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로운 주말 낮에 저는 빈티지 매장을 찾습니다. 망원, 이태원, 합정 등 서울 여기저기 숨어 있는 빈티지 매장을 찾아 과거의 새로움을 찾습니다. 익숙한 듯 새로운 느낌의 빈티지 상품들은 언제 어떻게 나온 지는 몰라도 그 재미가 다양하고 좋습니다. 빈티지 매장에서 느끼는 재미는 신상품이 가득한 편집샵과 브랜드 매장에서는 다릅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빈티지는 조금 다릅니다. 명확하게 말하면 오래된 것이 아닌, 세컨드 핸드 즉 중고품에 가깝습니다. 상품은 20년이 넘지 않은, 가능한 2000년대 이후에 나온 것들입니다. 중고품으로 분류되고 빈티지라고 부르기에는 아직 세월이 오래되지 않는 것을 선호하는 것은 2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옷은 결국 소모성 상품, 언젠간 상해요.
2000년대 이전의 상품 중 양품 즉 우리가 입고 다닐만한 상품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관리를 잘한 상품을 일부 제외하고는 대부분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표현하고 있습니다. 옷이란 것은 결국 소모성을 강하게 띄고 있기에 세월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삭거나 곰팡이가 발생하거나 혹은 해질 수 있습니다. 빈티지라고 하더라도 내가 입을 수 있는 수준의 컨디션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2000년대 이후의 상품이 기준이 되어야 맞을 겁니다.
**너무 과거의 옷은 지금과 많이 달라요.
2000년대 이전에 패션 상품 디자인 중에서 지금과 아주 맞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예를 들면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트렌드였던 과장된 오버 사이즈 어깨 패드의 재킷류는 남성 여성복 관련 없이 많이 출시되었고, 현재는 빈티지 매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품들은 현재의 디자인과는 너무 맞지 않아 어떻게 입어도 어색할 겁니다.
위의 이유로 저는 2000년대 이후 상품 위주로 빈티지 상품을 봅니다. 필터를 걸어 상품을 골라서 보면 선택할 것은 더 명확해집니다. 그럼 그중에서도 빈티지 상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어떤 것이 있을 까요? 저의 기준이지만요, 나열해 보자면.
과감한 컬러, 패턴, 디자인 그리고 고급 소재 혹은 하이엔드 브랜드
이 2가지입니다. 빈티지를 구매하면서 베이식하고 저렴한 것을 찾는 것은 그저 의미 없는 중고를 입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존에 구매하기 어려웠던 과감한 컬러, 패턴, 디자인은 정가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도전해 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또한 캐시미어나 실크 같은 고급 소재 혹은 접근하기 어려운 가격대의 하이엔드 브랜드의 세컨핸드, 빈티지 상품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저는 톰 브라운의 카디건이 살짝 어려운 패턴입니다. 소매에 있는 삼선 패턴과 크롭 기장이 매력적이지만 정가에 주고 사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대의 브랜드이자 디자인입니다. 그런 브랜드를 빈티지 매장에서 30만 원대에 구매해서 포인트가 필요한 날 잘 입고 있습니다. 정가로 치면 100만 원이 넘는 상품이지만 거의 70만 원이 내려간 가격대에 하이엔드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좋은 예입니다.
이런 강점의 빈티지 (혹은 세컨핸드) 상품을 찾으러 주말에 마실 나가는 겸 둘러보고 있습니다. 그럼 여기서 추천 매장 혹은 웹사이트를 알려드리는 것이 위에 언급한 내용에 적합한 순서가 되겠네요. 물론 저의 취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거 하나만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 클래식과 하이엔드를 적절히 섞어놓은 곳, 그런데 주인장의 글도 재미있는 곳. 페이즐리캣
https://paisleycat.shop/index.html
이태원에 위치한 페이즐리캣은 다양한 국가와 브랜드를 제안하는 빈티지 샵입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각각 준비가 잘 되어있는데, 특히 온라인에 업로드된 상품을 소개하는 주인장님의 글이 매력적인 곳입니다.
하이엔드 브랜드 혹은 클래식 상품을 만나기 좋은 곳이며, 가격대는 매우 다양합니다. 특히 업데이트가 자주 돼서 일주일에 2번 정도 들어와도 될 정도로 재밌는 상품들이 자주 업로드 되는 곳입니다.
- 클래식에 매력적인 누구보다 진심인 곳, 카페 더비
https://blog.naver.com/derby_1q84
시작은 슈즈였으나 지금은 다양한 복종을 취급하는 카페 더비는 클래식 애호가들에게는 이미 유명한 곳입니다. 꼭 클래식이 아니더라도 웨어러블 한 옷이 많은 곳이며, 가격대가 접근이 쉬워 추천드립니다. 온라인에서 블로그 형식으로 업데이트되는 것을 보는 것도 좋지만, 오프라인 매장에 들러 다양한 옷을 보는 것과 동시에 함께 운영하는 카페에서 커피 한잔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오랜 시간 앉아서 옷을 구경해도 커피 한잔이면 눈치는 안보이니까요.
- 캐주얼과 스트릿 그 2가지를 다양하게 제안하는 7 out(칠 아웃)
스탠더드 웨어를 취급하는 빈티지 온라인 샵인 칠 아웃은 편안하면서도 스트릿 감성이 묻어나는 브랜드와 상품 위주의 셀렉션을 보여줍니다. 웨어러블 한 아웃도어 브랜드 상품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가격대가 접근이 쉬우면서 재미있는 상품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서 구경만으로도 참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일본 브랜드가 많아서 우리가 입기에 어렵지 않은 사이즈가 대부분입니다.
빈티지는 우리가 놓쳤던 불과 몇 년 전의 새로움을 보여줍니다. 저는 빈티지 상품을 둘러보는 것으로 보지 못했던 소재와 디자인 그리고 패턴을 배웁니다. 거기에는 지금의 신상품이 가지지 못한 재미 혹은 소재 그리고 패턴이 있을 수 있고, 지금은 접근하기 어려운 가격을 해소시켜 주는 편안한 가격대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빈티지는 꼭 살 필요 없지만 있으면 좋은 것들, 그런 마음으로 다가가는 것이 가장 편합니다. 그래야 많이 고민해 보고 구매할 수 있으니까요. 이번 주말, 빈티지 보러 한번 나가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