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로운 여름은 결국 이탈리아 스타일이 필요합니다.
한가로운 주말 낮, 초여름 햇살 가득한 테라스에서 여유롭게 화이트 와인을 마시고 싶어지는 요즘입니다. 낙낙한 핏의 더블 블레이저, 과감하게 단추를 풀어놓은 리넨 셔츠, 살짝 헐렁한 스웨이드 로퍼를 신고 말입니다. 살짝 더운 바람이 더블 블레이저 품에 살살 들어와 기분 좋을 이 시기에 어울릴 여유로운 스타일이 잔뜩 떠오릅니다.
더워지는 날씨에 그간 단단하게 몸을 감싸주었던 영국식 스타일은 잠시 내려놓습니다. 단단한 어깨를 만들어 주던 슈트 재킷을 벗고 탄탄한 코튼 셔츠 대신 리넨 셔츠에 어깨 패드가 없는 부드럽고 가벼운 블레이저를 입습니다. 가볍고 부드러우며 시원합니다. 네, 이탈리안 스타일을 여름을 위해 다시 입습니다.
저에게 어떤 스타일을 주로 입냐고 물어본다면 '장소' 혹은 '계절'에 따라 다릅니다. 진중하고 무거운 혹은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영국식', 캐주얼하고 가벼운 파티에서는 '이탈리안식'입니다. 봄과 가을은 취향과 장소, 목적에 따라 다르지만, 여름은 이탈리안, 겨울은 영국식입니다. 긴장해야 할 곳에서는 단단한 영국식 스타일이 적합하고 캐주얼하고 여유로운 곳에서는 여유로운 이탈리안 식이 좋습니다.
여기서 이탈리안 스타일에 대한 가벼운 정의가 필요합니다. 제가 정의하는 이탈리안 스타일은 보통의 경우와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의 이탈리안 스타일은 가벼운 소재에 어깨 패드가 없는, 품은 적당히 넉넉하면서 기장은 길지 않은 재킷 그리고 테이퍼드 핏이 대부분인 딱 맞는 기장의 팬츠입니다. 셔츠는 아사면 (60수의 아주 얇은 두께의 면) 혹은 리넨 소재를 입거나 얇고 시원한 강연 원사의 니트를 입습니다. 전체적으로 몸을 드러내지 않는 여유롭고 낙낙한 핏의 스타일이면서 가벼운 소재가 특징입니다. 이탈리안 스타일이 대부분 슬림한 실루엣을 표방하는데, 어떤 누군가는 저와 비슷한 스타일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부드럽게 떨어지는 실루엣과 가벼운 재킷 그리고 발목까지 딱 떨어지는 깔끔한 기장의 팬츠입니다.
다시 돌아와 여름을 즐기는 스타일, 이탈리안 슈트 혹은 포멀은 더 '컬러풀'하고 '캐주얼'하며 '가볍'습니다.
중량이 낮은 가벼운 울 소재의 슈트는 얇은 두께에 여름의 더위에 적합합니다. 한 낯을 피하고서는 어디서든 괜찮습니다. 타이를 하지 않고 얇은 면 소재의 셔츠 혹은 리넨 셔츠가 함께 할 것이니 살짝 흐르는 땀 따위는 무시해도 좋습니다. 어깨 패드가 거의 들어가지 않은 것만으로도 슈트 재킷은 충분히 가벼울 겁니다. 가볍다는 건 그만큼 청량하고 여유롭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컬러는 화려합니다. 같은 베이지라도 투톤의 아이보리 컬러가 들어가거나 네이비 바탕에 명확한 화이트 스트라이프가 들어간 패턴은 여름의 햇빛이 만들어주는 가장 멋진 컬러입니다. 아이보리 컬러는 이때 가장 매력을 크게 발산합니다. 오전과 낮에는 여유로운 컬러가 될 것이며, 밤에는 가장 화려한 컬러가 됩니다. 이런 화려한 컬러들은 어깨를 단단히 잡기보다는 여유롭게 떨어지면서 몸을 감싸는 부드러운 실루엣에 가장 잘 어울립니다.
>아래는 이탈리안 스타일로 입은 필자의 지난 여름의 모습들
스타일이 달라져서 일까요. 여름이 되면 느긋해집니다. 낙낙한 실루엣으로 차려입고 나서는 여름밤 도심은 여유롭기만 할 뿐입니다. 천천히 걸으며 더워진 공기를 느끼죠.
여름에 입는 이탈리안 스타일이 여유로운 건 스타일의 의도 때문일 겁니다. 더워진 날씨에 축축해진 셔츠를 신경 쓰다 보면 늘 마음이나 몸이나 불편하기만 하죠. 몸에 달라붙지 않는 옷을 입고 조금 불편해도 충분히 멋진 옷을 입은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 그게 이탈리안 스타일을 입는 이유입니다. 노력과 마음가짐이 섞인 여름, 사실 제가 가장 힘들어하는 계절이지만 가끔 또 기다리기도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뜨거운 태양이 있으면 또 부드러운 찬 바람이 언젠가 불 테니까요. 그럼 이번 주말은 새로 주문한 오프 화이트 더블 블레이저에 얇은 브라운 투톤 팬츠에 리넨 셔츠를 곁들어서 토요일 밤을 즐겨볼까 합니다. 여름을 위한 스타일, 이탈리아 스타일은 여름에 가장 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