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도 꼼짝 못 하는 이유
잔소리꾼 우리 엄마랑 똑같잖아!
by teagarden Jun 30. 2019
# 내 아이와 책 읽기 1
사자도 꼼짝 못 하는 우리 엄마
글 천미진, 그림 고원주
아이들은 태어나고 얼마가 지나면 머리 위의 인형 모빌을 바라보며 눈동자를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흑백으로 되어있는 초점책을 만나고 손을 움직여 무엇인가를 만질 수 있게 되면 헝겊책을 보고 만지며 소리를 듣는다. 아이들이 책을 만나게 되는 첫 순간들.
꼬물거리던 아이가 어느덧 커서 책을 펼치고 책장을 넘길 수 있게 된다. 우리 집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그런 과정들을 지나 지금에 이르렀다. 가끔은 이 매거진에서 아이들과 책 읽기에 대한 글을 써보면 어떨까. 엄마들은 일단 궁금하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홈쇼핑에서 유명한 책 전집을 사기도 하고 서점에 들러 이것저것 책을 살펴본다. 엄마 카페에 들어가서 질문도 하고 조언도 듣는다. 아이를 둘러업고 나가 책을 고른다는 것은 우리에게 많은 인내와 에너지를 요구하고 무슨 책을 골라야 할지는 영 감이 안 잡힌다. 쉽지 않은 일.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은 자신이 느껴보았던 감정을 다시 느껴보고 그것이 당연한 것이고 안전한 것이라는 것을 확인한다. 책을 읽는 순간, 그리고 책이 아이를 공감해주는 순간, 바로 그곳이 아이에게 안전한 장소가 된다. 또한 책의 주인공과 아이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주인공이 감정을 풀어나가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함께 겪어보면서 간접적인 경험을 해보게 된다. 바른 인성과 감성도 기를 수가 있고 공감 능력도 자라나게 된다. 장애물을 만나고 실패도 경험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기에 어려움을 헤쳐나갈 용기도 배우게 된다. 주인공의 해결이 바로 아이 자신의 해결이 되어 주인공과 함께 기쁨과 안도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아이 둘을 키우면서 아직도 헤매고 있지만, 서두르지 않고 지금껏 봤던 책 중 몇 가지를 쓰려한다. 나도 좋아하고 우리 아이들도 좋아하는 책 위주로. 오늘 첫 번째로 소개할 책은 제목부터 엄마들에게는 선뜻 내키지 않는, "사자도 꼼짝 못 하는 우리 엄마"다. 아니, 이 엄마 도대체 어떻길래 사자도 꼼짝 못 하게 한다는 거지? 호랑이를 겁먹게 한 곶감도 아니고? 하하, 바로 우리들의 모습, 잔소리꾼 엄마다. 표지를 찬찬히 살펴보면, 아기 여우와 사자의 표정이 말도 못 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듯 보인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분명 엄마도, 아이도 이 책을 좋아하게 될 거다. 바로 오늘도 엄마와 아이가 겪고 있는 감정을 잘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첫 장부터 꼬마 여우 밀로에게 불만이 가득한 엄마의 잔소리가 쏟아진다. 내 모습이 그대로 표현되어 있어 처음에 꽤 당황스러웠다. 너무 적나라해서.
그러던 중 불청객 꼬마 사자가 밀로와 엄마의 집을 방문하게 된다. 배가 고팠던 사자가 호두파이 냄새를 킁킁 맡게 되면서. 무서워 벌벌 떨던 엄마 여우는 사자에게 호두파이를 주고 호두파이 한 접시를 싹 비운 사자는 엄마를 협박한다. S가 말한다. "엄마 나 사자가 무서워~" ㅋㅋㅋ (잔소리보단 아직은 사자구나!)
어느덧 엄마는 밀로에게 하듯 꼬마 사자에게도 사랑과 측은한 마음을 가지고 대한다. 그러다가 엄마의 특기, 슬슬 잔소리 시동이 걸린다.
으으.. 끊임없는 엄마의 잔소리.. ㅎㄷㄷㄷ
마지막 장은 사자가 밀로의 마음을 공감해 주며 마무리된다. 밀로도 그 마음을 나눌 친구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7세 때 큰 아들 J는 이 책을 읽고 여우 엄마에 대한 평가도 하고 왜 아기 여우와 사자가 곤혹스러워하는지 자연스럽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4세인 작은 아들 S는 그림책 한 장 한 장을 통으로 익히고 혼자서도 책장을 넘기며 익힌 문장을 자연스럽게 반복한다. "너 그러면 호두파이 안 준다~" 같은 문장을 통으로 외우고 페이지를 보며 이야기하는 식이다. 이런 과정이 자연스럽게 지나가면서 언어의 말하기와 이해하는 능력 등이 자라나게 된다.
책을 읽을 때 어린아이들일수록 책의 내용보다는 그림 한 장 한 장에 관심을 가질 거다. 그럴 때는 책 읽어주는 것을 중단하고 아이의 질문에 답을 하고 엄마도 왜 친구가 그랬을까 하고 함께 질문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소통하게 되니 사소한 관심도 무시하지 않는 게 좋다.
엄마의 잔소리는 잘못인가? (내가 처음 당황했던 이유다. 나의 잘못을 질책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은 무엇이 맞고 그르다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엄마와 아이의 입장, 서로가 서로를 3자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불편한 감정들을 함께 공감하며. 누군가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런 감정이 결코 나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 준다.
(에필로그)
오늘은 작은 아들이 책에서 사자가 정말 좋아해서 엄마의 잔소리까지도 견디게 만드는 호두파이를 먹어 보고 싶다고 해서, 레시피를 찾아 만들어 주었다. 사자가 그렇게나 좋아하는 호두파이니 자기도 먹어보고 싶었을 테고, 그걸 만들어 주니 책 속의 사자처럼 얼마나 잘 먹던지. 이 부분은 한 번도 엄마인 저도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시간적 여유가 되고 또 마침 호두가 집에 있어서 만들어주게 되었다. 책은 그런 것 같다, 우리 삶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까. 결코 동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다. 책 속의 내용이 나의 삶이 되기도 하고, 또 나의 삶을 책 속에서 보게 되고.
이 책을 보다가 호두파이를 진짜 만들게 될 줄이야오늘 아이와 무슨 책을 봐야 할지 모르겠다면, 아이 손잡고 가까운 도서관을 찾아 마음을 나눠보는 건 어떨까? 함께 걸으면서, 과자를 먹으면서, 눈을 바라보면서 말이다. 분명 아이가 행복해할 거다. 그런 모습을 보는 엄마들의 마음은 오늘도 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