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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오 Aug 26. 2022

이해가 아닌 이유가 되었다


  전의 일이다.


잉~ 잉~잉
“어, 왜? 엄마 병원에 입원하셨어?”

어머니는 집 베란다에서 물김치를 담다 바닥의 물기에 미끄러져 넘어지셨다. 처음 찾아간 동네 병원에서는 엑스레이 검사 결과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타박상이니 물리치료를 받으면 괜찮을 거라고, 안심해도 좋다고. 하지만 2주 넘게 다녀도 차도가 보이지 않았다. 거동도 이유 없이 나빠져가고 있었다.

얼마 있다 어머니는 경희의료원을 찾았다. 정기적으로 받는 내분비 검사날이었다. 검진 과정에서 9번 척추에 금이 간 걸로 보이니 MRI를 한번 찍어보라는 의사의 권유가 있었다. 곧바로 중량교 근처 위생병원(현 삼육서울병원)으로 갔다. 위생병원을 찾은 이유는 경희의료원에 비해 MRI 비용이 저렴했고 만약 입원을 할 경우 조금 더 병실 잡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결과는 사실이었고 당일 병원에 입원하셨다. 다행히 5인 병실에 자리가 남아 있었다.


“골절은 아니고, 뼈에 금이 갔단다”

어머니는 환갑 즈음해서 골다공증 판정을 받았다. 근 20년 가까이 약을 드시고 계신다. 외출 시에도 항상 사뿐사뿐 다니신다. 매사 주의를 기울여 조심히 생활하셨는데 집에선 예외였나 보다. 오십 평생 가정주부로만 지내셔서 집안일만큼은 결벽에 가까울 정도로 철두철미 하셨다. 청소는 거의 매일 하셨고(요즘은 줄었다) 정리정돈은 기본에, 속옷까지 다림질해서 개어 놓으신다. 청바지에 줄을 잡고 다녔던 나는 고1 때 비로소 다른 친구들은 청바지 줄을 잡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잠깐의 드라마나 낮잠 외에는 항상 무언가를 하고 계신다.


척추나 갈비뼈의 경우 골절이 났을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고 한다. 되도록 움직이지 않고 쉬는 수밖에 없다. 젊은 사람들은 한두 달이면 뼈가 붙는데, 연세 많은 노인분들은 더디게 붙기 때문에 훨씬 많은 휴식이 필요하다고 한다. 입원하자마자 의사 선생님께 퇴원 일자부터 물어보신 어머니에게 다들 요양을 권했다. 나도 동감이다. 병원에서도 특별히 해줄 치료는 없었지만 집에 돌아가면 당신 성격에  몸을 쓰실 것이  보듯 훤했다.

입원하시고 며칠 동안은 거동이 불편해 집안 식구들이 돌아가면서 병실을 지켰다(어머니 성격상 요양보호사는 꿈도 꾸지 못한다).  사나흘 후부터는 눕고 일어나는 동작이 편해지셔서 야간 근무(?) 사라졌다. 그래서인지 그 후로는 낮에만 가도 " 왔냐?" 하면서 빨리 집에 가라도 성화셨다. 80 고집을 누가 꺾을  있겠는가? 알아서  테니 신경 쓰지 말라고 해도 들은 체도  하신다. 하도 잔소리를 하시길래 혼잣말로 크게 구시렁거렸다.

내가 얘기하면 상대방은 항상 한번  물어본다. 입안에서 맴도는 발성이라서 상대방이 바로 알아듣지를 못한다. 고쳐보려고 했는데 쉽지 았다. 한번  물을 법도 한데, 어머니는 대신 이런 말씀을 하셨다.


이제 귀가   들린다. 누가 그러더라. 나이가 들면 귀가  들리는  좋은 거라고. 그래야 듣기 싫은 얘기는 안들을  있다고.


마음 한구석이 휑해지는 느낌이다. 자식에게 짐이 될까를 고민하다 행여 상처받을지도 모를 말을 걱정하는 당신 되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다. 나이가 들면서 고집도 정비례한다. 그런 고집도 당신 연세가 되면 자식 눈치가 보일 때가 있나 보다.

어여 . 그러다 기차 시간 놓치겠다.”
아쫌. 알았다니까.  늦었어. 아직 시간 많이 남았어

50 아들과의 밀당 대화는 20 전에도 똑같았고, 30 전에도 똑같았다. 이제 가끔은 당신의 고집에 백기 투항해 드려야겠다. 이해를 하긴 어렵겠지만 굳이 이해할 필요가 없는 부모 자식 나이가   같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들어야  이유가 생긴 것이다. 


잔소리에 떠밀려 병원 문을 나왔고, 10분 거리에 있는 회기역으로 향했다. 도중에 베이커리 카페에서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잔을 들이켰던 걸로 기억한다. 지지난 주에는 척추관 협착증으로 풍선확장술을 받으셨다. 두 번째 받으시는 건데 연세가 있어서 수술보다는 시술을 택하셨다. 오늘은 서울로 퇴근해야겠다.




- 미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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