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가 구매한 기억에 남는 쇼핑 아이템
2023년이 한 달이 채 남지 않는 시점입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올 해가 어땠는지 여러 생각을 하게 됩니다. 패션을 업으로 삼고, 브런치를 통해 패션과 스타일 정보 알려드리는 입장에서 올해 제가 어떤 것을 구매했고 무엇이 가장 만족스러운지 알려드리는 게 유익하고 재미있을 것 같아 준비했습니다. 올해 미키가 구매한 것 중 가장 만족하는 아이템들입니다.
온라인 브랜드로 시작한 쿠어는 코트를 잘 만들기로 유명합니다. 2년 전 쿠어의 발마칸 블랙 코트를 구매해서 잘 입고 다니고 있기에 매 시즌 쿠어의 아이템을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과거의 미니멀한 감성에서 소재의 독특함을 담아 더 특별한 스타일을 만들어내고 있는 요즘입니다.
그중 이번 23FW에 구매한 쿠어의 '헤링본 피크드 더블 코트'는 단연코 가장 만족스러운 아우터입니다. 우선 헤링본 소재는 앞선 칼럼에서 설명한 것처럼 클래식한 패턴으로 오래 두고 입기 좋은 소재입니다. 23FW에는 다양한 브랜드에서 헤링본 소재의 코트 스타일을 다양하게 출시했는데, 쿠어 코트는 헤링본 패턴에 멜란지 원사를 함께 직조하여 독특한 텍스쳐를 만들었습니다. 수입 소재로 고급스러우면서 독특한 느낌이 일품입니다.
이 쿠어 코트는 슈트 위에 입어도 될 만큼 디자인이 포멀 합니다. 더블 브레스티드 디자인에 단단한 어깨, 긴 기장으로 묵직하면서도 휘날리는 멋이 있는 아이템입니다. 미니멀한 슈트 차림 위에 걸쳐주면 포인트가 됩니다. 캐주얼 스타일에서는 적당한 포멀과 함께 소재가 주는 재미가 캐주얼을 더욱 살려줍니다.
11월 출시가 되고 나서 바로 입기 시작한 쿠어의 헤링본 피크드 더블 코트는 거친 텍스쳐의 소재감 덕분에 오래 입기 좋은 단단한 내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몇 해가 지나도 입을 수 있죠. 오랫동안 입을 수 있는 코트를 30만 원대 가격으로 구매한 것은 매우 가성비가 좋은 측면을 갖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코트를 선택한 것은 코트 원단의 차별화입니다. 다음 시즌에 헤링본 코트가 나오더라도 동일하거나 비슷한 소재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헤링본과 멜란지 원사가 잔뜩 섞인 이렇게 멋 부린 코트는 자주 나오지 않으니까요. 이번 겨울 제 코트는 쿠어 코트가 다 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만족스럽습니다.
전 칼럼에서 언급했지만 톰포드는 23FW를 마지막으로 브랜드를 떠났습니다. 그렇기에 톰포드는 자신의 마지막 시즌 컬렉션을 마치 선물처럼 구성했습니다. 그간 톰포드와 구찌에서 보여주었던 히트 상품, 혹은 시그니처 상품들을 재해석해서 다양하게 제안하였죠. 많은 분들이 톰포드의 마지막 작품을 구매했고 저 또한 그의 열렬한 팬으로서 하나를 구매했습니다. 톰 포드의 시그니처, 슈트입니다.
매번 나오는 시그니처이고 언제든 매장에서 오더를 할 수 있지만, 톰 포드의 후계자인 피터 호킹스 이후로 어떻게 변화될지 모르기에, 또 톰 포드의 마지막 터치가 담겨있기에 23FW 슈트는 기념비적인 아이템입니다. 3벌 있는 톰 포드 블랙 슈트와 다를 바 없지만 다만 울 100% 소재에서 울 98%에 엘라스틴 2%가 들어가 입기에 더 편안한 옷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디자인은 조금 더 직선적이고 현대적인 느낌이 있습니다. 조금씩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디자인된 톰 포드의 마지막 아이템입니다.
할인을 받아도 무려 500만 원 중반대의 슈트 한 벌을 사는 것은 아주 큰 결심입니다. 게다가 입을 생각보다는 걸어둘 생각으로 구매한 것이 큽니다. 입지도 않을 비싼 슈트를 구매한 게 어쩌면 바보 같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제가 패션을 하게 된 것은 바로 톰 포드, 그리고 그의 화보였습니다. 우아하고 화려하면서 섹시한 톰 포드와 그의 슈트와 스타일에서 저는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만들고 싶다는 것을 인생에서 처음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후로 패션 업계에 들어와 단 한 번도 후회한 적 없습니다. 지금의 제가 있기를 만들어 준 그의 마지막 작품을 구매하는 것은 꼭 무언가를 이루고 내고자 하는 저의 결심의 하나입니다.
슈트와 블레이저 외에는 가성비 넘치는 아이템을 구매하는 저는 유니클로의 스웨터 시리즈를 즐겨 입습니다. 니트를 즐겨 입는 저로써 울 100%의 메리노 니트는 캐주얼과 포멀 모두 잘 어울리고 아무런 디자인과 로고 없이 오로지 옷 자체만으로 만족할만한 미니멀한 디자인이 특징입니다. 덕분에 꽤 오랫동안 즐겨 입는 니트 브랜드가 유니클로입니다.
최근 '3D 니트 크루넥 스웨터'라는 아이템이 출시가 되었습니다. 봉제선이 거의 없고 패턴이 느껴질 정도의 니트 짜임이 적당히 캐주얼한 아이템입니다. 이 스웨터의 특징은 볼륨감입니다. 봉제선이 거의 없기에 어깨와 몸판이 살짝 볼륨감이 느껴지게끔 핏이 잡히는데 마른 몸을 커버하기에 좋습니다. (혹은 살집이 있으신 분들도 몸을 커버하기에 좋습니다) 요즘 많이 출시되는 와이드, 세미 와이드에 잘 어울립니다. 슬림한 팬츠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팬츠와는 다 잘 어울릴 정도로 스타일링이 잘 되는 아이템입니다.
매번 클린 한 니트를 즐겨 입다 보면 캐주얼한 스타일과 연결하기 어려울 때가 가끔 있는데, 이 스웨터는 적당히 캐주얼과 포멀이 섞여 있어 완전한 슈트를 제외하고는 스타일에 모두 두루 잘 어울립니다.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두루 입을만한 아이템을 선택하여 만족스러운 쇼핑입니다.
올해 캐주얼 업계로 이직하면서 캐주얼웨어를 자주 입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고 포멀 스타일을 지운 것은 아니고 적당히 캐주얼과 포멀 사이에서 스타일을 섞어서 입고 있습니다. 그렇게 스타일을 섞을 때 가장 좋은 것 중 하나는 바로 팬츠입니다. 핏 하나만으로 캐주얼한 요소를 넣을 수 있고, 데님이나 면 소재 팬츠를 입으면 그것만으로도 적당히 캐주얼한 요소를 넣을 수 있습니다.
그중 제가 선택한 것은 세비지 브랜드의 '블랙 플레어 진'입니다. 플레어 진은 기존의 부츠컷 진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올해부터 보이는 플레어 핏은 과거 부츠컷보다 과한 실루엣이 덜하고 허벅지를 더 풀어서 입기에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플레어 진을 선택한 것은 제가 가진 캐주얼의 선망 스타일 중 하나인 웨스턴 때문입니다. 웨스턴 스타일은 미국 서부의 느낌을 표현하는 것으로 과거 카우보이 룩의 아이템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최근의 웨스턴 스타일은 거친 카우보이 느낌을 고급스러운 소재나 포멀 아이템과 연결하여 더 고급스럽고 깔끔하게 표현하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입니다.
세비지 브랜드는 마초적인 남성 스타일을 아이템으로 표현하는 브랜드로 벨트로 유명해진 브랜드입니다. 이미 벨트 2개를 구매하여 브랜드의 퀄리티를 경험해 본 바, 블랙 플레어 진이 출시되었을 때 고민 없이 구매를 하였습니다.
세비지의 플레어 진은 단단한 소재와 꽉 잡아주는 핏, 그리고 긴 기장으로 다른 브랜드보다 훨씬 만듦새가 견고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때문에 입은 날에는 뭔가 터프한 남성성을 느끼기도 할 정도로 확실하게 하체를 잡아주는 핏과 소재의 진입니다.
특히 7CM 부츠를 신는 저로써 세비지 플레어진은 적당한 밑단 길이를 가졌고 이는 부츠와 팬츠의 조합이 매우 매끄럽게 연결되게 만들어 줍니다. 덕분에 이 2가지 조합만으로도 충분히 웨스턴 스타일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 위에 웨스턴 셔츠와 블레이저를 착용하여 시티 카우보이 스타일을 이번 가을에 충분히 즐기게 되었습니다.
올해 쇼핑의 기억을 적어보면서 옷 입는 즐거움을 다시 회상해 보는 것은 늘 즐겁습니다. 여러분도 자신의 옷장에 있는 새롭게 구매한 올해의 아이템을 다시 보면서 즐거움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