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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key Apr 05. 2023

로퍼를 고르고 신고 즐기는 법

아주 작은 팁이지만 전부가 될 로퍼의 이야기

 

 거의 매일 포멀 하게 입고 다니는 저도 가끔 편안한 구두를 찾습니다. 매일 칼 같이 떨어지는 슈트를 입지 않듯이 캐주얼한 클래식 스타일에는 다소 한 템포 내려놓은 스타일의 구두를 신는데 그것이 바로 ‘로퍼’입니다. 끈이 없고 편하게 신고 벗는 게 가능하며, 여유로운 느낌을 주는 구두 말입니다. 거의 일주일에 2번 이상은 신는 것 같네요.

 로퍼의 편안함은 굳이 설명 안 해도 잘 아실 겁니다. 신고 벗기가 편한 것도 좋지만, 특히 끈 없는 디자인으로 발등을 덮는 스타일이라 특별할 것 없이 발에 꼭 맞게 들어가는 형태는 부담 없이 막 신기 좋습니다. 무엇보다 양말을 신거나 맨발에 신어도 무방한 스타일입니다. 물론 스타일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겠지만 말이죠.

 하지만 로퍼에도 격식은 있어야 합니다. 여유 있는 캐주얼을 입더라도 갑작스러운 중요한 자리에 초대받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캐주얼한 클래식 스타일에 스니커즈가 아닌 로퍼를 신는 이유는 결국 편안함과 동시에 격식을 잃지 않으려 하는 일종의 욕심 때문입니다. 그럼 언제 어디서나 격식이 가지면서도 편안한 착용이 가능한 로퍼는 어떤 것일까요?


디자인으로 본다면 날카로운 디자인의 로퍼가 격식 있는 캐주얼을 가지게 해 줍니다. 로퍼라는 구두 자체는 캐주얼한 스타일이지만 라스트(구두의 앞모양을 지칭하는 단어) 모양에 따라 어느 정도의 포멀함을 가질 수 있습니다. 보통의 로퍼는 둥근 곡선의 라스트를 많이 보여주는데, 날카롭게 디자인된 라스트는 드레시하고 포멀 한 느낌을 가지게 해 줍니다. 날카롭게 그려진 라스트의 앞부분이 길게 되어 있는 디자인은 팬츠의 선과 연결되어 드레시한 느낌을 강하게 전달해 주죠. 로퍼의 편안한 착용과 함께 포멀 한 격식을 동시에 갖는 장점이 있습니다.

출처 : Google / 라스트가 아찔하게 날카로운 로퍼는 격식 있는 팬츠의 스타일과 잘 어울립니다.


 제가 입는 팬츠는 보통 칼 같은 앞주름이 있습니다. 울 팬츠, 면 팬츠, 아니 데님까지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 날카로운 라스트 로퍼가 잘 어울리고 실패 없는 멋진 조합을 이룹니다. 만약 갖고 있는 로퍼가 모두 둥근 디자인이라면 이런 날카로운 디자인의 로퍼 하나 정도는 마련하는 게 좋습니다. 둥근 디자인은 데님과 면 팬츠에 잘 어울리지만 날카로운 건 전부 어울리니까요.


 격식을 놓지 않으면서 편안하게 로퍼를 신으려면 꼭 양말을 신어야 합니다.

 가능한 긴 양말로 말입니다. 춥지 않을 때 남성분들이 로퍼에 페이크 삭스를 많이들 신습니다. 잘못되었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가능한 양말을 신었으면 합니다. 발목을 드러내는 건 포멀 하지 않는 스타일입니다.

그럼 어떤 양말을 신을 것인가 하면, 저는 2가지 선택을 하는데 구두와 동일한 컬러의 양말을 신거나 크림 색 컬러의 양말을 신습니다. 동일한 컬러는 통일감 있어서 바지단이 올라가도 로퍼와 깔끔한 조합을 만들어주죠. 크림 컬러는 이와 반대로 자신의 존재감을 내보이면서 우아하고 여유로운 느낌을 만들어줍니다. 특히 브라운 컬러 계열의 로퍼와 신으면 그 매력은 더해집니다. 블랙에 크림은 제가 가끔 애용하는 조합이지만 마이클 잭슨의 느낌이 부담스럽다면 우선은 로퍼와 컬러를 맞추는 것도 좋습니다.

출처 : Pinterest / 로퍼와 양말의 컬러 차이로 인한 캐주얼과 포멀한 느낌은 이렇게 달라집니다.


 만약 그래도 발목을 드러내고자 한다면 꼭 발목에 로션은 바르라 말씀드리고 싶네요. 그 누구도 발목에 드러난 각질이나 갈라진 피부를 보고 싶진 않을 겁니다. 그리고 페이크 삭스의 컬러는 가능한 블랙이 좋습니다. 페이크 삭스가 안 보일 것 같지만 로퍼를 신으면 움직이면서 살짝 발이 드러나기 때문에 그레이, 화이트 양말이 보이면 그다지 좋은 궁합은 아니게 될 겁니다.


 

 그런 격식을 갖춘 편안한 로퍼를 제대로 신기 위해서는 2가지를 꼭 지켜 주어야 합니다.


 우선 하나는 항상 솔질을 해주어야 합니다. 

구두 솔은 다이소 혹은 편의점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2~3개 정도를 사두고 하나는 집에 하나는 일하는 곳 한편에 두면 됩니다. 아침에 출근할 때, 퇴근 후 집으로 갈 때 한 번씩 쓱쓱 먼지만 털어주어도 로퍼는 꽤 멋진 상태를 유지합니다. 주말에 여유가 된다면 광택을 내주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신을 때마다 솔질하는 습관부터 들여놓고 말입니다.



 두 번째는 구두를 신지 않을 때 슈트리 혹은 슈키퍼를 꼭 넣어놓기를 바랍니다. 

슈트리는 구두의 형태가 망가지는 걸 방지합니다. 슈트리는 나무로 되어있어서 냄새를 억제하고 습기를 흡수하는 역할을 합니다. 제 모든 구두에 슈트리를 넣어두면 좋겠지만, 가격이 저렴하진 않습니다. 보통 2~3만 원 사이가 시작이고 비싼 것은 꽤 높기 때문에 대부분의 구두에 넣어두지만 가끔 슈키퍼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가격이 저렴하면서 주름을 피는 데는 훨씬 좋은 장치입니다.

 만약 슈트리나 슈키퍼를 해놓지 않으면 구두는 그 형태가 금방 망가집니다. 특히 비 오는 날 로퍼를 신고 외출하였다가 그대로 집에 방치해 두면 물을 잔뜩 먹고는 형태가 망가지게 됩니다. 5년은 족히 신을 것을 1년 만에 망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슈키퍼는 다이소 같은 곳에서 다양하게 판매하니 현재 가지고 있는 구두에 한 두 개씩 넣어보면서 늘려가면 좋습니다. 저의 경우 구두를 하나 사면 보통 7년은 신는 편이니 슈트리와 슈키퍼의 역할은 아주 큽니다.


 오늘 저는 데이트를 위해 아이보리 컬러 팬츠와 화이트 셔츠, 그 위에 다크 그린 블레이저를 입었습니다. 마무리로 로퍼를 신었습니다. 제 기준에 가장 캐주얼한 이 스타일에 로퍼는 적어도 잃지 않으려는 저의 격식과 스타일을 만들어 주는 든든한 아이템입니다. 벌써 같이 한지도 5년이 되었습니다.

 로퍼 하나만으로 편안한 착용감에 스타일을 챙기는 매력을 경험해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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