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조식을 먹으며, 곧 있으면 헤어질 어머님들과 주섬주섬 인사를 나눴다. 어떤 분은 친척집에서 며칠을 더 계신다고 했다. 이 전에도 환갑여행을 혼자 미국으로 오셨다는 용감한 어머님이었다. 역시나 오늘도 홀로 남으신다. 나는 60에 혼자 한 달이나 여행할 수 있을까.
"며칠 동안 잘 있었어. 고마워!"
나는 헤어짐을 잘 못하는 사람, 호텔방과 침대에게 인사를 했다.
막 나가려는 엄마를 침대에 눕혀, 애써 웃는 엄마 사진을 한 장 찍는다.
"잘 있다 간다"
오전 7시, 비행기 시간에 맞추기 위해 버스에 올랐다.
이른 아침이라 차가 막히지 않았다. 더 이상의 설렘은 없었다. 만남과 헤어짐의 순간은 그토록 달랐다.
설렘은 없었지만 떠나는 곳에도 분주함은 있었다. 캐리어가 무거워 얼마간의 짐을 빼냈고 몇 번에 걸쳐 무게를 다시 잰 후 가방을 부쳤다. 입국은 두려웠지만 출국 과정은 간단했고 나이스했다. 나만 빼면 말이다.
기내에 들고 갈 가방과 옷을 벗어 보안체크를 하고 기다리는데 어, 어 내 바구니가 다른 곳으로 간다. 이런 젠장. 내 가방엔 키보드랑 책 밖에 없는데.
한참을 기다리니, 거들떠도 안 보던 내 가방을 레게머리 직원이 가져간다. 나를 보며 으쓱. 그리곤 내 물건을 마구 빼낸다. 뭔데 뭔데 뭐가 걸린 건데. 엥. 물티슈? 입국할 때도 멀쩡했던 물티슈를 왜 출국할 때 잡는 거니. 물티슈를 체크한다. 그것도 액체라고 잡은 건가. 아무리 쥐어짜도 100ml가 될 것 같지 않은데...
돌려준다. 내 가방. 있지. 하나도 안 떨려. 난 이제 곧 떠나거든. ㅋㅋㅋ
가지 말라는 건지 미국이 잠시 나를 잡았다.
집에 가려니 갑자기 엄마가 된 뚱이와 나는 기다릴 아이들을 위해 마지막 달러를 온통 초콜릿과 바꾸었다. 한 바구니의 초콜릿을 담으니 달러가 없다. 이제 정말 비행기 탈 일만 남았군.
다행히 이번엔 창가 쪽 3석이 우리의 자리였다. 창가를 좋아하는 나는 창가석, 다리 아픈 엄마는 복도석. 책을 읽어보려 했지만 경쟁할 아저씨가 없으니 딱히 읽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오디오북을 틀었지만 피곤이 누적된 건지 자장가가 따로 없다. 잔다. 잔다. 드디어 잔다.
zzzz.... zzzz
"저희 비행기는 곧, 인천 공항에 도착합니다."
아, 드디어 도착했구나!
"영웅시대 여러분, 안녕히 가십시오"
헐~~~
얼마 전 만난 뚱이의 뒷이야기.
"그 승무원이 영웅시대래. 친구가 얘기해 줬어" ㅋㅋㅋ
친구는 도대체 그런 정보를 어디서 얻는 거니? 사뭇 궁금해진다.
가방을 찾고도 쉽게 헤어지지 못했다. 영웅시대 어머님들 모두 머뭇거리며 그 자리에 선채로 방장님의 해산 인사말을 들었다. 영웅시대로서 더 열정적으로 활동하자고 다짐하는 어머님들. 아쉬워하는 그녀들의 발걸음은 분주했다. 어느덧 저녁 6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부산에서 오신 분들은 또다시 비행기를 타러 가야 하는 늦은 시간이었다.
우리도 재빠르게 공항버스에 올랐다.
집으로 돌아갈 일만 남은 우리는 버스 안에 덩그러니 셋만 남겨졌다.
밤에 보는 서울은 어쩐지 LA보다 더 낯설게 느껴졌다.
문득 임영웅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생각해 본다. 난 입덕을 했는가. 아직 잘 모르겠다. 콘서트 내내 흘렸던 눈물의 의미가 무엇인가도 생각해 본다. 나는 왜 그렇게 서럽게 울었던 것일까. 무엇이 나를 울게 했던 것일까.
나의 눈물에는 '엄마'가 있었다. 죽을 뻔했던 엄마. 그리고 임영웅 덕분에 생기 있게 살아있는 내 엄마 말이다. 누군지도 모르는 그가 그저 고마웠다. 그런 그가 이번엔 뜬금없이 미국까지 날 데려가서는 눈물을 한바탕 쏟게 만들었다.
그를 처음 본 순간 알았다. 그는 내 엄마를 떠올리게 해 줄 사람이라는 걸. 그래서 먼 훗날, 엄마가 더 이상 내 옆에 없더라도 언제든 그가 내 엄마를 다시 불러내 내 앞에 보여줄 거라는 걸.
지금은 '엄마' 하면 임영웅이 생각나지만 언젠가 '임영웅' 하면 엄마가 생각나겠지.
그렇게 언제나 내 엄마를 만나게 해 주겠지.
그러고 보면 그도 이제 나에게 영웅인 건가. 엄마를 소환해 주는 영웅말이다.
엄마를 더 알고 싶어 슬쩍 영웅시대에 가입해 본다.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뜨겁다. 그녀들의 열정이!
어쩌다 영웅시대를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건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