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랬지.
하루 중 널 만나는 시간이
하루의 전부였던 때가 있었지.
그땐 그랬지.
강대 후문을 나와 공지천을 돌아
남춘천역 앞 둑길까지 3시간을 걸어도
하나도 힘들지 않았던 때가 있었지.
그땐 그랬지.
교정에서 어쩌다 만나면
가볍게 손 흔들고 지나가다
뒤돌아 한참을 보던 때가 있었지.
그땐 그랬지.
술도 못 먹는 우리여서
초저녁부터 노래방에 앉아
‘아름다운 구속’을 부르던 때가 있었지.
그땐 그랬지.
추운 날 집으로 가는 정류장 앞에 서서
버스 오기를 기다리며
점퍼 안 서로의 손을 만지작대던 때가 있었지.
가끔 그래.
20년도 넘은 기억이지만
그 길을 걷다 보면, 그 장소를 지나다 보면
아직도 그때인 우리를 마주할 수 있어서
당신에게 고마워.
그때도 고맙고 지금도 사랑해.
- 미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