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옷을 못 입는 결정적인 이유와 필요한 태도
가끔 지인에게 옷과 패션에 대해 코칭을 할 때가 있습니다. 옷을 잘 입는 것은 아니더라도 '센스 있다' 정도를 듣고 싶어 하는 이들이 대부분입니다. 저는 편견과 한계 없이 그들이 가진 신체와 외모, 그리고 캐릭터에 맞춰서 컨설팅을 해줍니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왜냐면 이미 의뢰인에게는 벽이 있기 때문입니다. 마음의 벽. 그 벽은 곧 편견과 포기입니다.
보통 우리는 옷을 잘 입는 것을 바라지는 않더라도 못 입는 것은 억울해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아이템을 구매하고, 내게 안 맞는 컬러나 디자인을 피하는 등 나름 노력을 하는데 말이죠. 하지만 그동안 했던 노력이 오히려 우리의 패션 감각을 더 나쁘게 만들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오히려 지금까지의 접근이 타인에 의존적이거나 편협한 시각일 수도 있기 때문이죠. 이번 칼럼은 우리가 패션을 잘 입기 위해서 피해야 할 혹은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보통 20년을 넘게 살아오면서 본인에게 맞는 컬러와 맞지 않는 컬러를 어느 정도 구분해 둡니다. 실패 없는 컬러를 고르다 보니 무채색이 많아지고 잘 받는 포인트 컬러 한 두 개를 지정해 그것만 가끔 입습니다. 나름의 컬러 무기랄까요.
하지만 컬러를 활용 못한다는 것은 옷을 못 입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컬러에 제한을 두는 때문입니다. 나에게 어울릴 것과 어울리지 않는 것을 경험을 통해 선을 그어 둔 것이죠. 하지만 그 판단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만약 어떤 남성에게 핑크 컬러가 어울린다면 입어도 무방하지만, 남성이라는 성별에 핑크는 그다지 허용되기 쉽지 않은 컬러라는 사회적 편견 때문에 입지 않을 수 있습니다. 혹은 어느 날 입는 핑크 컬러 셔츠를 주위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겪게 되는 경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특정 컬러를 받아들이지 않게 됩니다.
하지만 컬러는 하나로 단순하게 규정되지 않습니다. 같은 핑크라도 페일(pale), 비비드(vivid), 라이트(light) 등 다양한 계열로 존재합니다. 비비드 한 핑크가 어울리지 않아도 페일 핑크는 어울릴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컬러에 대한 제한을 두지 말고 시도해봐야 합니다. 직접 입어보고 내 옷들과 매칭시켜 보면서 경험해봐야 합니다. 무조건 블랙과 화이트가 답이 아니듯 나에게 무조건 맞지 않는 컬러도 없습니다. 그러니 다양한 컬러에 대한 편견보다는 호기심으로 접근해 보시길 바랍니다.
패션 트렌드는 매년 매 시즌 다양하게 나타나고 사라집니다. 짧은 트렌드를 놓치기 싫은 혹은 그 트렌드만이라도 맞추면 어느 정도 센스가 있다는 말을 들을 거라고 생각하는 우리는 놓치지 않고 구매하고 입습니다. 문제는 그게 어울리는지는 판단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트렌드라고 하더라도 어울리는 것은 제각기 다릅니다. 한때 발렌시아가의 어글리 슈즈가 트렌드로 자리 잡았을 때 모두가 그 슈즈를 신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신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어울리지 않으니까요. 포멀, 슈트 일색의 스타일을 가진 제가 어글리 슈즈를 신기 위해 평소 입지 않던 캐주얼을 입을 것이고 이는 분명 태도에서 부자연스러움이 나타나게 됩니다. 제 옷이, 제 슈즈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트렌디한 아이템을 입는 것은 부정적인 것이 아닙니다. 가끔은 그 트렌드 안에서 내게 어울리는 것을 찾을 수 있고, 시기를 심하게 타는 아이템이 아니라면 (클래식한 아이템이라면) 오히려 이번에 장만하면 오래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트렌디한 아이템을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센스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어떤 것이라도 맹목적인 것은 좋지 않습니다. 특히 트렌디한 것은 말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본인에게 어울릴 것인가를 고민해 보고 이를 적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내가 가진 아이템, 옷들과 어울리는 지도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혼자 튀는 아이템을 구매했다간 여간 입기 어려울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니 트렌드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습니다. 관심 있게 바라보되 내게 어울릴 것을 취사 선택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래야 멋진 스타일이 만들어질 테니까요.
누구나 모델 같은 몸을 가졌다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모두 그렇지는 않습니다. 누군가는 작은 키가, 누군가는 긴 허리가 혹은 다소 많이 나온 배가 아쉽고 약점으로 느껴질 것입니다. 옷은 그런 자신의 약점을 가려주고 지켜주는 용도이기도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본인에게 솔직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정도면 된 거 아닌가'와 '좋은 게 하나도 없네' 등 한계 없는 긍정과 부정은 어디에도 좋지 않습니다. 자아 성찰은 성격과 능력에도 필요하지만 본인의 몸에도 필요한 일입니다.
체형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은 장점과 단점 모두를 알아야 합니다. 다리가 긴 편이지만 어깨가 좁다거나, 허리가 짧지만 배가 나왔다거나 말입니다. 거울에 서서 본인을 보고 천천히 분석해 보시기 바랍니다. 마냥 별로라고 혹은 이 정도면 괜찮지 라며 거울 앞에 서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귀찮아하지 않아야 합니다. 천천히 보시기 바랍니다. 이번 주 주말이라도 천천히 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보이기 시작합니다. 아쉬운 것과 만족할 만한 것. 그러면 옷을 고르는 그리고 스타일을 고르는 생각이 달라집니다.
자기 객관화의 장점은 무엇보다 자신과 비슷한 체형의 유명인을 보고 스타일을 참고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연예인이나 유명인들은 자기 몸에 맞게 스타일을 만들어 갑니다. 그들만의 능력일 수도 있고 스타일리스트의 도움일 수 있지만 중요한 건 그들이 가진 체형에서 최선의 스타일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자기 객관화가 되었다면 비슷한 체형의 참고할만한 인물을 모색하고 비슷하게 시도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모방이자 참고는 발전의 첫 단계가 됩니다.
우리가 옷을 못 입는 이유, 조금은 슬프고 자극적인 말이지만 감내하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습관처럼 생각했던 것들에서 벗어나야 하고 더 자신에 대해 객관적이어야 합니다. 의존적인 트렌드에서도 벗어나야 합니다. 어렵지 않지만 벗어나긴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성장에는 노력이란 게 필요합니다. 그 단계를 벗어나기 시작하면 옷을 입는 재미도 알아가게 될 겁니다. 적어도 더 긍정적인 고민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