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 들어가면 의사는 이름으로 나를 부른다.
이다님~~ 어서 오세요.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날씬하고 자그마한 남자 선생님은 언제나 모니터에 환자의 상태를 열심히 메모하는 중이다. 파란색 비닐 가운을 입고 온갖 도구를 얼굴에 몇 겹으로 쓴 모습이라 한 번도 제대로 된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뒤통수로 보이는 듬성듬성한 흰머리는 이내 그의 나이를 가늠케 한다.
음. 나랑 동갑이거나 2살 정도 나이가 더 들어 보인다.
그런 그분이 오늘은 뜬금없이 나를 어머님이라 부른다.
어머님~ 이제 병원 오신 지도 꽤 되셨죠. 이게 원래 오래가요. 여기 부분 부기가 가라앉아야 해요. 위약을 조금 더 처방해 드릴 테니 드셔보세요. 어머님이 열심히 하고 계시는 거 알고 있어요. 조금 더 힘내봅시다.
네.
그런데. 왜 갑자기 저를 어머님이라 부르시는 거죠.
진심으로 묻고 싶었지만, 네.라는 짧은 대답을 하고 진료실을 나왔다. 항상 이름을 불러주어 다정했는데 순간 나이 든 어머님이 된 느낌이었다. 하긴 누군가의 어머니가 맞긴 하지만.
이렇게 공식적으로 어머님이라 불린 건 처음이기에 괜스레 거울을 한 번 더 보게 된다.
얼굴 살이 너무 빠졌다. 급 어머님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