 어떤 콘셉트를 만들어서 어떤 타깃의 고객에, 어떤 내러티브와 스토리텔링과 성격을 줄 수 있는지, 시각적이든 공간적이든 풀어내는 거거든요. 그래서 뭔가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상상력과, 논리력, 비즈니스로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그걸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추면 되는 것 같아요.

  너무 예술 쪽만 하고 그걸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지 모르면 그런 사람은 예술가가 되어야 하는 거고요, 너무 비즈니스적인 생각만 하는 사람은 창의성이나 상상력이 없기 때문에 특별한 걸 만들어 낼 수가 없고, 예측 가능한 걸 만들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그 두 가지가 밸런스가 맞고, 그걸 내러티브와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걸로 바꾸는 사람이 이런 직업에 잘 맞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 밸런스를 잘 맞추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능력을 원래 갖춘 사람은 창의적인 공부를 계속해서 창의력을 계속 살리려고 더 노력을 해야 하는 거고, 타고난 예술성이 있는 사람은 너무 예술성만 살리다 보면 순수 예술가가 되니까요. 저희는 상업 디자인이기 때문에 결국 돈을 버는 게 목적인 사람들이기 때문에, 비즈니스, 경제도 읽으면서, 분석적인 사고를 하면서, 최고의 아름다운 디자인을 만들 수 있는 두 가지 능력이 있으면 이런 일에 잘 맞을 것 같아요.




#지금 행복하신가요?

  저는 항상 행복해요. 사실 행복이 너무 복잡한 게 아니어서요. 저는 초콜릿 하나만 먹어도 기분이 좋고요. 여기 옆에서 따뜻한 데서 자고 있는 딸내미를 봐도 기분이 좋고요. 전 제가 굉장히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행복은 절대로 큰 데 있지 않아요.

  또 재밌었던 건요, 제가 세포라에 왔더니 너무 친구가 없어서요. 저와 같이 일했던 인턴들, 예전에 일하면서 너무 예뻐했던 디자이너들-한국애들-이 다 저희 팀에 와 있거든요? 한 10명 정도. 그런데 어느 날 불러 모으니까 너무 기분이 좋은 거예요. 미국 애들도 많지만 팀이 70, 80명으로 커지면서 한국 사람들을 또 모아놨더니, 나중에 회사 가서 한국말로도 이야기할 수도 있고요. 그러니까 회사에서도 재밌고, 아이들이랑도 재밌고, 세포라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그러니까 행복은 전혀 커다란 데 있는 게 아니에요. 저희 아까 저녁으로 태국 음식을 먹었는데 정말 행복했어요. 행복은 진짜 간단한 데 있어요. 아주 작은 데에.




인터뷰를 마치며


  모니터 너머로 나는 작게 박수를 쳤다. 정신을 차려보니 두뇌 몰래 내 양손이 하고 있는 일이었다.

  가족들과, 회사의 동료들과 함께 일하며 느끼고 있는 작은 행복들을 보영 님은 랜선 너머로 나누어 주고 계셨다. 맛있는 전이 문제가 아니었고, 보영 님과 스카이프를 통해 보영 님의 작은 행복들을 엿듣는 이 순간이 내게는 진짜 큰 문제였다. 긍정적인 에너지로 보영 님께서 나름대로 분석하신, 질문에 필요한 능력치들을 나눠주시는 보영 님과의 순간이 그 어느 설 연휴보다 나를 더 충만하게 했다.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은 어떻게 찾는 것일까? 일단 ‘먹고 사니즘’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서 살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려면 좋아하는 일과 잘 하는 일은 요원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간단하게 생각해보면 사실 좋아하는 일도, 잘 하는 일도 어쩌면 우리가 지나쳐온 삶 속에 꽁꽁 숨겨져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영 님은 늘 미술을 하고 싶어 하셨고, 좋아하셨으며 대학교 첫 전공을 어문 계열로 선택했지만 바꾸신 것처럼 말이다.

  또한 보영 님은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을 택해 지금의 자리까지 오셨다. 운, 노력, 환경의 3박자라고 하지만 보영 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운들을 스스로 만들어나간 것은 보영 님 같아 보였다. 보영 님이 원치 않았더라도 부모님의 영향으로 새로운 환경에 놓이게 되더라도 그 안에서 솔직하게 스스로에게 묻고 액션을 취한 것은 보영 님이었다. 또한 그 옛날 과거의 일들까지, 태국 친구도 기억하고, 고마운 사람들 하나하나 모두를 기억하며 감사하고 있는 보영 님의 태도 속에서 이런 분이시니까 운도 찾아오는 게 아닐까 싶었다. 솔직히 말해 내가 운이라도 보영 님과 같은 분을 찾아가고 싶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주변에 감사하고,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해 보답하려고 하시면서도 좋아하는 일들로 주변을 밝히시는 분이 얼마나 예뻐 보일까.



Michelle's Note

   보영 님께서 해주신 말씀들을 거꾸로 뒤집어 보니 감사하는 마음 역시 별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영 님께는 엄청난 성공과 연결되는 일에만 감사가 국한되지 않았다. 잘 지내줘서 고맙다는 동료들에 대한 감사에서부터 잘 커주고 있어서 고맙다는 아이들에게까지. 보영 님께서는 보영님 곁에 있는 사람들, 소중한 사람들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이 넘쳐났다. ‘고마움’과 ‘좋다’는 단어가 넘치는 인터뷰여서 그랬는지 더더욱 마음이 따뜻했고, 결국 보영 님께는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 아이들이 그대로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시간들 모두가 감사였다.
  사실 우리도 돌아보면 하루에도 수십 번 감사한 기회들이 참 많다. 씨실 날실과 같은 수많은 인연들 속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지내기 때문이다. 다만 그 작은 액션들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몰라서 문제이지 그 중요성을 인식하기만 한다면 난로를 품은 것 같은 따뜻함은 결국 마음에서부터 시작하게 되는 게 아닐까. 또한 한 번 그런 깊은 감사들을 차곡차곡 쌓아간다면 보영 님께서 말씀하시는 작은 순간들의 “행복”이 얼마나 힘이 센지 깨닫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앞서 타냐가 이야기한 선한 영향력만큼이나 ‘고마움’과 ‘좋아함’이라는 단어가 중요하게 느껴졌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늘 행복할 수는 없어도, 작은 순간들에서부터 행복을 발견하시는 보영 님의 태도가 있다면 늘 행복하지 않을 이유도 없지 않을까.

  하버드 대학교는 75년에 거쳐 '어떤 삶이 좋은 삶인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다. 무려 75년에 걸쳐! 그리고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는데 연구에 따르면 좋은 삶의 조건은 많은 사람들의 목적인 부도 명예도 아니었다. 그 어떤 조건보다도 바로 ‘관계’ 덕분이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튼튼하고 깊은, 좋은 관계.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연결은 유익하되 고독은 해로우며, 관계의 양보다도 질이 중요하고, 심지어 좋은 애착 관계는 뇌도 보호해준다고 했다. 결국 좋은 관계가 좋은 삶을 만든다는 뜻이었다. 매슬로우의 욕구 이론에서처럼 나는 자아실현이 행복의 궁극적인 실현을 위한 도구가 아닐까 인터뷰 여정을 지속해 왔었는데, 보영 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 행복 연구의 내용이 떠올랐다. 보영 님도 말씀 속에서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을 하면 참 좋다고 하셨지만, 그보다 더 특별했던 건 보영 님으로부터 불어오는 다른 방향의 '행복'이었다. 보영 님은 보영 님이 받은 도움과 여러 인연에 감사하며 행복해하고 계셨고, 동료들과의 관계 속에서, 가족들과의 순간들 속에서 행복을 찾고 계셨다.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을 하면서 자아실현을 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내가 믿고 사랑하고 보살필 수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없다면 다 무슨 소용일까. 점점 혼밥, 혼술이 늘어나는 요즘 우리나라의 행복지수가 떨어지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나부터라도 그 방향을 뒤집자는 생각이 들었다. 시스템을 당장 바꿀 수 없다면, 내가 바뀌는 방법이 있다. 앤소니 드 멜로 신부님은 평안을 원한다면 남을 바꾸려고 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바꾸려고 노력하라고 하셨다. '전 세계에 카펫을 까는 것보다 푹신한 실내화를 신는 것이 쉽기 때문'이다. 또 고맙게도 남동생이 좋아하는 글귀를 보내준 적이 있다.

  '누군가를 조금의 의심도 없이 완전히 믿으면 그 결말은 다음 두 가지 중 하나이다. 일생 최고의 인연을 만나거나 일생의 최대 교훈을 얻거나.'

  우리의 주변을 우리가 사랑하고 믿는 사람들로 채워가는 일. 그 사람들과 더 많은 사랑을 나누고 웃음을 나누는 일. 그게 어쩌면 차곡차곡 작은 행복을 쌓는 일이 아닐까? 성취를 위한 성취, 성공을 위한 성공이 아닌 길을 걸어오셨던 보영 님의 삶이 어쩌면 그 증거 같았다.
  
 '참 감사했다.'



* 다시 한번 귀한 시간을 내어 따뜻한 카리스마로 풍부한 이야기와 감사를 전해주신 보영 님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



-하버드의 행복 연구-

어떻게 하면 좋은 삶을 살 수 있을까? 행복 연구가 주는 교훈

https://www.ted.com/talks/robert_waldinger_what_makes_a_good_life_lessons_from_the_longest_study_on_happiness/transcript?language=ko

매거진의 이전글 살며 사랑하며. 진짜 행복은 어디에서 오냐고요?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