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짓고 살다보니 아쉬운 점들
“인터넷 또 끊겼어~~ 아씨, 열 받아. 아빠 아빠? 우리 집 인터넷은 왜 맨날 이래??”
나도 열받는다. 조용할만하면 가끔씩 들려오는 고2 아들놈의 쩌렁쩌렁한 투덜거림에 ‘게임하고 있을 때 두꺼비집을 확 내려버릴까?’라는 상상을 하곤 한다. 레전드 오브 레전드 뉴스 중 MBC 뉴스데스크의 ‘PC방 전원 차단’ 사건이 있다. ‘게임으로 인한 폭력성’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리기 위해서 멀쩡하게 운영 중이던 PC방의 두꺼비집을 갑자기 내려버린 것이다. 순간 PC방은 온갖 욕설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이 된다. 물론 우리 아들은 나한테 욕은 안 한다. 천만다행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우리집의 인터넷 회선은 거실 한쪽 벽에 수줍게 자리하고 있다. 집 안 통틀어 only one이다. 인터넷 공유기를 통해 무선으로 연결했지만 30평도 안되는 넓지도 않은 집인데 와이파이 감도가 낮았다. 회선이 하나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 시점은 집을 다 짓고 이삿짐을 옮긴 첫날이었다. 왜 몰랐을까? 몰랐던 게 아니라 거기까지 신경이 닿지 않았다. 아니면 작업반장님이 알아서 잘해줬을 거라는 절대 믿음이 작용한 탓인지도.
“아빠, 게임해야 하는데 인터넷 어떻게 연결해?”
“어?…………….…….. 음………”
집 안 벽을 모조리 훑어본 후 한마디 했다.
“거실에다 컴퓨터 놓고 게임하면 되겠네”
“헐 ??????”
2016년 당시 두 아들은 교과서에 나오는 그 유명한 ‘질풍노도’를 정통으로 맞고 있었다. 중3과 중2 같은 초6은 대동 단결하여 엄마 아빠의 애교 섞인 달램도 무시한 채 “거실에서 컴퓨터를 하느니 차라리 컴을 내다 버릴 거야”라는 반협박성 멘트를 서슴지 않았다. 증폭기까지 달아 겨우 방에서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해 주었지만 결국 두 손 두 발을 들었다. 2019년 KT로 인터넷선을 바꾸면서 집 앞 전봇대에서 직접 선을 따와 컴퓨터가 있는 방까지 연결했다. 이후로 조용하다.
집을 짓고 이곳으로 이사 오면서 이전 아파트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불편한 점들이 몇가지 있다. 반대로 좋은 점들이 더 많기 때문에 이 불편함들은 '그냥 조금 아쉽다'로 표현하는 게 맞을 거 같다. 당연히 잘 짜진 아파트의 동선이나 인테리어에 비할 바가 아니다. 작지만 새집을 짓고 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누구한테? 물론 와이프한테다).
아파트는 방마다 회선이 들어오니 크게 신경을 안 써도 되겠지만 집을 짓고 사는 경우에는 놓치기 쉬운 부분이다. 요즘엔 집에서도 휴대폰을 쓰기 때문에 전화선은 1라인 정도만 있어도 되고 없어도 사는데 불편한 점은 없다. 방송 케이블선은 안방과 거실에 각각 하나씩 있으나 현재 안방 1대만 쓴다. 나는 노트북이나 태블릿으로 인터넷을 많이 하다 보니 TV 시청이 적은 반면(그리고 사실 재미있는 프로가 별로 없다) 와이프는 휴대폰 게임을 하더라도 TV를 틀어놔야 하는 타입이다. 그래서 요즘엔 퇴근 후 매일 밤 1달 전 종영한 ‘빈센조’를 ‘들으며’ 잠을 청한다.
콘센트도 높이나 위치가 애매하다. 잘 짜인 설계도면에 따라 집을 지은 게 아니라서 벽 한가운데 덩그러니 있거나 높이가 낮아서 가구를 놓았을 때 뒷면이 애매하게 뜨는 경우가 많았다. 붙박이장이 많지 않으면 가구를 놓을 위치를 어느 정도 설계안에 포함해서 잡는 것이 중요하다. 콘센트는 되도록 벽면의 가장자리에 위치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전원주택 하면 상상하는 것 중 하나가 높은 천장과 그 천장에 멋지게 매달려 있는 샹들리에일 것이다. 뭔가 꽉 막힌 듯한 아파트 천장에 비해 훤히 뚫린 천장이 정서적으로 좋다는 얘기도 있다.
어렸을 적 우리집은 매우 잘 살았다. 누가 봐도 잘 산다고 할 수 있는 2층 집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단독주택이었는데 1층과 2층이 훤히 뚫려 있고 2층은 ㄷ난간으로 둘려쳐져 있었다. 천장에는 3구짜리 전등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초등학교 때까지도 난간 밖으로 다리를 빼고 걸터 앉아 1층을 내려다 보는 것을 좋아했다. 나이 먹고 몸집이 커지면서 나무 난간이 부서질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한 이후로 이 행동은 그만 두었다. 그것 빼고는 딱히 천장이 높아서 좋았던 기억은 없다. 대신 언제부턴가 거실에 난방을 하지 않았고 그 덕에 35세가 넘어서까지 집 안에서 까치발로 다니는 습관을 얻었다.
단층으로 집을 지어서 어릴 적 집보다는 훨씬 낮지만 다락 공간이 있어 대략 높이는 7m 이상은 되어 보인다(재본 적은 없다). '구해줘홈즈' 같은 TV프로그램에 나오는 집들 중 층고가 높은 멋진 집들을 보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와~ 저 난방비는 어쩔꺼야?"
그렇다. 겨울에 춥다. 멋지긴 하다. 근데 춥다. 아파트에서 생활하다 단독주택으로 간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춥다고 한다. 특히 층고를 높인 집은 내부온도를 유지하는데 더 많은 연료가 필요하다. 우리 동네는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아서 집집마다 큰 LPG통을 하나씩 두고 있다. 도시가스였다면 조금 더 저렴했을텐데 LPG를 쓰다보니 난방비가 많이 나온다. 겨울에는 30만원 정도 나올 때도 있다. 단열을 잘하고 비싼 창호를 사용하면 조금은 낮출 수 있겠지만 차이는 분명 있다고 생각된다.
또 한가지, 천장이 높으면 천장에 매달린 전등 수리가 어렵다. 집을 지을 때 전등은 직접 사서 달았다. 서울 을지로 조명거리에 가서 거실, 주방, 안방, 욕실 전등을 사와서 달았는데, 거실 등만 달지 못했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도 거의 꼭대기에 서서 달아야 하기 때문에 나처럼 고소공포증으로 똘똘 뭉친 사람에게는 무리였다. 전파사 사장님이 오셔서 달아주셨다. 전등이 8구 짜리인데, 현재 1개가 나간 상태다. 새로 전구를 갈았는데도 살짝 어둡게 켜지고 있다. 모른 척하고 산다.
아파트는 붙박이장 외에 다양한 수납공간들을 제공하고 있다. 집을 지을 때 이런 수납공간들을 살뜰히 설계에 포함시켰어야 하는데 놓친 것이다. 처음 집을 짓다 보니 방 개수에 더 집착했던 것 같다. 네 식구가 지내려면 최소 방이 3개는 나와야 하는데 단층에 방 3개, 거실, 주방, 화장실 2개, 다용도실을 우겨 넣으니 공간이 나올 턱이 없다. 다락도 큰 놈 방으로 쓰고 있어서 귀퉁이에 조그만 골방 하나를 수납공간으로 쓰고 있다.
5년 정도 살다보니 구석구석이 물건들로 쌓여가기 시작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 로드바이크 2대를 벽쪽에 걸어 두었는데, 그 아래에 짐들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신발박스부터 자잘한 물건들이 놓여 있다. 중문 코너에는 마트에서 산 생수, 선물 받은 상자들이 놓여 있고 계단으로 올라가는 구석에는 반려묘 모래, 대량으로 구매한 마스크 박스, 곽휴지 묶음 등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다락으로 올라가면 선풍기, 빈백(이쁘게 살아보려고 샀는데 안쓴다), 여행용가방이 길목을 지키고 있다.
전원주택하면 뭔가 멋지고 예쁜 그림이 그려져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말 그림 같은 예쁜 집을 원한다면 수납 공간만큼은 꼭 제대로 챙겨서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트렌드인 미니멀 라이프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닌가 보다.
매년 봄이 되면 한번씩 지붕에 올라간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내가 지붕 위에 올라가는 이유는 바로 목조주택이기 때문이다. 목조 주택은 뼈대도 나무지만 외부 곳곳에 나무를 많이 사용한다. 목재는 시간이 지날수록 뒤틀림이 생길 수 있어서 오일스테인을 발라 뒤들림을 방지해야 한다.
2층 높이는 목조로 짓기에 큰 무리가 없어서 전원주택 중에 목조주택이 많다. 새집증후군 같은 것도 거의 없다. 집 안에 편백나무를 많이 사용할 경우 피톤치드향이 은은하게 퍼져서 심신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 비가 오는 날은 특히 향이 더 진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이 부분은 아쉽다라기 보다는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라서 처음엔 당황했다. 하루 정도 잡고 하면 대충 칠하긴 하는데, 사다리를 이용해서 외벽을 칠하고 지붕까지 올라가야 하는 일이라 항상 조심해야 한다. 후들거리는 다리로 지붕위를 오가다 보면 아찔할 때가 많다. 지붕은 목조에 어울리게 붉은 스패니시 기와를 사용했는데, 이게 잘못 밝으면 깨져 버려서 발을 디딜때도 조심해서 디딘다.
나열해 보니 그다지 '치명적인 단점'은 없는 것 같다. 그냥 조금 불편한 정도고 감수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것들이다. 그에 반해 이점들이 무수히 많다. 층간소음이 없어서 아이들과 반려견, 반려묘가 마음 놓고 뛰어다닐 수 있고, 가끔씩 데크에 나가서 가족끼리, 아니면 지인들과 함께 바베큐 파티도 할 수 있어서 좋다. 여름에는 편하게 문열어 놓고 바람도 쐴 수 있고, 어닝 아래서 재즈를 틀어놓고 조용히 책도 읽을 수 있다.
불편한 것은 마음이요, 몸은 마음 먹기 나름이란다. 10개 중에 1개가 나쁘면 그 1개를 탓하기 보단 나머지 9개에 감사하면서 살면 된다. 오늘도 이 삶을 감사한다(누구한테? 물론 이것도 와이프한테다. 충성!).
- 미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