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어느 날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음악을 틀어 놓지 않지만 하루 두 시간 정도 의도치 않게 노래를 듣는다. 아래층 누군가의 노래인데 내가 듣는 음악은 그의 노래가 전부다.
그 시간이 다가오면 아. 내가 이렇게 고요하게 있었구나. 를 다시 한번 깨닫는다. 이어서 살짝 짜증이 밀려온다.
아이의 조잘대는 소리에도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하교 후 쉴 새 없이 부르는 엄마소리에 불현듯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음악을 사랑하던 나 아니었던가. 언제부터 이렇게 고요한 인간이 되었을까.
고요함이 좋았던 순간이 떠오른다.
반가사유상의 방에 들어갔을 때 아~ 이 방에서 나가고 싶지 않다.라고 느꼈던 순간. 그 정도로 고요함에 빠졌던 순간.
특별한 약속이 아니면 카페에도 잘 가지 않는다. 소음에 섞인 음악이 시끄럽게 느껴져서다. 내가 원하는 것은 진공 상태의 고요함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가끔은 일부러 입을 벌려 진공 상태를 풀어보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면 이내 진공상태로 돌아와 있는 나를 발견한다.
왜 이렇게 고요함을 좋아하게 되었냐고 물어본다. 음. 사실 난 굉장히 시끄러워. 머릿속이 너무나 시끄러워서 다른 소리가 들리면 귀가 떨어져 나갈 것만 같아. 머릿속에서 하루 종일 누군가가 말을 하거든. 여기에 다른 소리까지 들리면 아마 난 미처버릴지도 몰라.라고 누. 군. 가. 가. 대답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