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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Jul 20. 2023

소음으로부터 도망치다

노래를 잘하는 것도 악기를 잘 다루는 것도 아니지만 언젠가부터 음악은 생활의 일부였다. 공간을 완성하는 것은 음악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뭔가를 끊임없이 틀어놓곤 했다. 흥얼흥얼 거리며 음악 속에 나를 집어넣고 살짝 그 분위기에 취해 뭔가를 했었다. 


아이를 낳고는 그 흥얼대던 음악이 동요가 되었고 조금 더 지나니 유튜브 강의가 되었다. 한 번 빨려들자 헤어 나올 수 없던 난 매일 아침 잠옷을 입은 채로 열심히 강의에 참석했다. 그분들은 알았을까. 이렇게 열심히 강의를 듣는 열혈 구독자가 있다는 사실을. 


그런데 어느 날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듣지 않는다. 아. 무. 것. 도. 틀어 놓지 않으니 당연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이렇게 고요하게 있다 보니 작은 소리에도 무척 예민한 인간이 되어간다. 


음악을 틀어 놓지 않지만 하루 두 시간 정도 의도치 않게 노래를 듣는다. 아래층 누군가의 노래인데 내가 듣는 음악은 그의 노래가 전부다. 


그 시간이 다가오면 아. 내가 이렇게 고요하게 있었구나. 를 다시 한번 깨닫는다. 이어서 살짝 짜증이 밀려온다. 


아이의 조잘대는 소리에도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하교 후 쉴 새 없이 부르는 엄마소리에 불현듯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음악을 사랑하던 나 아니었던가. 언제부터 이렇게 고요한 인간이 되었을까. 


고요함이 좋았던 순간이 떠오른다.

반가사유상의 방에 들어갔을 때 아~ 이 방에서 나가고 싶지 않다.라고 느꼈던 순간. 그 정도로 고요함에 빠졌던 순간. 


특별한 약속이 아니면 카페에도 잘 가지 않는다. 소음에 섞인 음악이 시끄럽게 느껴져서다. 내가 원하는 것은 진공 상태의 고요함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가끔은 일부러 입을 벌려 진공 상태를 풀어보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면 이내 진공상태로 돌아와 있는 나를 발견한다. 


왜 이렇게 고요함을 좋아하게 되었냐고 물어본다. 음. 사실 난 굉장히 시끄러워. 머릿속이 너무나 시끄러워서 다른 소리가 들리면 귀가 떨어져 나갈 것만 같아. 머릿속에서 하루 종일 누군가가 말을 하거든. 여기에 다른 소리까지 들리면 아마 난 미처버릴지도 몰라.라고 누. 군. 가. 가. 대답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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