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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Oct 12. 2023

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니

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니~~

이 익숙한 멜로디가 매일 귓가에 울린다.

다음 가사는 도저히 모르겠는데 이 노래는 어떻게 나의 뇌리에 들어와 있는 걸까.


가을이라 가을바람이란 주제를 듣자마자 내 머릿속에 매일 울려 퍼지는 노래다.

살면서 가을바람을 생각해 본 적이 있던가. 주제를 듣자마자 가을바람이 머리에 내려앉았으니 글쓰기에 있어 주제란 정말 묘한 힘을 가졌다.


추석이 지나고 연달아 비가 추적추적 내리더니 급기야는 쌀쌀해졌다. 여름 내 걷고 달리던 산책로에도 가을이 내려앉았다. 아직 울긋불긋하지는 않지만 막바지 햇볕으로 모든 살아있는 것들을 바싹 태워 죽일 기세를 몰아 한 낮엔 제법 뜨겁다. 이럴 때 선크림이라도 바르지 않으면 가을 햇볕에 검은깨가 내 얼굴에 내려앉을 것만 같다.


언젠가부터 산책길에 웅크리고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줍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손에는 이미 두툼하게 늘어진 봉지를 하나씩 들고 있다. 그게 뭘까 자세히 들여다보니 도토리를 줍는 중이다. 여기 어디에서 도토리가 이렇게나 많이 떨어지는 걸까. 걷다 보면 간간히 발에 밟히지만 귀여워서 한 두 알 줍기만 했을 뿐 모아 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저렇게 주운 도토리로 도토리묵이라도 쑤려는 걸까.


아무도 없던 산책길에 나타난 어른들을 힐끗거리며 속도를 높여 달려본다. 비가 온 뒤로 산책로에 제법 쌓인 나뭇잎들이 바삭바삭 밟힌다. 나뭇가지도 밟힌다. 가끔은 나뭇잎들이 커다란 두꺼비 모양 같아 달리다 말고 멈춰 한차례 식은땀을 흘리기도 한다. 식은땀이 가라앉으면 괜히 속은 기분에 분한 마음이 든다. 분한 마음은 이상하게 다시 달릴 힘을 준다.


그렇게 가을바람과 막바지 태양을 받으며 나는 오늘도 달린다. 언젠가부터 발 밑을 보지 말자 하고는 나도 모르게 한 번씩 보고 만다. 두꺼비 트라우마가 꽤나 오래간다. 가을바람이 불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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