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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Jan 09. 2024

이웅정

사실 엄마가 중학교 때 네 이름을 지어놨다. 짜르트 어떠냐 윤짜르트 아님 윤토벤.

엄마. 난 윤가니니야. 몰랐어?

어...그래....


열 마디를 하면 한 마디도 지지 않는 아이.

이름 짓기가 취미였던 엄마를 닮았는지 해마다 제 별명 짓기를 즐기는 아이.

단 한순간도 입을 다물지 않는 아이. (제발 입을 좀...)

이 아이가 (미치도록 사랑하는?)내 아들이다.


윤나무가 아니어서 다행이지 않니?

나무였다면 아휴. 친구들이 얼마나 놀렸을까.

윤나무라고 지으려던 이름을 학교 들어가면 놀림받는다는 이유로 딱 하루 고민 하고 바꿔버렸다.

선비 같은 이름 윤지후로.(선비가 되길 바랐단다)


지후야. 오늘부터 난 이웅정 할게. 넌 윤흥민 해라.

우리 손흥민 선수 아빠랑 손흥민 선수처럼 열심히 해보자.

밤마다 손흥민선수 책을 오디오북으로 듣고 자는 아이에게 슬쩍 손흥민선수 이름을 들먹거려 본다.

윤가니니였던 아이는 어느새 윤흥민이 되었다고 좋아한다.


난 오늘부터 엄한 엄마 이웅정이다. 오늘부터 우린 기본에 충실한다.
알겠나 윤흥민!



이름 놀이에 푹 빠져 스스로를 흥민이라며 신나 하는 아이.

이 정도면 우린 겨울방학을 알차게 보낼 수 있을까?


아빠가 무서워 꼼짝없이 기본훈련을 해야만 했다는 손흥민 선수 이야기를 들으니 나도 그런 엄마가 되고 싶다. 카리스마 있는 엄마. 이웅정. 난 오늘도 팔짱을 끼고 아이 이름을 부른다. 윤흥민 기본에 충실한다!



아이는 태권도를 그만둘 테니 축구를 시켜달라고 한다.

윤흥민 부작용이다.


엄마는 아이를 키운다고 생각하지만 아이 또한 엄마를 키우는 중이다.

나는 이웅정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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