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비스포크 슈트를 갖고 싶다면!
남성에게 슈트는 근사한 아이템입니다. 그중 비스포크, 맞춤으로 만드는 슈트는 최고로 근사한 아이템입니다. 오직 나만을 위한 옷, 나를 위해 만들어진, 나만 입을 수 있는 옷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마음이 들게 합니다. 결혼, 승진, 주요한 행사 등 중요한 이벤트가 있을 때 만드는 맞춤 슈트, 비스포크 슈트는 평소에 슈트를 즐기는 사람이 아니면 더 어렵습니다. 테일러가 알아서 해줄 거라는 생각으로 진행했다가 몇 번 입어보지도 못하고 버리거나 결과물이 애초에 마음에 안들 수도 있습니다. 테일러는 전문가이지 내 마음을 꿰뚫는 사람은 아니니까요.
그럼 성공적인 비스포크 슈트를 만들기 위해선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는지, 어떤 식으로 진행해야 하는지를 적어보았습니다. 어렵지만 쉽고, 걱정되지만 기대되는 나만의 비스포크 슈트를 더 완벽하게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말입니다.
비스포크 슈트는 나만을 위한 옷입니다. 그러니 본인의 취향을 고스란히 담아야 합니다. 비스포크 슈트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생각하는 혹은 기대하는 스타일이 있을 것입니다. 진한 네이비의 세련된 싱글 투 버튼 슈트라던지, 진중한 차콜 그레이 컬러에 몸을 감싸는 더블 브레스티드 슈트라던지 말입니다. 정확히 어떤 스타일을 원하는지 인터넷을 통해 검색을 하고 이를 가져가는 게 좋습니다. 누가 입었는지 상관없이 자신의 취향에 부합하는 이미지면 충분합니다. 검색과 검색을 통해서 찾아보고 마음에 드는 것을 컬러, 디자인, 디테일까지 모두 확인하고 저장해두시길 바랍니다. 말보다 이미지가 더 정확한 전달이 됩니다.
이미지를 준비하듯 원하는 컬러를 먼저 결정하고 테일러와 만나는 것이 좋습니다. 컬러 안에서도 수많은 컬러 계열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그레이를 선택하면 라이트 그레이- 미들 그레이 - 다크 그레이 - 차콜 그레이 등 세분화되어있고 각각의 컬러군 안에서도 어떤 컬러와 섞였는지에 따라 오묘하게 달라지게 됩니다. 만약 컬러를 결정하지 않고 미팅을 진행하게 되면 이 수많은 컬러 군에서 선택을 하는 어려운 상황에 부딪히게 됩니다.
원하는 이미지에 부합되는 컬러를 선택하면 됩니다. 보통 사람들이 네이비와 그레이 중 고른다고 해서 꼭 둘 중 하나를 고를 필요는 없습니다. 본인에게 잘 어울리는지 혹은 좋아하는 컬러인지 생각하고 진행하면 됩니다. 만약 그래도 결정하기 어렵다면 테일러에게 어울릴만한 컬러를 골라달라고 요청해도 괜찮습니다. 다만 테일러의 취향이 섞인다는 것은 잊지 말아야 합니다.
목적에 따라 옷의 스타일은 바뀝니다. 비즈니스용이라면 직선적이고 무난한 디테일과 단단한 어깨 패드가 디테일일 것이고, 캐주얼이라면 부드럽게 떨어지는 가벼운 어깨와 디테일이 더 들어간 기교 넘치는 스타일을 만들 수 있습니다. 웨딩이라면 선택에 따라 기교가 넘치던 혹은 간결해질 수도 있습니다.
비즈니스용으로 만들어진 비스포크 슈트는 그 특유의 간결하면서 강직한 느낌 때문에 다른 아이템과 섞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비스포크 슈트의 블레이저와 다른 팬츠의 연결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확히 비즈니스 용도로 만들어진 슈트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한 벌만 입는 다면 상관없지만 다양한 크로스 코디를 생각한다면 캐주얼 디자인의 면도 생각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어찌 되어 든 목적을 꼭 구분하고 결정하고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슈트라는 것은 결국 옷입니다. 시기를 타게 되는 법입니다. 만약 슈트를 입어야 할 시기가 여름이라면 강연사로 만들어진 가볍고 청량한 슈트 소재를 선택하면 되고, 겨울이라면 플란넬 특유의 도톰하고 부드러운 소재를 선택하면 됩니다. 특정한 시기가 아니라면 봄과 가을에 입는 일명 '사계절' 소재가 좋습니다. 특별히 덥거나 추운 시기가 아니면 입을 수 있는 소재라는 점에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저는 보통 이 소재를 추천하는데 입을 수 있는 절대적인 기간이 길기 때문에 활용도가 높습니다. 사계절 활용 가능한 소재를 선택하고 이야기하면 테일러는 그에 맞는 좋은 원단을 제안해드릴 겁니다.
테일러는 기술을 가지고 우리가 원하는 것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사람입니다. 말하지 않고는 고객의 마음속에 있는 요구 사항을 만들 수가 없습니다. 침묵은 금이라지만 여기서는 아닙니다. 누구보다 수다쟁이가 되어야 내 진심이 전달되고 현실인 옷으로 만들어질 것입니다. 원하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테일러가 제안하는 의견들을 경청하세요. 무엇보다 나의 상상이 테일러의 현실과 만나면 그게 곧 슈트가 됩니다. 많은 이야기 속에 만들어지는 것을 기대해보세요.
대화를 하면서 어떤 취향을 좋아하는지 이야기해야 합니다. 블랙 컬러가 좋은 이유가 시크한 느낌이라면 스타일에서도 시크한 스타일을 만들 수 있는 디테일과 핏을 추천할 것입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클래식한 스타일로 취향을 가져가고 싶다고 이야기한다면 그에 맞는 디테일한 클래식 요소를 만들어 줄 것입니다. 취향에 대한 어필은 옷을 만드는 전반적인 스타일을 결정짓는 것이니 명확하게 말해야 합니다.
테일러는 전문가입니다. 비스포크의 전문가이기에 우리는 그에게 시간과 돈을 맡기고 원하는 슈트를 요청하는 것이죠. 그러니 전반적인 것을 맡기는 마음이 필요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것을 모두 수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테일러의 말에 꼬투리를 잡거나 하라는 것이 아닌, 그들이 추천하는 것을 모두 맡기는 것보다는 명확히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라는 뜻입니다. 예를 들면 재킷의 기장이 이 정도면 좋다고 말을 해도 본인이 판단했을 때 더 길어야 우아한 느낌이 들 것 같다고 판단된다면 이를 명확하게 이야기하고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결국 옷, 슈트는 우리의 것이니 의견을 나누어 맞춰나가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옷을 수정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는 중간 가봉입니다. 보통 2번의 가봉을 보는데 특히 2번째 가봉에서 옷의 어느 정도 가닥이 보일 것입니다. 이때 거슬리는 것을 수정하지 않으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가봉을 보면서 면밀하게 관찰하고 질문하고 이해해야 합니다. 가봉이라는 것은 옷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고객과 테일러의 일종의 합의를 하는 시간입니다. 이때 말하지 않고 완성돼서 말해봤자 수정은 어렵습니다. 늘 꼼꼼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합니다.
가봉에서 수정할 수 있지만 완성하고 나서 기장이나 품 정도는 수정할 수 있습니다. 비스포크 샵은 자사의 고객들을 위해 언제나 수선 서비스를 하지만 완성되고 나서 피팅할 때 다시 한번 명확하게 보고 수정할 수 있는 부분을 꼬집고 가는 것이 좋습니다. 괜찮겠지 라는 생각으로 넘겼다가 매번 입을 때마다 생각나는 옷이 된다면 분명 옷장 속에서 조용히 없어질 테니까요.
옷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라면 스타일링이 가장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테일러는 옷을 맞추기도 하지만 스타일링을 매일 하는 직업입니다. 내가 맞춘 슈트에 걸맞은 스타일링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니 그간 보여주었던 이미지를 바탕으로 어울릴만한 셔츠와 타이 등을 추천받아보시기 바랍니다. 특히 좋은 것은 비스포크 샵에서 셔츠를 함께 맞추거나 그곳에서 판매하는 클래식 타이를 구매하는 것입니다. 테일러가 슈트에 잘 어울리게끔 만들어 줄 테니 말입니다.
비스포크 슈트는 어렵지만 매력적인 옷입니다. 세상에 나만을 위한 옷이라는 절대적인 매력, 그 옷을 얻기 위해서는 귀찮고 까다롭지만 해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꽤 값이 나가는 옷이고 환불이나 교환이 안 되는 아이템입니다. 누구보다 까다롭게 하지만 흥미롭게 비스포크 슈트를 맞추어 나간다면 후회 없이 매력적인 슈트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