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메이카 전국 일주를 하고 금요일 밤 집에 도착했다. 피곤했던 우리는 짐을 푸는 것은 잊고 저녁을 간단히 먹고 모두 지쳐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 날 아침, 남편은 급하게 처리해야 할 용무가 있어 잠시 출근을 했고 난 가족의 아침 메뉴를 생각하며 블루마운틴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똑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
누구세요?
'이 아침에 누구지?' 하며 문을 여는데 한 지인분께서 폴리백 장바구니를 건네주며 가족들과 먹으라고 과일을 잔뜩 사다 주셨다.
타미 망고, 줄리 망고, 패션 프루트, 아보카도
가끔 토요일 아침에 방문하는 로컬 시장 팝핀에 가는 것이 애초 계획이었으나 여행 후 많이 피곤했던 터라 그 일정을 취소했고, '그럼 아침에 뭘 먹지?' 하던 차에 기가 막힌 타이밍에 집으로 배달된 갖가지 로컬 과일이 우리 식탁을 풍성히 메꾸었다.감사했다.
과일은 준비가 됐으니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어디인지 확인하니 막 집으로 출발하려던 차여서, 엘레니 빵집에 들러 몇 가지 빵을 사다 달라고 부탁을 했다. 캐나다인이 운영하는 엘레니 빵집은 팝핀 시장에 다녀오는 토요일 아침이면 특별하게 아주 가끔 들렀던 고급 빵집인데 가족들이 있는 특별한 주말이니 큰 맘먹고 오늘의 메뉴로 픽했다.
아침을 먹으며 스케줄을 상의했다. 토요일의 가장 큰 계획은 Strawberry Hill(스트로베리 힐)을 가는 것이었고 낮의 전경과 야경을 함께 보고자 해서 저녁 시간으로 스트로베리 힐 레스토랑에 식사를 예약했다.
구글맵에서 제공하는 스트로베리 힐 정보
그렇게 아침을 먹고 아이들은 남편과 함께 근처에 있는, 우리나라로 치면 키즈 카페 격인, 키즈 게임방 코코잼으로 출동했다. 밀린 빨래와 청소를 했다.
아이들이 그곳에 있는 틈을 타서 짐을 싸 보려 하였으나 역시나 꾸물닥 거리는 덕분에 진도는 많이 나가지 못했다.
오후 5시.구불거리는 가파른 길을 열심히 운전해 스토리베리 힐을 올랐다. 나는 이 곳이 두 번째였는데 이번에도 구불거리는 길과 높은 곳에 위치한 탓에 살짝 두통이 몰려와서 나와 남편을 긴장하게 했지만 다행히도 이내 사라졌다. (지난번에는 체기까지 더해져서 그 날 꽤 힘든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고지대에 젬병이신 분은 미리 마음먹고 가시면 좋겠다. 내가 너무 예민한 것일 수도.)
Strawberry Hill은 블루 마운틴 한 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호텔과 레스토랑을 운영한다.
레스토랑 전경 일부
킹스턴 전경이 한눈에 보이고 블루마운틴 산자락들의 경관도 아름다웠다
싱그러운 각종 식물들과 벌새들도 우릴 반겨주었고
이곳 저곳 구석 구석 구경할 것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스트로베리 힐 레스토랑에서 첫째 J. 웬지 고요하게 명상을 해야 할 것만 같은 전경이니 너도 요가포즈를 취해봤으리라.
스토리베리 힐은 레스토랑 뿐 아니라 호텔도 함께 운영하는 4성급 호텔. 유독 뜨거웠던 그 날의 해는 저렇게 질 준비를 했다. 오른쪽 사진은 수영장 한 켠.
스토리베리 힐의 정원사가 누구인지 궁금할 정도로 이곳은 아름답게 잘 관리되어 있었다. 왼쪽 사진은 천연색을 입은 도마뱀이 우리 식탁 쪽으로 와 주어 급하게 포착한 것.
해는 지고
시가지는 불빛으로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달이 떴다.
밤에 보는 킹스턴은 또 달랐다
바람이 살랑 불어 피부에 닿으니 한 낮의 뜨거움은 거짓말같이 사라져버리고 이내 기온이 내려갔다.
킹스턴 시가 한눈에 보이는 곳에 앉아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며 점점 불빛이 밝혀지며 온 시가지가 아름답게 빛나기 시작하는 것을 감상했다. 하나 둘 켜지는 빛들이 한 껏 데워진 시내에서 내뿜어 내는 열기와 섞여 반짝반짝 아지랑이 반짝임을 뽐냈다. 반딧불이 몇 마리도 힘을 보탰다. 크리스마스 전구의 반짝이는 불빛처럼 꼭 그랬다.8월 한여름 밤은 그렇게 우리 가슴과 영혼을 물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