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Y의 기도
비가 오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엔 비가 오지 않아 아이는 우산을 가져가지 않았다. 아니다 핑계다. 정확히는 우산을 학원에 두고와 우산이 없었다는 말이 맞다. 그런데 어느새 장대 같은 비가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창 밖을 바라보는 AMY는 슬그머니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비 오는 아침 우산을 들고 학교에 갔던 아이는 집에 돌아올 땐, 늘 빈손이다. 어제는 물통을 두고 왔고 그제는 태권도 가방을 안 가져왔으며 오늘은 우산을 두고 왔다. 비가 그쳐서 깜박했겠지 이렇게 넘어가는 것도 한두 번이지 이건 정말 해도 해도 너무 하다.
물건이며 옷가지를 늘 빠트리고 다녀 군대를 보냈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감기만 옴팡 걸려온 아이는 일주일이 지난 어느 날 급성천식 진단을 받았다. 습관을 고쳐보려 군대를 보냈으나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지 못한 채 애꿎은 병만 얻은 셈이다.
장마가 시작된 걸 알기나 하는지. 엄마의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걸 알기나 아는지. 이 짜식은 매일 싱글벙글이다. 웃긴 표정을 지은 셀카를 찍어 보여 주질 않나, 툭하면 허무맹랑 농담을 하질 않나, 내가 아이랑 살고 있는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나를 만만하게 보는 영악한 아이에게 휘둘려 살고 있는 느낌이다.
"내일 폭우가 쏟아진다는 데 우산 없어서 어쩔래? 내일은 학원 가서 우산 꼭 찾아와!"
이런 말을 하자, 아이는 엄마 속을 긁어놓기라도 하려는 듯 책가방을 머리에 이고 뛰어가는 시늉을 한다.
아쭈. 우산이 없어도 된다는 말이로구나.
좋다. 우산 없이 장마철 한 번 지내보자. 비가 이기는지, 네가 이기는지 이번 참에 알아봐야겠다. 비에 맞을 너를 걱정해 집에 있는 장우산을 건네주지 않으련다. 어쩌면 이 장마가 너에게 무언가를 알려줄지도 모른다. 우산 두고 다녔다가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음하하하.
이렇게 생각하면 너무 못된 엄마인가. 이러다 비 맞은 아이가 감기에 걸려 콜록콜록 기침을 하고 급기야 천식으로 진행이 된다면.
생각은 돌고 돌아 제자리에 앉는다. 아직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밖에는 그저 비가 내리고 있을 뿐이다. 아침엔 비가 내리지 않았고 우산이 없어도 되는 상황이었지. 하굣길에 비가 온다면 아이는 아이만의 방법으로 헤쳐나가지 않겠는가.
비나이다 비나이다. 아이가 하교할 땐 비님 제발 그쳐 주세요. 장마라 그칠 수 없다면 보슬비라도 내려주세요. 책가방이 푹 젖지 않게 해 주시고, 비님을 바라보는 아이의 머리에 우산을 떠올리게 해 주세요. 비나이다 비나이다. AMY는 오늘도 아무 말 없이 기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