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수채화 아니고 구두 관리하는 방법입니다.
끝날 것 같은 장마는 아마도 여름 내내 지속되려는 모양입니다. 한창 더웠던 시간을 지나 다시 비가 시작되고 일기 예보는 온통 비 표시뿐이네요. 22년 올해는 무서운 더위가 없어서 다행이긴 하지만 (지구 반대편 유럽에서는 살인적인 더위로 힘든 세상입니다.) 비가 계속 내리는 것에도 장단점이 있겠죠. 특히 옷을 좋아하거나 구두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비가 장기간 지속되는 건 쉽지 않은 컨디션입니다. 특히 구두 에게는요.
구두를 좋아하거나 자주 신는 분이라면 여름 우기 시즌의 습기와 직접적인 비에 대한 관리와 대처가 필요합니다. 옷과 구두는 구매할 때 잘 맞는 것과 본인에게 어울리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구매 후의 관리가 수명을 결정합니다. 또한 신는 동안의 컨디션을 결정하기 때문에 관리는 귀찮아도 꼭 해야 하는 것입니다. 마치 우리가 세수를 하고 로션을 바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생각하면 됩니다.
그렇다면 어떤 관리를 해야 할까요?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귀찮을 뿐. 습관을 들인다면 이마저도 즐거운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구두는 구조적인 형태를 지니고 있습니다. 구두를 만들 때 발 모양의 나무 조각에 가죽을 대고 형태를 만듭니다. 그렇기에 구매 후에 형태가 무너지지 않고 유지되기 위해선 그에 맞는 구조물을 넣어 놓는 것이 좋습니다. 구두에 끼어 넣어 형태를 유지시키는 장치를 '슈트리'라고 부릅니다. 보통 나무로 만들어져 단단하게 구두의 형태가 유지되는 것을 도와주고 또한 구두가 숨을 쉴 수 있도록 우드 소재가 습기를 조절합니다.
슈트리는 다양한 브랜드와 구매처가 있습니다만 가장 좋은 선택은 구매한 브랜드의 슈트리를 구매하는 것입니다. 각 브랜드마다 고유의 라스트 (구두의 라인을 표현) 디자인이 있고, 브랜드의 슈트리는 라스트에 맞춰 디자인되어 출시됩니다. 구두를 가장 잘 보관하기 위해서는 구매한 브랜드에 맞는 라스트를 가진 슈트리를 끼어 넣는 것입니다.
하지만 매번 구두와 슈트리를 동시에 구매하기 어려울 때가 있고 이미 구두만 사놓은 경우가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는 아주 독특한 디자인의 구두가 아닌 이상 슈트리로 유명한 브랜드에서 사이즈를 선택해 구매해도 좋습니다. 사이즈는 구매하는 페이지 혹은 판매자에게 문의하면 됩니다. 완벽한 사이즈가 아닌 적당히 맞아 들어가는 사이즈 라인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슈트리가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가격이 3만 원 이상 나가기 때문에 모든 구두에 끼어 넣기에는 부담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슈트리도 괜찮은 대안이 됩니다. 가운데가 스프링이라 기존의 슈트리보다는 팽팽하게 전체를 잡아주는 느낌은 덜하지만 앞부분이 나무로 만들어져 있고 구두의 앞부분이 구겨지는 것을 보완하기에 좋습니다. (구두가 주름 지는 것은 보통 앞부분이 대부분입니다.)
어떤 것이든 슈트리를 끼워 넣는 것이 비를 흠뻑 맞은 구두 가죽이 뒤틀리는 것을 막기에 가장 좋습니다.
좋은 구두의 조건 중 하나는 홍창입니다.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만 구두 바닥이 홍창으로 되어 신는 사람의 발에 맞춰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형태입니다. 라스트가 슬림하게 디자인할 수 있어 더 고급스러운 포멀 느낌을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홍창은 바닥이 미끄러워 보통 길거리가 아스팔트가 아닌 돌 같은 것으로 되어 있던 유럽에 적합한 옵션입니다. 한국에서는 미끄러지기 좋은 게 홍창입니다. 그래서 보통 홍창으로 1-2번 신다가 밑창을 보강하게 됩니다. 홍창의 의미가 없어질 수 있습니다만, 미끄러워지는데 이를 그저 신을 순 없으니까요. 그리고 보통 좋은 구두나 고가의 브랜드는 보통 홍창인 경우가 많습니다.
비가 오면 홍창은 최악의 상황을 맞이합니다. 갈라지고 벌어지기 때문이죠. 밑창을 보강하여도 전체를 보강하지 않기에 오픈되어 있는 홍창 부분은 갈라지게 됩니다. 이미 제 구두도 그렇고요.
그렇기에 매우 비싸고 좋은 자리에서 신을 것이 아니고 여름에 주력으로 신을 구두, 로퍼라면 홍창이 아닌 러버솔로 된 것을 구매하는 걸 고려해도 좋습니다. (지난 로퍼 칼럼에서 언급한 것처럼 로퍼는 겨울이나 늦가을 같은 기온이 낮을 때 신기에는 부적합한 스타일입니다.) 러버솔은 고무로 밑창을 디자인한 것으로 비나 눈에 강하고 교체가 쉽습니다. 편한 만큼 다른 것이라면 홍창에 비해 캐주얼한 느낌이 강합니다. 라스트가 날카롭고 슬림하기보다는 조금 더 둥글고 두껍습니다. 만약 매우 포멀 한 느낌을 원한다면 잘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만, 러버솔이라고 해서 모든 브랜드가 그런 것은 아니니 여러 디자인을 고민해보고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의 경우 '까르미나 (CARMINA)'의 러버솔 첼시 부츠를 자주 신는데 이 부츠는 러버솔임에도 불구하고 라스트가 날카롭고 드레시하면서 러버솔의 장점인 부담 없는 착용감이 있습니다.
가죽은 가공을 하긴 했지만 동물의 피부였습니다. 그렇기에 습도가 중요하고 적당한 건조함이 중요합니다. 비에 젖었다면 잘 말리는 것이 중요한데 만약 햇빛이 잔뜩 들어오는 곳에 말린다면 피부가 다 말라비틀어질 것입니다. 우리의 피부가 그러한 것처럼 말입니다.
비에 젖은 구두는 부드러운 헝겊으로 살며시 닦아준 다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나무 슈트리를 끼워 두고 그늘에 말리는 것이 좋습니다. 습기는 최대한 없는 곳에서 말려야 구두는 기존의 모습까진 아니더라도 최상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잘 말리는 것은 가장 중요한 관리법입니다.
옷이나 구두 모두 입고 신다 보면 가해지는 힘이 있습니다. 우리가 입고 신다 보면 힘이 들어가고 이를 당기고 누르게 됩니다. 그렇기에 온전히 쉬어주게 해주는 게 필요합니다. 구두는 한번 신었다면 다음 날은 신지 말고 슈트리에 넣어서 잘 말려주어 쉬게 해 주어야 온전하게 돌아오는 데 도움이 됩니다. 매일 신게 되면 관리를 잘해주어도 뒤틀리거나 무너지는 현상을 막기에는 어렵습니다.
오늘 신었다면 특히 비가 온 날이었다면 위에서 언급한 캐어를 해 준다음 하루 정도 쉬게 해주는 것을 추천합니다. 사람이 그러하듯 구두를 쉬게 해주는 것이 온전한 형태로 오래 신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구두를 관리하는 것은 마치 사람을 대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피로가 쌓였으니 신었다면 하루를 넘겨 신을 것이며 형태가 무너지지 않게 지탱할 수 있는 슈트리를 넣어주면서 겉을 깔끔하게 닦아주는 것 말입니다. 어떠한 구두도 한 시즌만 신고 버리기에는 아깝습니다. 가격이 얼마가 되든 간에 자신의 발에 잘 맞는다면 꾸준히 관리해주면서 잘 길들인다면 오랫동안 최고의 구두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