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지하철 구석 자리에서 눈을 감고 머리는 벽에 기대고 앉아 있었다.
피곤해서 아예 잠이 든 것인지 인상을 만드는 근육들이 아주 편하게 긴장이 풀려 있었다.
어느 역에서 타서 어느 역까지 가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시간이 꽤 늦은 편이었기 때문에 그도 나처럼 집으로 가던 중이지 않았을까.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퇴근 길.
전철 안에 아는 사람도 없고 한적하기까지 하다보니 나름 긴장을 풀어놓을 수 있는
혼자의 시간이라고 해도 될만 했다.
그는 소박한 혼자의 시간을 눈을 감고 무엇을 보고 있었을까.
꿈이라도 꾸고 있던 것일까.
만일 꿈을 꾸고 있다면 껴입은 외투와 갑갑한 구두를 잠시 벗는
따뜻하고 화사한 봄꿈이라도 꾸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