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생각을 하면 힘이 빠지다가도 지금 고치지 않으면 영원히 고칠 수 없다는 생각에 또다시 정보를 찾아 나선다. 그러다 3년을 고생하고 6개월 만에 완치한 어느 블로거의 글을 읽으며 희망을 엿본다. 그래 할 수 있다. 그 블로거는 내가 하고 있는 모든 방법을 추천하지만 단 하나 매우 강조하는 것이 있다. 절대 소식할 것.
소식. 너무도 간단해 보이는 이 지침이 내 머리에 들어온다. 그러니까 이건 뭐 그냥 초강력 울트라 다이어트를 하라는 말이다. 그 지침을 따르기 시작하자 안 그래도 샐러드를 좋아하는 내 식단은 완전한 채식 식단으로 바뀌었다. 먹을만한 식재료들을 깍둑썰기해서 냉장고에 넣어둔다. 배가 고프면 조금씩 그것들을 먹는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다. 어느새 나는 도토리를 쉴 새 없이 갉아먹는 다람쥐가 되었다.
이렇게 먹고 나자 갑자기 살이 찌기 시작했다. 벌써 2킬로그램이나 바짝 올라와 내려갈 기미가 없다. 뭘 먹었길래 살이 찐다는 건가. 나는 그저 고구마와 각종 야채들을 먹고, 배가 고파서 그것들을 수시로 씹어 먹고, 저녁을 먹어도 배가 고파 아들과 빼빼로를 좀 먹었을 뿐인데.
그다음 날도 비슷하게 먹고 또 배가 고파 갑자기 생긴 뿌셔뿌셔를 먹었을 뿐인데. 근 10년 동안 입맛이 돌지 않던 나는 희한하게도 야채를 소식하며 잃어버렸던 식욕을 되찾았다. 먹지 말라니까 더 먹고 싶고 안된다니까 더 입에 넣고 싶은 심리적 요요에 단단히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먹지 말라는 과자를 이틀 연속 먹고 나니 죄책감이 밀려온다. 걸으면 뭐 하나. 채식을 하면 뭐 하나. 먹지 말라는 과자를 잔뜩 먹으니 위산이 마구 분비되는 느낌이다. 아 속 쓰려. 이 모습을 보는 아들에게 창피하다. 저녁밥을 먹은 뒤 아들과 과자를 봉지째 먹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란. 평소 과자 먹는다고 구박하던 엄마의 모습이 아이의 눈에 얼마나 줏대 없이 보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