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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미셸 Michelle Jan 13. 2019

당신이 매니저/리더라면 할 수 있는 일 (1)

성평등을 위해 우린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요?

    최근 조사에 따르면 성별 임금격차 OECD 15년째 1위, 여성 고용률 35개국 중 29위, 여성임원 비율 꼴찌에서 2위인 국가가 부끄럽게도 우리나라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한 기업의 시니어라면, 또 작은 부서라도 이끌고 있는 리더라면, 이번 편을 꼭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서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듯이 '기업의 분위기와 문화'를 바꿀 수 있는 사람들은 실질적으로 기업 내 리더/시니어 분들이시기 때문인데요, 특히 당신이 합리적인 리더, 리더십 있는 리더, 다양성을 존중해줄 수 있는 리더라면 더할 나위 없겠고, 또 '성평등' 그리고 무엇보다도 '직장 내 성평등'이 이루어지려면 기업에서 개개인들이, 또 기업체 자체가 들여야 하는 노력이 많기 때문입니다.


    마음 아프게도 최근 금융권과 공기업 등이 채용과정에서 성차별을 자행했다는 문제가 드러난 적이 있습니다. 자세한 사례를 들여다 봐볼까요?


    "하나은행은 공채에서 남녀 채용비율을 4대 1로 정하고 전형 과정 마다 여성에게 불이익을 줬다고 한다. 국민은행은 서류전형에서 남성 지원자 100여명의 점수를 특별한 이유없이 올려줘서 여성 지원자들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여성 합격자를 줄이려고 면접 점수와 순위를 변경해 당초 합격권에 들었던 여성 7명을 불합격 처리했다고 검찰 조사에서 밝혀졌다."가 그 내용입니다. 하지만 이런 불이익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기업들까지 생각하면 무수히 많을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하지만 저는 지속해서 이런 불합리한 현실들, 개선되어야 하는 답답한 지점들에만 초점을 맞추고 싶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더 노력했을 때 가닿을 수 있는 지점들, 그 지점들을 꿈꾸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스텝들을 늘어 놓아 보려고 합니다. 그런 스텝들을 찬찬히 실천해 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변화도 찾아오지 않을까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따라서 이번 편에서는 고용 차별부터 여러 직장 내 성차별을 방지하기 위해 당신이 매니저/리더라면 꼭 해야하고, 할 수 있는 일들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첫 째. 일반적으로 직원들을 상대할 때 - 젠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지는 않은가 돌아보기

둘 째. 누군가를 고용시키거나 승진시킬 때 - 성별을 가리고, 능력과 성향에 따라 뽑을 수 있는 기준을 정하기

셋 째. 성별을 포함한 '다양성'에 관한 제도적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넷 째. 여성 직원들과 남성 직원들 모두를 배려한 포괄적이며 건강하며 합리적인 기업 문화 만들기



성평등을 위해 우린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요?

당신이 매니저/리더라면 할 수 있는 일


1. 일반적으로 직원들을 상대할 때 :

젠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지는 않은가 돌아보기


    우선적으로 가장 먼저 매니저/리더들이 할 수 있는 일에는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점검하는 일이 있습니다. 특히 젠더 고정 관념의 측면에서인데요, '젠더 고정관념'이란 무엇일까요? 바로 잘못된 젠더 통념입니다. 예를 들어, 남성들은 여성들보다 더 협상을 잘 하고, 위험을 더 잘 감수하며, 자신감이 높고, 여성에 비해 가정은 중시하지 않는다는 인식 등이 만연해 있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여성들은 어떨까요? 이와는 반대입니다. 여성은 남성들보다 협상에 약하고, 위험을 잘 무릅쓰지 못하며, 자신감이 낮으며, 일보다 가정에 더 많은 신경을 쓴다고들 합니다. 그리고 이같은 고정관념들은 남성과 여성을 생물학적인 측면에서 뿐만이 아니라, 비생물학적인 측면에서도 근본적으로 다르게 보아 이후 여성의 업무 성과 부진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정말 과연 그럴까요? 정말 여성과 남성이 근본적으로 다른 성향을 가지고 태어난 걸까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따르면, 이런 통념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오히려 남성과 여성은 성향, 태도, 기량 등에 있어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비슷하다고 합니다. 여러 연구 논문들을 메타 분석한 결과, 남성과 여성은 앞서 언급한 자신감, 위험 감수, 협상 능력, 가정에 대한 인식 등 주요 성향에서도 매우 유사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먼저 협상력입니다. 여성들은 쉽게 양보하고 협조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거나, 생각하기 쉬운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젠스 마제이 및 동료들은 최근 100개 이상의 연구를 분석해 남성과 여성의 협상하는 결과가 다른지를 조사했지만, 성별에 따른 결과 차이는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작게 나타났습니다. 남성은 자신만을 위해서 협상해야 하는 경우나 협상에 따른 위험/기회가 불분명한 경우에 여성보다 조금 우위를 보였을 뿐입니다. 결과에 큰 차이를 가져온 것은 협상 당사자가 과거 협상이 없는 경우나 훈련 차원에서 강제적으로 협상에 임하게 되는 경우였으며 이런 상황은 일반적이지도 않을 뿐더러 통계적으로도 남녀 차이는 작게 나타났습니다. 여성이 남성보다 더 협조적이라는 것도 근거가 없는 것입니다.


    둘 째로, 자신감입니다. 여성은 회의에서 목소리를 많이 내지 않는다거나, 자신이 업무에서 요구하는 자질을 100% 갖췄다고 확신하지 않아 승진하려 애쓰지 않는다고 할 때 자신감 부족이 원인으로 꼽히지만, 이 인식 역시 사실이 아닙니다. 크리스틴 클링과 동료들은 200건 이상의 연구를 분석하였는데, 연구에서 자신감에 대한 남녀 차이는 청소년기에만 뚜렷하게 나타날 뿐, 23세부터 차이는 무시할 만한 수준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셋 째로 위험 감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일반적으로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위험 회피적이라고 생각해 여성은 허세와 같은 마초적 행동을 하지 않기에 불필요한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대신 그런 조심스러운 성향 때문에 때로는 위험이 높고 잠재적인 보상이 큰 투자결정을 내리기가 어렵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연구들은 여기에도 반기를 들었습니다. 페기 드와이어와 동료들은 2000명의 뮤추얼펀드 투자자들이 내린 대규모 고위험 투자결정에 대해 분석했는데 남녀간 차이가 매우 작았다고 밝혔으며, 해당 투자에 대한 투자자 고유의 지식을 반영하면서 격차는 더 줄어 거의 없어졌습니다. 즉, 달리말해 남녀 간에 나타난 작은 격차는 위험 감수 성향이 아니라 정보에 대한 접근성에서 기인했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여성이 남성보다 가정을 중요시한다는 통념도 잘못 되었습니다. 하버드경영대학원 졸업생들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성별에 관계없이 거의 모든 응답자들이 자신의 일보다 가정을 더 중요시한다고 응답했습니다. 게다가 가정을 고려해 커리어를 결정한 것이 남녀간 성과 차이를 설명하지도 못했습니다. 다른 여러 연구들도 여성과 남성의 우선순위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드러냈습니다.



    그렇다면 왜, 어째서 태어나기는 비슷하게 태어났는데,
이런 고정관념들이 지속적으로 강화만 되어온 것일까요? 


    그것은 두 성별에게 서로 다른 환경이 지속적으로 제공되었기 때문입니다. 즉, 비생물학적으로는 두 성별에 거의 차이점이 없는데 여러 환경에서 성별 차이점이 나타나는 이유는 남성과 여성이 시스템적으로 다른 경험을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조직구조, 회사 관행, 여성과 남성의 위치를 다르게 간주하는 상호작용 방식 등의 환경적인 요인이 그들이 일반적으로 각기 다르게 반응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다른 상황에 놓이면 다르게 반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듯이요. 


    다음의 예시들을 들여다 볼까요?


    메리와 릭은 똑같이 한 금융서비스 회사의 중간직급 자산관리사입니다. 릭은 비영리기관의 이사를 겸임하고 있기 때문에 자산이 많은 잠재고객들에게 접근하기 쉬웠고, 그에 따라 더 많은 규모의 자산을 회사로 끌어올 수 있었습니다. 메리는 물론 릭이 어떻게 그런 이점을 얻게 되었는지 수년간 알 수 없었습니다.
    릭은 사실 회사의 한 고위임원과 정기적으로 테니스를 쳤는데, 그 임원과 사석에서 대화를 나누던 중 고객과의 관계를 지원하기 위해 회사에서 사용 가능한 기금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릭은 그 기금을 사용해 회사가 해당 비영리기관에 기부하도록 주선했습니다. 그리고 릭은 비영리기관의 자금조달 이벤트에 참석하고 그곳의 주요 인사들과 친하게 지내기 시작했으며, 결국 인맥을 활용해 이사회에서 한 자리를 따내게 되었습니다.
    반면 메리는 회사의 고위임원들과 어떤 친분관계도 없었으며,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어떤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도 얻지 못했습니다. 


    이처럼 여러 연구에서 여성은 중요한 정보나 지원이 제공될 수 있는 네트워크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유용한 인맥이나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면 협상이나 기회를 잡는 측면에서 불리해지는 게 당연합니다. 

    앞서 인터뷰 했던, TED에서 일하는 타냐 역시 실리콘 밸리 유수의 기업에서 TED로 옮기게 된 이유 중 하나도 이와 같았습니다. 그녀는 카네기 멜론 대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해 우수한 실력을 보유했고, 서서히 승진했으며, 전임 매니저의 일을 물려받아 열심히 일했지만, 결정적일 때에는 늦게 들어온 직원에게 승진의 기회를 빼앗겼습니다. 그녀가 인식하기에 그녀와 그 직원이 달랐던 점은 더 고위급 남성 직원들과 업무 후에 술을 마시는지, 함께 스트립 클럽에 가는지 등이었습니다.


    추가 임무나 승진의 기회에서도 정보 부족 및 네트워크 부족의 중요성은 다르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줄리의 이야기입니다.


    줄리는 투자펀드의 CEO입니다. 15년간 다녔던 직장에서 줄리는 자신보다 직급이 낮은 남자료들이 자신을 뛰어넘어 자신은 존재 여부조차 몰랐던 주요 보직으로 승진하는 것을 보고 회사를 그만두려 했습니다. 하지만 줄리가 회사를 그만두겠다며 그 이유를 설명하자, 상사는 깜짝 놀랐지요. 줄리의 상사는 줄리가 승진하기를 원하는지 몰랐으며, 만약 알았다면 승진하도록 꺼이 도와줬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상사는 줄리가 적극적으로 경쟁에 뛰어들지 않았기 때문에 업무를 관리할 자신감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럴 경우에 일반적인 상사들은 줄리의 상사처럼 여성에게는 중요한 정보를 얻을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자신감이 부족해서'라고 치부해 버리기가 쉽습니다. 그리고 이런 식의 섣부른 판단들은 유능한 직원들에게 승진할 기회를 빼앗을 뿐만 아니라, 회사의 잠재적인 발전도 가로막습니다. 줄리의 경우에는 정보가 쌍방향으로 흐르지 않아 줄리는 자신감에 대해 피력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고, 상사는 유능한 직원을 고정관념에 의해 잃을지도 모르는 위기였습니다. 


    그럼 지금까지는 여성들의 사례만 살펴 보았는데요, 여성과 똑같이 '가정'을 중시하는 남성에게도 이런 고정 관념은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많은 연구들은 가정을 꾸릴 때 엄마와 아빠가 받는 대우에 차이가 난다고 밝힙니다. 여성은 남성과 달리 지원이 필요한 존재로 간주되며, 반대로 남성은 '남자답게' 행동해야 하며 힘들거나 피곤해도 표현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명시적으로든 묵시적으로든 듣게 되는 것입니다. 


    한 가정의 가장이자, 한 아내의 남편, 두 아이들의 아버지인 테드가 만일 출장 일정을 줄여 달라고 상사에게 요청한다면, 상사는 아마도 편의를 봐주는 것이 이번 한 번 뿐이라고 말하면서 마지못해 출장 일정을 줄여줄 것입니다. 따라서 남성은 출장 일정을 줄여 달라는 요청을 할 때 남들이 알아채지 않기를 바라며 은밀하게 요청합니다. 그게 안 되면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줄이고 근무시간이 늘어나는 것을 감수합니다. 어떤 경우든지 남성은 성공하는 데 유리한 평판을 유지합니다.
    반대로 엄마에게는 회사 업무를 줄이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거나 심지어 적극 권장됩니다. 그래서 엄마는 덜 힘든 역할이나 덜 어려운 쪽, 즉 덜 중요하고 경력 개발에도 도움이 덜 되는 고객에게 재배치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정관념이 두 성별에게 각기 다르게, 하지만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과정들을 예시를 통해 살펴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문제를 알게 되었으니, 문제를 해결하러 떠나볼 차례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적극적인 행동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1) 고정 관념을 기반한 생각에 의문 제시하기

    바로 우리가 지금까지 앞서 살펴봤던 것처럼 우리가 여성과 남성에 대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은 없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입니다. 또 이러한 질문을 우리 회사가 가지고 있는 문제에 연결해 보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낮은 직급에는 여성들이 많지만 그들이 승진에 문제를 겪고 있다면, 우선 그들이 '자신감이 부족해서 승진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부터 살펴 봐야 합니다. 그렇게 살펴 보기 시작하면, 여성 직원들 중에서도 그런 일반적인 고정관념을 벗어나 남성과 동일하게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직원들이 보일 것입니다. 


    여기 한 컨설팅회사의 세라라는 지역부문장은 그렇게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여성들을 발견해 그들에게 도움이 된 요인이 무엇인지를 조사했습니다. 실험 결과 이들은 다른 여성 직원들보다 직접적인 트레이닝을 더 많이 받고 관리자들로부터 더 많은 관심을 받았다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여성들의 능력 부족이 승진을 가로막은 것이 아니라, 자신감과 성공에 대한 야망을 품을 수 있도록 돕는 환경에 대한 접근성이 다른 게 문제의 원인이었던 것입니다. 


    세라가 했던 실험은 다음과 같습니다.


    무작위로 관리자들을 뽑아 두 그룹으로 나누었고, 그 두 그룹에게는 낮은 직급의 직원들을 코칭해주는 세션을 제공했습니다. 코칭 세션에서 강사들은 모두 좋은 코치가 되는 법에 대해 강의했지만, 약간 다른 내용을 공유해주었습니다. '실험군'에게는 남성과 여성은 자신감 차이가 거의 없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공유해 주어, 남녀 고정관념에 의문을 품을 수 있도록 했고, '대조군'에게는 아무런 추가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그들이 원래대로의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각 관리자들에게 활동 과제를 주었습니다. 저조한 성과를 내는 직원들이 있는 가상의 사례에서 그 직원에게 어떤 피드백을 줄지에 대한 과제였고, 이 가상의 직원은 남성 또는 여성이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실험군과 대조군의 관리자들은 각각 남성과 여성 저성과 직원에게 다른 형태의 피드백을 주었습니다. 대조군은 우선 여성 저성과자와 남성 저성과자에게 다른 유형의 피드백을 주었습니다. 여성 저성과자에게 비판을 적게 하여 기분을 좋게 만드는데 주력한 반면, 남성들에게는 구체적이고 비판적인 피드백을 제공해 성과 개선에 필요한 여러 구체적인 조언을 했습니다. 하지만 여성과 남성은 자신감 차이가 거의 없다는 연구 결과를 접했던 실험군의 관리자들은 달랐습니다. 여성 저성과자와 남성 저성과자에게 동일한 종류의 피드백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또 그들은 더 건설적인 피드백을 주기 위해 저성과자의 성과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를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남성과 여성이 비슷하다'는 정보만 제공해주어 고정관념에 의문을 품게했을 뿐인데, 개개인의 구체적인 문제점에 대해 더 자세히 알려고 했던 것입니다.



    2) 환경을 바꿔보고 결과를 평가하기

    앞서 세라의 사례처럼 고정관념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면, 그리고 그에 대응하는 적절한 실험을 어떤 방식으로든 실천해보아 직접적인 결과를 확인했다면, 정말 성과조차도 개선되는지 환경을 바꿔서 적용해볼 수 있습니다.


    여기 또 두 사례가 있습니다.


    첫 번째 사례는 아시아계 미국인 간부사원인 일레인의 이야기입니다. 일레인은 자신의 파이낸싱 역량을 강화하고 싶어 임원인 데이브에게 다음 번 협상에 참여해도 될지 물었습니다. 하지만 데이브는 일레인을 만나보고 그녀를 팀에 합류시킬지를 망설였는데요, 실제로 만나본 그녀는 자기 주장이 충분히 강하지 않고, 지나치게 조심스러워 보였습니다. 하지만 데이브는 이 조차 편견에서 그렇게 판단한 것은 아닌지 재고해보려고 했고, 실험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데이브는 일단 그녀를 팀에 합류시킨 뒤 일레인을 마치 슈퍼스타 인재 대하듯이 대하고자 의식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일레인에게 업계 관련 인사들을 소개시켜줬고, 많은 도움과 지원을 제공하면서 피드백과 코칭도 해주었습니다. 그러자 데이브의 우려는 예상했던 것과 달리 눈녹듯이 사라졌습니다. 일레인은 오히려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조용하게 행동하는 편이었으나, 파이낸싱 업무와 관련해 창의적인 방법을 생각해냈고, 고객의 마음을 읽는 데 뛰어났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사례는 임원 네드과 그의 팀에 새로 들어온 조앤의 이야기입니다. 네드는 조앤이 경영진 전화회의에서 보이는 행동에 불만을 품었습니다. 조앤이 자신의 주장을 그다지 피력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네드는 이를 조앤의 자신감 부족으로 생각했는데, 이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에 의문을 품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자신의 행동을 관찰했더니, 자신은 조앤이 의견을 쉽게 내도록 어떤 지원도 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전화회의 내내 발언 하면서 조앤이 참여하기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둘은 대화를 나눠보았습니다. 조앤은 그러자 고백했는데, 자신이 실수할까 두려웠고, 무슨 말을 한다면 매우 똑똑한 발언이어야 한다고 걱정하고 있었음을 밝혔습니다. 네드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네드 역시 조앤이 실수하거나 적절한 발언을 하지 못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고, 계속 조앤의 발언을 가로채왔던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생각해보았습니다. 조앤이 실수를 한다고 세상이 멸망하는 것은 아니며, 네드 스스로도 때때로 실수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실은 깨달은 후부터는 다른 접근법을 취했습니다. 전화회의에 대비해 이들은 안건을 사전에 공유하고, 조앤이 어떤 부분을 맡아 보고할 것인지를 계획했습니다. 회의가 끝난 뒤에 네드는 조앤에게 피드백을 제공했습니다. 그러자 상황도 더 개선되었습니다. 네드는 이제 조앤에게 더 많은 임무를 믿고 맡길 수 있게 되었으며, 조앤은 자신감을 갖고 위험을 감수해도 되며, 실수를 해도 회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3) 지속적으로 실험하기

    앞서 소개드린 두 가지 사례들은 임원/리더 직급의 사람들이 자신의 고정관념에 스스로 의문을 품어 문제 상황을 개선한 이야기들입니다. 그리고 이런 실험들은 매니저/리더 직급의 사람들에게 꼭 필요하며, 만약 지속해서 실천되었을 때 차차 남성 직원과 여성 직원에 대한 편견들을 허물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시작입니다. 


    그리고 우리들은 자신이 속해 있는 팀에서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확인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여성 저성과자들이 특출나게 많을 수도 있고, 여성 직원들이 남성 직원들에 비해 더 자주 이직을 할 수도 있습니다. 회의에서 여성 직원들의 참여가 남성 직원들에 비해 눈에 띄게 저조할 수도 있고, 퇴사율에서 있어서도 여성 직원들이 남성 직원들에 비해 월등히 높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성별에 따른 다양한 상황들이 발견되고, 또 지속된다면 우리들은 실험을 해볼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얻는 것입니다. 


    과연 우리가 정말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을 바탕으로 직원들을 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며, 남성과 여성에게 동등한 대우를 해주려 노력해볼 수 있습니다.



    


2. 누군가를 고용하거나 승진시킬 때 :

'성별을 가리고,' 능력과 성향에 따라 뽑을 수 있는 '기준을 정한다.'


    위의 방법들에서 더 나아가서 이번에는 아주 구체적인 사례입니다. 직원들을 고용하거나 승진시킬 때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이럴 경우에는 후보에 대해 알기 전에 '눈'부터 가리고 '기준을 정해야' 합니다. 남성과 여성을 아무리 평등하게 생각하는 인사 담당자 혹은 실무자라고 하더라도 우리 마음 속에는 '이중고'라는 게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중고란? '이중적인 편견'이기도 합니다. '남성은 이래야 해' '여성은 저래야 해' 등이 그러한 고정관념인데요, 이런 고정관념들은 앞서 말한 것과 같은 직장 내에서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고정관념들과 마찬가지로 '남성이 여성보다 능력있을 거야'라는 고정관념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정말 우리가 그렇게 생각하냐고요? 우리는 '성평등'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온 사람인데도요? 의아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다음 실험에 대한 이야기도 꺼내보려합니다. INSEAD의 에릭 울만은 다양한 연구로 올바른 고용과 승진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통찰을 제시했는데요, 경찰서장 자리를 놓고, 한 번은 이런 실험을 했었습니다. 


    두 후보가 있었고, 두 후보의 차이점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한 명은 다른 한 명보다 현장 경험이 더 많았고, 대신 다른 한 명은 원래의 한 명보다 교육 정도가 더 높았습니다. 그리고 성별을 바꾸어 두 번의 실험으로 경찰서장을 뽑았습니다. 사람들은 어떤 사람을 뽑았을까요? 여러분이라면 어떤 사람을 뽑겠습니까? 놀랍게도 성별을 바꾸었을 때, 사람들은 두 번의 실험 모두에서 남성을 언제나 더 선호했습니다. 하지만 성별 차이를 확인하기 전에 "평가 기준"에 집중하도록 새로 실험하자 이번에는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여성을 경찰서장으로 뽑기도 한 것이지요. 결국 어떠한 기준이든 이렇게 성별을 제외한 '평가 기준'을 정하면 이 정해진 기준을 결정에 투명하하고도 정하게 적용할 수 있고, 그러면 성차별이 줄고 다양성이 촉진된다는 통찰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성별을 마음 속 평가 기준에서 제외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눈 가리기'를 해야합니다. 눈 가리기는 무엇일까요? 또 그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예를 들어 '블라인드 테스트'입니다. 모든 후보를 대상으로 눈에 보이는 성별과 관련된 특징을 제거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집중해서 (성별을 감춘 상태에서) 승진이나 고용 시험을 진행하는 것이지요. 기업체 내 관리자와 팀 지도자들 사이에서 능력있는 고위직 여성(혹은 남성) 수를 늘리는 데 필요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왜 그럼 굳이 이런 귀찮을 수도 있는 방법을 써야 하는 것일까요? 여기 그 이유에 대한 실험 결과가 있습니다. 최근 교향악단이 음악가를 선별하는 방식을 바꾼 실험이 있었는데요, 하버드대 클라우디아 골딩의 연구에 따르면, 교향악단 단원을 뽑는 연주 평가에서 블라인드 테스트 이후 여성 음악가를 채택하는 비율이 300퍼센트 증가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에 따라 1970 이전에는 교향악단 단원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10퍼센트에 못 미쳤는데 이후에는 절반에 가까워졌다고 하는데요,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까요?

    악단 후보들은 테스트 전에 신발을 벗고 연주 평가대에 오르도록 주문 받았습니다. 왜 그랬냐고요?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 때문이었습니다. 하이힐 소리는 여성인지 남성인지를 구분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단서가 되지요. 그리고 이제는 악단 후보들은 이렇게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쳐 단원이 되기 위해서 신발을 벗고 스크린으로 모습을 가린 채 오디션을 보길 기대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칼같이 남성인지 여성인지를 가리지 못하는 상황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프리젠테이션 등 목소리 등 가릴 수 없는 상황에서 (혹은 정량화하기 어려운 상황) 이중 잣대로 평가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바로 마음의 기준을 정하는 것입니다. 마음속에서 고려 대상의 성별을 바꿔보는 것!이지요.

    ‘남자가 똑같이 행동했어도 동일하게 반응했을까?’라고 마음 속으로 질문하는 것입니다. 언뜻 어리석게 보이는 질문이지만, 이 질문 한 개를 던짐으로써 우리는 이중잣대를 피할 수도 있습니다. 텍사스 크리스천 대학교의 찰스 로드는 이 단순한 방법이 사람들을 성별에 따른 차별에서 해방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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