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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Dec 19. 2023

어떤 부고

소식을 들었을 땐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죽었구나. 크리스마스가 며칠 안 남았는데 하필 며칠 전에 죽었네.

크리스마스를 지나고 죽었으면 조금 더 나았을까. 새해라도 보고 죽었으면 조금 더 나았을까. 날도 추운데 하필 오늘 일건 뭐람... (이 생각은 살아남은 사람의 생각이다. 추위는 죽음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래서 누가 온대?

첫째 딸이 터키에서 오고

둘째 딸이 미국에서 오고

막내아들은 군대에서 온대


동생들은?

첫째 동생은 태국에 있고

둘째 동생은 연락이 안 되고

셋째 동생이 막내 동생과 서울역에서 만나 같이 온대.


셋째랑 막내는 춥겠다.

(하필 추운 겨울이라고 생각한 건 역시 살아남은 사람의 생각이다.) 


부인은?

부인은 다행히 얼마 전에 외국에서 돌아왔대.

그런 느낌이 있나 봐. 이제 곧 이 사람이 떠나겠구나 하는 느낌말이야.


그래도 다행이다. 

내내 혼자였지만,

마지막엔 뿔뿔이 흩어졌던 가족이 모이네. 


갑자기 눈물이 나려 하네. 

하필 눈이 오려하네.

춥겠다. 

상관없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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