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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미셸 Michelle Sep 28. 2018

당신이 여자라면 할 수 있는 일 (2)

성평등을 위해 우린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요?

    지난 편, "단단한 내면 만들기"에 이어 이번 편에서는 "사회적으로 목소리 내기"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요. 성평등과 관련해서 불합리한 상황들이나 차별 속에서도 견뎌낼 수 있는 '단단한 내면!'을 준비 완료했다면, 이제는 사회적으로도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물론 그 방법들이 모두 간단하고 마법처럼 휘리릭 이상적으로 모든 걸 바꿔주지는 않겠지만,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거나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것들은 함께 목소리를 내고, 행동으로 옮기면서 조금씩 더 긍정적인 변화가 온다고 믿습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요? :)


성평등을 위해 우린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요?

당신이 여자라면 할 수 있는 일

- (2) 사회적으로 목소리 내기






다섯 째. 권리를 위해 ‘엄마곰 효과’ 활용하기


변호사, 엄마 곰 그리고 ‘우리’를 강조할 때 얻는 힘.

    앞 편에서 이야기를 나눴던 것처럼 자기 자신의 내면을 잘 다졌어요. 그럼 이제 자기 자신의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싶어 질 때 목소리를 낼 수도 있어야 겠죠? 그런데 이 당연한 권리주장이 때로 쉽지가 않습니다. 저에게는 특히 그럴 때가 많았는데요, 당연한 권리 주장을 할 뿐인데, 그 모습이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비춰지지는 않을지, 너무 드세다는 비판을 받지는 않을지가 고민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확실하고 타당하며, 자유롭게 펼쳐져야하는 제 의견임에도 불구하고 강하게 어필하지 못할 때가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행동 제약이 막연한 우려만은 아닙니다. 여성들에게는 이중 잣대가 드리워질 때가 많기 때문이지요. 실제로 적극적인 여성은 지나치게 공격적이라는 비판을 듣기도 하며, 직장이라는 공간에서는 제한적인 고정관념에 의해 제약을 받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항상 협력적이어야 하며, 조직에 순응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고정관념이 바로 그것이에요.


        그런데 다행히도 이런 고정관념은 활용 가능하다고 해요. 따라서 다섯 번째 방법은 우리에게 이중잣대를 드리우는 이 상황을 역으로 활용하면서도 공격적으로 보여서 논리의 타당성이 흐려지지 않고, 제대로 권리 주장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들여다 보려고 합니다. 그럼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바로 여성들도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 무언가를 요청할 때는 다른 사람들에게 배척받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인도주의 자원봉사자인 테레사 수녀는 자신의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모금하시기도 했죠. 이 때의 성공 비결은 다른 사람을 위해 목소리를 높인 것이라고 합니다. 이게 무슨 말일까요?


    한나 릴리 보울즈와 텍사스 대학교의 에밀리 아마나툴라의 연구는 다음과 같은 통찰을 제시했습니다. 여성들이 “타인을 위해서 노력할 때” 놀라운 일 두 가지가 벌어진다는 사실을 말이죠. 첫 째는 남성만큼이나 성공적으로 협상한다는 것과 둘 째는 적극적인 행동에 따른 반발을 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타인을 위해 노력해서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예를 들어  변호사를 들 수 있습니다. 변호사와 같은 일부 직업은 근본적으로 남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일입니다. 따라서 법조계의 적극적인 여성들이 다른 여성에 비해 된서리를 맞지 않는다고 해요. 원래가 적극적이면서도 자신감 있어 보여야하기 때문에 여성이라고 해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 거죠.


    또 타인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을 해도 배척당하지 않는 또 하나의 직업이 있습니다. 바로 아이를 보호하는 ‘엄마’인데요, “엄마 곰”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자식을 보호하는 엄마에게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자유가 상당히 주어집니다. 이에 따라 ‘엄마곰 효과’라는 이름이 붙었는데요, 조지타운 대 캐시 틴슬리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여성들이 다른 사람뿐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목소리를 높일 때도 유용한 기술은 “우리를 강조하며 얻는 힘”이라고 합니다. 여성들이 ‘우리’를 강조해서 집단 전체의 이익을 대변한다면 (예를 들어 부서 전체의 보너스 인상을 요구한다면) 반발을 불러일으키지 않으면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만일 자기 자신의 당연한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내면서도 공격받고 싶지 않거나, 자기 PR을 하고 싶지만 공격적으로 여겨지는 부작용을 피하고 싶다면 “우리”를 강조하거나, “다른 사람”의 이익도 대변하면서 이야기하는 화법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위의 내용들은 '관계를 깨뜨리지 않고 원하는 것을 얻는 기술'이라는 책에 나온 연구 결과들입니다.)


    마지막으로, "자기 자신을 위해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이기적인 것일까요? 다른 사람에게 미칠 피해는 생각지 않고 '자기자신만!'을 위해서라면 부정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등하고 당연하게 자신이 누려야할 권리를 위해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하고도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엄마곰 효과'를 남용해서는 절.대. 안 되겠지만, 주변 상황과 여건에 주눅이 들어 자신의 몫을 챙기지 못하고 있다면, 충분히 활용해서 '사회를 위한 목소리를 내면서도 나의 권리도 주장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 같습니다.

    





여섯 째. 사회적인 목소리에 동참하기 - SNS 로 참여하기


    그리고 자기 자신을 위해서 목소리를 낼 때 뿐만 아니라, 또 정말 우리 모두를 위해서, 또 타인을 위해서 목소리를 내고 싶거나 내야할 때가 있죠?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래에서부터 민주적으로 쿼터제를 끊임없이 요구하는 방법도 있어요. SNS도 있고, 요즘 방법 많잖아요. -라가르드 총재님

    또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님께서 해주신 말씀이에요.



Q. 한국의 현실들을 개선하려면 어떤 것들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크게 두 가지 지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첫째로는 리더십의 명확한 결정이죠. 정치 집단에서 여성의 참여를 50%의 비율로 맞출 필요가 있어요. 세계적인 인구 수로 보아도 여성이 더 많지만 정치에 반영 되지는 않죠. 프랑스의 정치 구조는 한국과 다르지만, 현 대통령이 내건 공약은 의회의 절반을 여성 정치인으로 구성한다는 것이었고 그렇게 했어요. 한국은 17%라고 들었는데 이렇게 가장 위 지도부에서 강력한 행동으로 실시되면 다른 분야의 구조도 점점 개선되기 마련이죠.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말이에요.

      둘째로는 어느 집단이든 30%의 문턱이 존재한다는 거에요. 그 문턱을 넘으면 소수 집단도 더이상 소수 집단이 아니게 되죠. 분위기가 달라지고 더 목소리를 내어도 좋다는 자신감이 생기게 되는 거거든요. 이런 건 기업들에게 경제적인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법안을 처리시킬 수도 있는 거고, 기업 내에 다양성이 강화되면 그만큼 기업이 개별적으로 얻는 이득도 많아진다는 걸 확신시키는 방법도 있어요. 실제로 IMF 및 기타 연구 기관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업 내 양성 평등이 실현되면 지표에서 많이 뒤떨어지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상황이 훨씬 개선될 수 있음을 알 수 있거든요.

     결국, 아래에서부터 민주적으로 쿼터제를 끊임없이 요구하는 방법이 있어요. SNS도 있고, 요즘 방법 많잖아요. 또 (여성이) 30%가 된다고 해도 계속 지켜봐야 하고요. 실제로 모든 의원들이 다 활동하지는 않게 될 수도 있어요. 휴가를 간다던지, 공적인 석상에 자주 나오지 않는다던지 이런 모습들도 계속 지켜봐야하는 거고요.”


    시스템이 더 중요할까요? 문화가 더 중요할까요? 둘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라가르드 총재님께서 하신 말씀은 우선 시스템이 변화할 수 있도록 문회적으로 목소리를 내라고 하신 말씀이었어요. 현재(2018년 기준) 한국의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20%가 채 안 되고 있어요. 사회적인 변화를 필요로 하고 있는 집단-특히나 여성-을 대변해주는 집단-여성 국회의원-이 30%가 채 안 되는 소수집단인 것이죠. 이 비율을 높여줄 수 있는 건 현재로서는 오직 정부에요. 그렇다면 정부를 움직일 수 있는 건 누구일까요? 바로 우리,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의견이 있다면 다양한 방법으로 표출해야 하고, 들어야할 사람들이 들을 수 있도록 다양한 의견을 지속적으로 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SNS로 청원을 하는 데에는 '정부에게만'하는 방법 이외에도 많은 방법이 있죠. 분노할 만한 글과 사건에는 같이 분노하고, 슬퍼할 만한 글과 사건에는 함께 슬퍼하는 방법이 그와 같아요. 하지만 그 때 주의할 점은 '편 가르기'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에요. 남성 분들 중에서도 여성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분들이 있어요. '남성'이라는 프레임을 씌워서 '모든 남성은 그러하다', '모든 남성은 그러할 것이다'라는 커다란 프레임을 씌워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성평등은 결코 '여성들'만 싸워서 얻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결국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세상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모두가 행복한 것'이기 때문에 이 여정에서 배척받는 누군가를 또 만들어서 성별 사이의 싸움으로 만들어서는 안 되어요. 작게는 우리 주변의 아버지, 오빠, 남동생들과 연대하면서, 올바른 생각을 가진 남성이 있다면 그 남성의 그러한 면모를 장려해야 하고, 함께 해나갈 수 있는 긴 싸움이라는 점을 인식했으면 좋겠어요.






일곱 째. 내가 있는 자리에서 ‘약점'을 강점으로 만들기


    자기 자신을 위해 목소리를 내거나, 사회적인 변화를 위해 목소리도 내어보았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차별이나, 여성으로서의 약점을 즉각적으로 없앨 수도 없는 게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자라서 불리한 점을 커버할 만한 장점은 무엇일까 고민 해보세요. (김현정 PD님)


    앞 편에서도 살짝 언급했지만, 김현정 PD님은 이화여대 불문과 졸업, 한국일보 기자로 활동하시다가 원래 꿈이던 라디오 PD가 되고자 다시 시험을 쳐서 CBS 라디오 PD가 되었고, 음악 PD로 활동하시다가 우연한 기회에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가 되면서 이후 시사 프로그램 PD를 맡기까지 한 분입니다. 그 이후로 '김현정의 뉴스쇼'를 이끌며, 각종 상들을 섭렵해 오셨고, 2015년 부터는 4년 연속으로 한국방송대상 작품상'들'까지 타셨는데요, 뉴스 공장이 고정코너 중심의 예능형(?) 서사라면, 뉴스쇼는 매일매일 가장 핫한 인터뷰를 통해 뉴스를 만들어 내는 정통시사 프로그램이라고 합니다. 특히 방송 직후 인터뷰 전문이 각 포털 메인에 일제히 실리며 그날의 이슈를 선도해가는 것이 큰 특징입니다다. 또 각 종편 시사에선 뉴스쇼 인터뷰를 인용해 하루종일 방송할 정도로 뉴스쇼의 업계 영향력은 상당합니다. 사담이지만, 뉴스쇼의 인터뷰는 정치인들에게는 날카로운 돌직구, 일반인들에게는 따뜻한 공감 인터뷰로 인터뷰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합니다. (출처-나무 위키)

    그렇다면, 어쩌면 양복을 빼입으신 남성 앵커들의 전유물이라고도 볼 수 있는 시사 프로그램을 어떻게 한 여성 PD가, 그것도 라디오 PD셨던 분이 이렇게 성공적으로 해내실 수 있었을까요?


출처 : 한국일보


    "시사 프로그램이라는 것에 대한 일종의 고정관념이 있잖아요. 굉장히 많이 배운 남자가 약간의 잘난 척과 함께 딱딱하게 진행할 것 같은. 사실 저는 처음부터 그 고정관념을 깨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했어요. ‘그냥 내 스타일로 하자.’ 일부러 잘나가는 시사 프로그램들을 듣지 않았어요. 그 남자 진행자를 따라할까봐요. 그냥 제 스타일대로 웃고 싶을 때는 웃고, 슬플 때는 울고, 궁금할 때는 물어보고, 잘난 척하지 않고, 어려운 용어 쓰지 않고. 그랬더니 인터뷰이들이 훨씬 술술 자기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희 프로그램에서 특종이 많이 나옵니다.

아마 여러분이 일하시는 분야, 여러분이 꿈꾸고 준비하는 그런 분야에도 여성이기 때문에 유리한 요소들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우선 그걸 찾으세요. 여자라서 불리한 점을 커버할 만한 장점은 무엇일까 우선 고민하시고요. 그런 곳을 찾아 악을 쓰고 꼭 들어가세요. 여성으로서의 나의 장점이 발현되는 그곳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커버할 수 있습니다.


    맞아요, 여성이라서 불리합니다. 엄마라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라서, 어린 여자라서 불리한 점이 많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게 장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참 모순된 말 같죠? 예를 들면 이래요. “아, 저기 애 셋 딸린 아줌마 뽑아서 뺀질 거리고 일 안 할 줄 알았는데 되게 열심히 해.” “와, 진짜 기대 안 했는데, 엄청 성실하네?” 이때부터 그 여성은 자신과 똑같이 일하는 남성보다 훨씬 믿음직한 직원이 됩니다. 집에 일찍 갈 것 같고 거친 일 못할 것 같은 사람이 들어왔는데 옆에 있는 남성 동료만큼 혹은 그보다 더 잘해내잖아요. “야, 쟤 못할 줄 알았는데 해내네? 야, 괜찮다.” 이렇게 기대 안 했던 여성이 해낼 때 훨씬 더 주목을 받습니다."


 그러면서도 PD님께서 덧붙여주신 말씀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여러분이 자신의 자리에서 문화를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김현정 PD님


    "여성들끼리의 네트워크가 중요합니다. 네트워크라고 해도 별다른 건 아니고요. 그냥 우리끼리 모여서 힘든 이야기, 우리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면서 토닥토닥 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절대 여성의 적은 여성이 되지 않습니다. 만약 여자 선배 때문에 힘들다면 스스로 먼저 바뀌어도 될 것 같아요. 항상 ‘내가 가는 길이 첫 길이다’라고 생각하고 가시면 편해요. 내 위에서 나를 적이라고 생각한 여자 선배가 있어도 내 차례에서 그런 감정을 끊으세요. 그렇게 후배에게 모범을 보이면 자연스레 그 길을 따라옵니다. 사회의 조직 문화는 윗사람을 그대로 따라가게 되어 있거든요. 여러분이 자신의 자리에서 문화를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저는 약점을 강점으로 뒤집을 수 있다는 PD님의 말씀이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내가 가는 길이 첫 길이다라고 생각하고, 문화를 만들어가라는 말씀도 좋았어요. PD님의 말씀을 읽으면서, 나 한사람의 행동을 바로 잡기만 해도 변화를 불러오는 시작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볼 수 있었거든요.

    물론 결코 쉬운 일은 아닐거에요. 하지만 책임을 다하면서 고정관념을 깨는 순서를 계속 밟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어쩌면 원래 고정관념은 깨라고 있는 것일지도 몰라요. 성실함과 씩씩함으로 그런 관념들을 하나둘씩 깨나가면서 뒷사람들이 따라올 수 있는 길을 만들도록 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여덟 째. 궁극적으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자리에 가서 세상을 조금씩 바꾸기



그리고 제일 어렵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 같습니다. '결국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자리에 가서 세상을 조금씩 바꾸기'



여러분이 계신 그곳에서 문제의식을 가지고 선한 영향력을 끼칠 그런 자리에 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PD님

    "강하게 맞서다가 뚝 부러져서 집으로 가지 말고, 일단은 견디세요. 유들유들하고 조금 유연하게. 그래서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자리로 갑시다. 공무원이시라면 윗선으로 가시고요, 요리사라면 1등 세프가 되시고요.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자리에 가서 그 집단의 문화를 바꾸세요. 바꾸어 나가면 됩니다. 조금 더딜 수도 있고, 당연히 어렵고 힘들겠죠. 하지만 그게 문화를 바꿀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 아닐까 합니다. 여러분이 계신 그곳에서 문제의식을 가지고 선한 영향력을 끼칠 그런 자리에 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선한 영향력을 미쳤을 때 더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자리에 가라는 말씀도 너무 좋았습니다. 우리가 지금 있는 곳에서 각자 개인의 행동만을 바꾸는 것도 좋지만, 만약 한 차원이 더 높은 목표를 향한다면, 목표를 향할 수 있는 자리를 노리는 그런 방법도 있지 않을까요?


    그러면 이 쯤에서 잠시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위치 중에서도 최상층부에 올라가 계신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님의 조언도 들어볼까요?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님은 유리 천장을 극복하신 것과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키신 방법에 대해서도 언급해주셨습니다.




Q. 총재님은 어떻게 유리 천장을 극복하셨나요?

    "저는 부쉈어요." (이 말에 객석에서 박수가 터져나왔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날의 주제는 '여성이 기업에서 겪는 유리 천장'이 아니었기에, 이 뒤로 자세한 설명은 없으셨지만, 총재님의 '유리천장 부수기'는 유명합니다. 바로 미국 로펌 베이커 앤 맥킨지에서 25년 간 근무하시면서 최초의 여성 임원으로 승진하셨고, 미국 시카고 본사에서는 여성으로 처음 회장직에 오르신 경력이 있다는 것들이지요.


    "또 결혼할 때에도 저는 이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가족은 ‘두 부모’ 모두의 것이라는 것도 확실히 했고요.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게 되면, 부담도 둘이서 나눌 뿐만 아니라 즐거움도 둘이서 함께 나누게 되는 거에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합의를 보았어요. 또 제가 있던 로펌에는 당시에 육아 휴직이라는 제도가 없을 때라 저희가 만들었는데요, 많은 여성들이 나중에는 이 제도를 만들어준 회사에 대해 더 좋게 느끼게 되었어요. 당연하지 않겠어요? 힘든 부분을 회사가 알아준다는 뜻이기도 하니, 같은 공간을 사용하면서도 더 많이 충성하게 되고, 더 감사를 느끼고, 더 많은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니까, 결국 생산성도 올라가는 것 아니겠어요? 결국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논의는 더 풍성해지고, 선택지들도 더 나아질 수 있는 것이라고 저는 믿어요."



Q. 그렇다면 어떻게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키셨나요?

    "굉장히 어려운 일이에요. 많은 참을성을 요구하는 일이기도 하죠. 그래도 저는 각각의 가치들을 모두 소중히 여기면서 최대한 조율하려고 애썼어요. 아시다시피 시간은 최대한 쪼개서 관리할 수 있지만 몸은 쪼갤 수가 없거든요. 정말 여러 개로 복제할 수만 있다면 복제하고 싶은 심정이죠. 그러다보면 얼마나 놀라우리만큼 몸을 조직할지, 규율을 가지고 건강하게 할 수 있을지도 생각하게 되어요. 운동도 시작하게 되어요. 그러다보면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나가는지 연습하게 되는 거고요.

    아이들을 가졌을 때는 제가 변호사였던 시기였어요. 사내에서 경쟁만 놓고 본다면 동기들에 비해서 1년은 뒤쳐진 상황이었죠. 하지만 저에겐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어요. 나중에는 아이들과 보낸 그 1년의 시기가 매우 소중하고 즐거운 시기였다는 걸 깨달았고요."



    크리스틴 총재 님의 말씀이 모두에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하지만 존경하는 여성 롤모델 분 중 하나이시면서 ‘가정의 문제’를 어떻게 지혜롭게 핸들링해 나갈지에 대해 이야기해 주시는 분들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소중한 의견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각각의 가치들을 모두 소중히 여기면서 최대한 조율하려고 애썼다”라는 표현이 참 좋았습니다. 저 또한 그러한 어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과 함께요.






시스템은 아주 천천히 바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런 질문이 나올 수 있어요. “아니, 시스템이 바뀌어야지, 왜 우리가 악착같이 해야 하죠?”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질문이에요. 하지만 이에 대한 대답은 김현정 PD 님께서 해주셨습니다.


    "이 상황이 정상입니까? 세상이 바뀌어야죠. 그런데 문제는, 세상이 안 바뀐다는 거에요. 아니, 바뀌긴 바뀌는데 굉장히 천천히 바뀝니다. 아주 느리게. 여기 있는 우리 모두가 노력을 무지하게 했을 때 요만큼, 1센티미터씩 바뀌죠. 팔짱 끼고 그거 바뀌기를 기다리면 내가 늙어 죽어요.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잖아요.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합니다. 팔짱만 낀 채 있지 말고 열심히 하세요. 뛰세요.


    여성들이 일터에서 주는 가장 나쁜 인상은 ‘얌체’입니다. 딱 제 것만 챙기는 얌체.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얌체처럼 딱 내 일만 하면 당장엔 이익 같죠. 나는 1백만 원 받으니까 1백만 원어치만 해야지. 그럼 되게 합리적인 것 같죠? 하지만 그런 사람 절대 오래 못 갑니다. 그 일 오래 못 해요. 성취감도 보람도 느끼지 못해요. 멀리 보면 약간 손해 보는 듯이 일하는 사람이 더 좋은 성과를 거둡니다.


    또 하나는, 자기 일을 사랑했으면 좋겠어요. PD들은 프로그램을 자식이라고 해요. 내 어머니가 나를 사랑하고 내가 내 자식을 사랑하듯 그렇게 프로그램을 만들려 하고, 실제로 그렇게 만듭니다. 돈을 많이 벌어서가 아니라 내 일을 사랑해서 달려드는 사람은 이길 수가 없어요. 물론 이렇게 일하면 100퍼센트 성공한다고는 말 못하지만 내 일을 사랑하는 사람은 100퍼센트 행복합니다. 행복한 여성, 행복한 워킹 우먼이 되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고요, 그런 의미에서 오래 갑니다.


    지금 일을 하고 계시는 분은 물론이고, 특히 자신의 일을 찾고 계신 분들이라면 그 일이 정말 내가 사랑하는 일인가부터 생각해 보시길 권합니다. 돈을 많이 주는 일과 돈은 적게 주는데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저는 두 번 돌아보지 말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으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제 친구들 중에도 돈을 많이 버는 것을 기준으로 일을 선택한 친구들은 여러 인생의 고비에서 결국 그만두더라고요. 반면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간 친구들은 아직까지 남아 있습니다. 그 길을 끝까지 가는 거죠. 내가 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힘들 때 쓰러지지 마시고 옆에 사람하고 손잡아 가면서, 동지애를 느껴 가면서 어려움을 이겨 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여자일 때,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노력에는 크게 8가지가 있다고 정리해 드리고 싶어요. 1편에서는 '단단한 내면 만들기'를 확인해보았다면, 2편에서는 '사회적으로 목소리 내기'를 정리해 보았어요. 그리고 그 내용들은 다음과 같아요.


 <단단한 내면 만들기>

 첫 째, 책 속 여행을 통해 자신만의 ‘롤모델’을 찾기

 둘 째, 책 속에서 빠져나와 현실 속의 ‘롤모델’과 만나기

 셋 째, 그런 롤모델들을 모아둔 플랫폼을 만들기

 넷 째, 내면을 다져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내고, 자기 PR하며 신중하게 선택하기


<사회적으로 목소리 내기>

 다섯 째, 권리를 위해 엄마 곰 효과 활용하기

 여섯 째, 사회적인 목소리에 동참하기

 일곱 째, 내가 있는 자리에서 약점을 강점으로 만들기

 여덟 째, 마지막으로, 궁극적으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자리에 가서 세상을 조금씩 바꾸기



 이렇게 우리 각자가 할 수 있는 일들에서부터 조금씩 내면을 다지고 선한 영향력을 서서히 확산 시킨다면, 진정한 ‘성평등’으로 향하는 길도 머지 않지 않을까요? :)


    그리고 그 외에는 또 어떤 방법들이 있을까요?

    여러분들이 생각하시기에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성평등' 혹은 '직장 내 성평등'을 부스트업하기 위한 방법들로는 또 어떤 것들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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