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은 주위의 모든 잡념, 방해물들을 차단하고 원하는 어느 한 곳에 자신의 모든 정신을 집중하는 일이다. 어떻게 그런 상태가 되는 걸까. 카페에 막 도착했을 땐 분명 어떤 여성 두 분이 심각하게 대화하는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저런 대화는 듣고 싶지 않아. 이런 나의 생각과는 별개로 내 귀는 그들의 음성언어를 귀 속에 집어넣고 뇌에선 그것을 분석하고 해석하느라 정신이 없다.
괜히 나왔나. 집에 있었으면 조용하게 있었을 텐데 뭐 하려고 바리바리 챙겨 카페라는 곳에 온 걸까. 책을 꺼냈다. 이 책은 다 읽고 가자. 무슨 욕심인지 3권이나 챙겨 왔다.
집중이 안 될 땐 번쩍거리는 핸드폰 알림 불빛이 제일 먼저 보인다. 알림 메시지가 수시로 들어온다. 계정을 없애버리면 이런 메시지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잠시 하다가 아니야 아니야, 그럼 고립되고 말 거야.라는 생각을 하며 핸드폰을 내려놓는다.
집중하면 되지. 환경을 탓하지 말자. 드디어 책을 펼친다. 새 챕터를 펴고 몇 줄을 읽는다. 그 순간 한 커플이 내 옆 소파에 자리를 잡는다. 휴. 두 팀의 대화가 웅성웅성 섞이며 귀가 팔랑거린다. 나도 모르게 키보드를 집어든다. 집중이 안되니까 자꾸 말이 쏟아져 나오려고 한다. 내 옆엔 아무도 없지만 말을 하고 싶으니까 이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평소엔 하고 싶은 말이 아니었는데 카페에 오니 괜히 말이 하고 싶어 진다.
타다 타다... 이런 말이 하고 싶었나.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손가락이 알아서 대신해 준다. 말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손가락은 타다 거리고 내 주위의 대화는 끝도 없이 이어지고 내 맘속의 말들도 끝도 없이 흘러내리고 그 사이 한 편의 글이 완성되어 간다. 어느새 주위의 대화가 들리지 않는다. 난 이 순간 온전히 혼자다. 완벽한 몰입이다. 들리는 건 오직 피아노소리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