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병원을 이렇게 오랫동안 꾸준히 다닌 적이 있던가. 그것도 일주일에 두 번씩, 빼먹지 않고 꼬박 3개월을 말이다. 이제 병원이 친근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병원 문을 열었을 때의 떨림 따위는 내게 남아있지 않다. 그래서 목구멍이 괜찮아졌냐고 물어본다면 내 대답은 NO이다.
얼마 전 머리를 짧게 자르고 파마를 했다. 이것은 싱숭생숭하면 하게 되는 나의 오랜 습관이다. 머리카락에 힘이 생겨 돌돌 말리면 기분도 같이 끌어올려지는 느낌이라 이벤트처럼 좋아하는데 이번엔 폭망하고 말았다. 기분이 좋아지기는커녕 얼마간 있던 자존감도 덩달아 낮아졌다.
-파마하셨네요?
-아. 네. 2년에 한 번 정도 파마를 해요. 기분전환 삼아.
-아 그날이 그날이었군요. 어디 머리 좀 봅시다.
-네? 우리는 목구멍을 봐야 해요. 의사 선생.
병원을 오래 다니다 보니 우리는 이런 정도의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의사는 언제나처럼 내 혀를 잡고 새롭게 들였다는 카메라가 달린 후두경으로 내 목을 들여다본다. 카메라가 선명해지니 다소 희미했던 나의 후두가 아주 적나라하게 보인다. 에일리언 같기도 한 성대 주변. 저 부위가 불그스름하구나. 저기만 가라앉으면 좋으련만. 내가 보고 있는 화면은 나의 성대인데 마치 남의 것을 들여다보는 느낌이 든다. '아아' 소리를 낼 때마다 성대가 붙었다 떨어졌다를 반복한다. 소리를 내라는 말이 없어도 혼자 성대를 열었다 닫았다 의사 앞에서 묘기를 부려본다. 왜냐하면 우리의 대화 주제는 성대 주변을 보고 토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 최소한으로 약을 써봅시다. 궁극의 식도약 한 알을 남기고 모든 알약을 제거해 봅시다.
-올레!
나는 낫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궁극적으로는 소식을 하며(항상 위의 반을 채운다는 목표) 완벽하게 앉아서 자기로 결심한다. 그러다 비스듬한 자세에 깜짝 놀라 깨어나기도 하지만 위산이 치솟을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자고 생각한다. 의사는 학교선생님도 아닌데 내 목구멍은 과제도 아닌데 난 하루라도 빨리 칭찬을 받고 싶다.
-이제 병원 안 오셔도 되겠네요.
나는 이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나는 배가 고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