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무엇부터 구매할까요?
새해 들어 무언가를 구매하기 전 생각해봐야 할 것
2020년 새해가 되었습니다. 새로운 해에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시작하려는 여러분들에게 저 또한 하나의 제안을 드릴까 합니다. 어떻게 보면 제가 몸담는 패션 분야에서는 원치 않는 방향일 수 있지만, 쇼핑 생각을 멈추시고 옷장을 먼저 열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자신이 지금까지 입었던 옷을 사진으로 혹은 SNS로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어떤가요? 뭔가 일관된 것을 찾으셨나요? 아니면 중구난방처럼 이도 저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진 않나요? 혹은 어떤 옷이 부족하다고 느껴지시나요?
출처 : Google / 입을 옷이 없어 고민인가요?
우린 옷을 매번 사도 입을 게 없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때 분명 잔뜩 사둔 세일 상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매일 아침 고민에 빠집니다.
하지만 사실 여러분의 옷장에 옷은 가득하고 부족함이 없습니다. 베이지 코튼 팬츠가 있고 네이비 블레이저도 있을 겁니다. 화이트 셔츠는 물론 있을 것이며 블랙 울 터틀넥도 있을 겁니다. 세상에 있을 만한 옷은 웬만큼은 다 있는 게 우리의 옷장입니다. 지금 여러분이 사야할 것은 옷이 아니라 확신입니다.
부족한 건 옷이 아니라 스타일의 방향성입니다.
많은 분들이 저에게 묻습니다. 어떻게 하면 옷장을 채울 수 있고 어떻게 하면 매일 입을 옷이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지요. 답은 하나입니다. 스타일의 일관성을 갖는 것, 즉 방향성입니다. 입는 방식뿐 아니라 컬러의 스펙트럼, 스타일 종류를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으로 정해놓고 그에 맞게 옷장을 채워나가면 부족한 일은 없습니다. 아쉬운 부분은 점차 비슷한 스타일로 넓혀 나가는 것입니다. 그래야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을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어떤 옷을 사야 하는지, 정말 구매가 필요한 것과 충동적이고 나중에는 쳐다보지도 않을 것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 현대적인 클래식을 지향합니다. 컬러는 블랙, 네이비, 그레이, 화이트를 기본으로 베이지, 아이보리 핑크 정도를 포인트 컬러로 사용합니다. 슈트를 중심으로 비즈니스 캐주얼 스타일을 근간으로 두고 있습니다. 구두는 보통 블랙, 스웨이드 정도를 브라운 컬러를 신고 스니커즈는 클래식한 나이키 코르테즈나 커먼 프로젝트의 베이식하면서 고급스러운 아킬레스 로우를 신습니다. 이렇게 옷장을 채우다 보면 전 하나의 방향성이 생깁니다.
무엇보다 세일을 하더라도 저의 스타일에 맞지 않는 옷은 사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어글리 슈즈가 엄청난 가격으로 할인을 해도 구매하지 않습니다. 그저 가격이 많이 내려갔구나 정도입니다. 물론 자라 같은 SPA 브랜드에서 세일을 한다 하더라도 시도는 하지 않습니다. 어글리 슈즈에 어울릴 옷은 저에게 없기 때문입니다.
컬러에 대한 고민도 사라집니다. 근간으로 두는 컬러 외에는 옷장을 생각하면서 선택합니다. 가끔 제 의도와 다르게 그린, 카키 컬러가 눈에 띌 때도 있지만 결국엔 선택하지 않습니다. 그와 맞는 옷을 입으려면 사실상 한 옷을 다 구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구매로 이어지게 되면 결국 우린 낭비를 하고 그 옷이 나중에 섞이면 서로 입기 어려워 입을 옷이 없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자신의 스타일을 찾기 어려웠던 분들에게도 분명 어울렸던 옷이 혹은 스타일이 있을 겁니다. 다가오는 주말에 자신의 옷장을 한번 다 열어놓고 그중에 자신에게 무엇이 가장 잘 어울렸는지 골라봅니다. 내가 입었을 때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 혹은 많은 사람들이 칭찬해 준 것을 고릅니다. 그게 여러분의 스타일이 되는 것입니다. 그 기준으로 옷장을 정리하면 됩니다. 모든 스타일의 발현은 그다지 대단하지 않습니다. 사소한 니트 컬러의 만족에서부터 여러분의 스타일은 시작됩니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는 것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답은 가까운 여러분의 옷장과 사진첩에 있습니다. 본인이 입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 혹은 주위 사람들이 칭찬해준 것이 당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이고 스타일입니다. 화려한 스타일만이 답이 아니듯, 지금 유행하는 옷이 답이 아닙니다. 스트리트 스타일이 트렌드인 요즘 전 여전히 더블 브레스티드 슈트에 블랙 슈트를 신고 다닙니다. 그 어느 누구도 뭐라 할 수 없는 저만의 스타일입니다.
언제까지나 세일하는 브랜드에 가서 어울리지 않을 옷을 보고 고민하지 마세요. 이제 여러분에게 필요한 건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장하는 것입니다. 스타일의 확고한 정립과 확장, 2020년의 여러분의 다짐 중 하나이길 바랍니다.
그 스타일을 확립하는데 저의 컬럼이 올 2020년에도 꾸준히 도와드릴 겁니다.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