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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미셸 Michelle Jul 13. 2017

행복이라는 건 뭘까요, 교수님? -2-

벤더빌트 대학교 영문학과 부교수님 : 신혜린 교수님

-2-
# 처음 미국에서 공부하고 싶다고 생각하신 때 
#한국 IT 기업에 계셨던 경험  
#성장 환경 및 학업의 배경 
# 진로나 삶의 멘토 


# 처음 미국에서 공부하고 싶다고 생각하신 때

서울대 영문과 졸업> 스탠퍼드 박사

           진로를 결정하게 된 건 대학원에 가서였어요. 어릴 때부터 항상 문학을 하고 싶었는데, 어떤 형태로 하게 될지는 여러 가지가 있잖아요. 소설가, 비평가, 학자 등. 그런데 딱히 결정을 안 하고 있다가 학부를 나와서 IT회사에서 일하게 되었어요. 어릴 때부터 과학 쪽에 관심이 많아서, 다학제적으로 이것저것 접목하는 거에 관심이 많았는데  IT회사에서 일하면서 과학과 인문을 접목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체험을 했어요.      

           사실 아이디어의 문제이고, 사람 삶을 어떤 식으로 바꿔나가냐의 문제니 까요. 그래서 스탠퍼드에 가게 되었는데, 간 이유는 사실 단순했어요. 어릴 때 아버지께서 학교를 나오셔서 저도 거기에서 공부를 하고 싶었거든요. 옛날에 캠퍼스 안에 살았어서, 그립다는 생각에 학교를 갔는데, 굉장히 좋은 지도 교수님들과 만나고 서로 돕고 하면서 가닥을 잡았어요. 비평, 이론도 굉장히 재밌어서 제2의 창작이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럼 대학원 지원을 하실 때는 어떻게 하신 거예요?

            석사는 안 그런 데도 있겠지만, 미국 대학원 박사는 대체로 여러 가지 재정적인 지원이 있고요, 학교를 보고 선택을 했죠. 과연 이 학교가 나와 맞는가. 박사를 지원하는 학생들이 있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름값을 중요하게 보니 좋을 것 같아요. 내가 무조건 교수님들을 다 따라야 한다는 게 아니라, 그분 곁에서 어떻게 해야 나의 시야를 넗힐 수 있는지 보는 거죠. 

            또 굉장히 기본적인 게 있잖아요. 내가 만약 도시 사람인데 이 학교는 너무 시골이면 중요하지 않은 문제 같지만 사실 그것도 아주 중요하거든요. 박사 과정은 6, 7년 이런데, 시골에 파묻혀 있으면 매우 우울할 것 같다, 그러면 가면 안 돼요. 나는 주변이 정신없고 그러면 공부가 안되는데 NYU에 가면? 그러면 공부 못 하는 거예요. 그러니 그런 환경도 곰곰이 생각해서 고려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이미 미국에서 수학 중인 친구로부터도 미국 대학원은 이름뿐만이 아니라 학계에 계신 교수님과의 매치가 중요하다는 말도 들었다. 그래서 꼭 지도 교수님을 미리 물색해보고 본인이 관심 있는 분야를 상담하고 유학 길에 오르는 게 중요하다고. 그 말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았는데, 한국에서 단순히 대학 순위들만 찾아보면 많이 모를 수 있는 귀한 정보를 알려주시다니 감사했다.
            게다가 IT 기업에서 계셨었다니! 그곳은 어떻게 왜 가신 걸까?





#한국 IT 기업에 계셨던 경험 

            어쩌다 들어간 거죠. 아는 선배의 아는 선배가 신입사원을 모집하는데, 지원을 했어요. 요즘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세잖아요. 넷플릭스, 훌루, 아마존 등이랑 우리나라 각종 다시 보기 서비스 등도 스트리밍이죠. 근데 이게 커지기 전에 벅스뮤직, 소리바다, 싸이월드 등이 있을 때 *P2P 기술이 흥미로웠어요. 싸이월드 배경 음악도 스트리밍인데, 서버 접속자 수가 늘면 중앙이 아닌 주변 서버에서 정보를 보내야 하는데 접속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지면 서버가 다운되거든요? 그래서 P2P 기술을 이용해서 기술 혁신과 비용을 절감한다고 했는데 저는 그런 과정이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그래서 일하게 되었는데, 저는 컴퓨터 엔지니어가 아니니까 해외 연락 담당, 해외 마케팅 쪽으로 했었어요. 그러다 보니 미국의 콘퍼런스도 가고 하면서 많이 배우고, 나중에 박사 연구하는데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인문학이라고 하면 감성과 고뇌가 충만할 것 같은 느낌인데, 교수님께서는 이렇게 공학적인 배경을 가지신 분이셨다니! 점점 흥미로워지고 있었다. 교수님은 어떤 환경에서 성장하셨을까? 또 왜 하필 공상 과학이셨을까?


* P2P는 소리바다라든지 E토렌트처럼 불법적으로, 개인 대 개인으로 파일을 주고받는 게 아니라, 사용자 PC에 간단한 프로그램을 설치해서 클라이언트 대 클라이언트로 합법적인파일 공유를 가능하게 하는 거예요. 기업 서비스 사용자의 수가 늘고 서비스 빈도와 볼륨이 올라갈 때 서버 비용을 절감하게 해 주는 데 목적이 있어요. –




#성장 환경 및 학업의 배경

공상 과학은 언제부터 좋아하셨는지 기억하시나요?

            애기 때부터 좋아했어요. 자랄 때 DVD가 없었고, 비디오 세상이었는데 동네 비디오 가게에 가면 일본 로봇 만화가 많았잖아요. 우리 시대에는 고드마르스, 라젠카, 다이 모트 합체 로봇 등이 유명해서 일본 메타 물이 워낙 많았고, 사촌들도 다 남자였어요. 또 전집 많이들 읽는 전집의 시대였어요. 

            당시에는 훌륭한 SF소설도 어린이용 출판물로 많이 나왔죠. 생각해보면 프랑켄슈타인, 줄 베른의 해저 이만리 등 이런 게 굉장히 훌륭한 과학 소설이에요. 그런 걸 우리가 어릴 때 축약해놓은 걸로 다 보는데 딱히 비판적으로 숙고해보지 않고 정말 흥미로운 모험의 세계로 읽잖아요.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게 왜 흥미로운 모험이고, 어떤 의미가 있고, 우리의 현실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이런 걸 좀 더 생각하면서 읽게 되면 그 이상으로 더 좋은 게 없다고 생각해요. 사실 그건 지금 생각이고요, 어릴 때는 아직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SF라는 장르가 과학과 기술과 문학을 접목해서 나름.. 기술 얘기가 나오면 그게 다 SF인데, 프랑켄슈타인이나 이런 작품은 근대가 훨씬 도래하기 이전에서부터 자본주의 시대로 기술을 연결하는 거예요. 그리스 신화로 거슬러 올라가도 되고, 마늘과 쑥을 이용해서 곰을 사람으로 바꾼다 이런 것도 결국 변화의 기재로 볼 수 있잖아요? 결국 기술과 같은 거라 볼 수 있고. 마법 이야기도 결국은 기술 이야기죠. 

            더군다나 지금 현재의 젊은 세대는 컴퓨터와 함께 자랐잖아요.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은 결국 과학과 기술이 연관이 된 거라고 생각해요. 문학도 물론이고. 


            앞서 말씀하신 과학과 인문학은 연결되어 있다는 말씀만큼이나 주변의 모든 것들은 결국 과학과 기술로 이루어진다는 점이 좋았다. 또 어려서부터 좋아하던 분야를 꾸준히따라 오신 분이시라는 점도 좋았다. 역시 내면의 목소리를 좇는 게 그만큼 중요한 걸까?


지도 교수님 러셀과 친구 안젤라와



            # 진로나 삶의 멘토 

           모든 교수님들이 제 멘토이시고, 이제는 좋은 동료이시고요. 제일 처음 만난 분은 비교문학 학과장이셨던 러셀 버만이라는 교수님이신데, 아주 엄격하게 생기셨어요. 말씀하시면 너무 꼿꼿해서 주변에 광채 같은 아우라가 있으셨어요. 바보 같은 말을 하면 안 될 것 같이 생기신, 그런 대단한 분위기를 풍기는 분이셨어요. 

            저도 처음에 수업을 듣는데, 한국에서 학부를 나왔으니 세미나 형식에도 익숙하지 않은 데다가 이 분이 또 이론도 어려운 쪽을 하셔서 가뜩이나 겁먹고 있었는데, 교실에 들어가니까 애들이 너무 똑똑한 말을 다 하더라고요. 저는 공부도 열심히 안 했어서 이론도 다 모르는데.. 그랬는데 물어보는 자세가 엄청 중요한 게요, 저는 잘 모르니까, 상황을 재지 않고, 바보 같은 질문이라도 모르면 모른다고 막 물어보고 했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저만 그런 게 아니라 이 교수님께서 워낙에 학계에서 높은 분이시니까 다른 학생들도 직접 찾아가서 물어보고 할 걸 겁먹어서 못 했던 거예요. 그때 저는 아무것도 모르는 천둥벌거숭이라 오피스 아워 때 찾아가서, 남들은 ‘이런 질문을 하면 바보 같다고 생각되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안 물어보는 걸 물어봤던 것 같아요. 세상 어디에서나 똑같은 게 내가 모르는 건 남들도 잘 모를 수 있어요. 안 물어보는 사람이 그냥 손해인 거예요. 저는 뭘 잘 몰라서, 오리 새끼처럼 쫓아다니며 질문을 하다 보니까, 지도를 많이 해주셔서 지도도 많이 받고(그랬죠). 

            그 외에 굼베르히트 교수님이라고 계셨는데, 이 분도 처음에 아주 무서웠죠. 매혹과 열광이라고 한국에도 번역되어 있는 스포츠 철학책을 쓰신 분이에요, 이 분은 대륙 철학을 하시는데 미국 하이데거 철학의 최고 권위자셨어요. 그런데 가서 쓸데없는 질문을 많이 하다 보니까 친해지고, 지도도 많이 받게 되고, 같이 프로젝트도 하게 되고, 제가 책 쓰는데 도움도 주시고 주시고 했네요. 그런 식으로 기회가 자꾸 오는 거니까. 누구든지 두려워하지 말고, 어떤 상황에 부딪히든 남이 나를 바보로 보건 말건 모르는 건 모르는 거고, 결국 노력해서 아는 게 중요한 거니까. 그게 두려워서 안 물어보면 더 바보인 거예요. 뭐 창피할 것 없이 세상에 나가서 부딪혀 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졸아 있으면 뭐 해요. 또 그렇게 부딪혀서 깨져보면 어때요. 그걸로 끝이 아니면 괜찮아요. 


 

            또 ‘멘토링’을 받는 방법에 대해서 궁금했었는데 교수님께로부터 들은 답변은 용기를 가지고 질문하는 방법이었다. 신선한 문학적 접근 같아서 매우 좋았다. 특히 직접 만나셨던 교수님에 대해 설명해주시는데 마치 머리 속에 그분들의 모습이 그려져 소설 속 한 장면 같았고, ‘부딪혀서 깨져보면 어때요! 그걸로 끝이 아니면 괜찮다’고 해주시는 모습에서 많은 위로가 되었다. 끝났다고 생각하는 때가 정말 끝이고 위험한 것이지, 사실 배움엔 끝이 없고, ‘성장’은 즐거운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레스토랑 테이블 한 가득 교수님의 찬찬하지만 행복한 활기가 전염되고 있었다. 



-3- 
#지금 계신 분야의 매력 
#과도한 스펙 경쟁을 하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한 말씀 
#지금 행복하신지 
#최근 읽은 책/ 감상한 영화 중에 추천해주고 싶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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