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IW] 향수 톰 포드 바닐라 XX
좋은 향수를 뿌리는 것은 패션의 마무리를 가장 근사하게 만드는 장치입니다. 심플한 티셔츠와 데님 팬츠에 잘 어울리는 향수 하나만으로 패션이 완성되기도 하지만, 잘 차려입은 슈트에 맞지 않는 향수를 뿌리는 건 모든 걸 망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로 저는 슈트, 포멀 스타일에 어울리는 향수를 사용합니다. 꽤 오랫동안 톰 포드 향수만 사용하는데, 그의 브랜드의 향수가 포멀하고 클래식한 스타일에 잘 어울립니다. 진하고 스파이시한 향이 주 베이스이다 보니 잘 어울립니다. 소위 '어른의 향'입니다. '블랙 오키드'와 '토바코 바닐라', '오드 우드'라는 제품이 잘 어울려 7년 가까이 사용해 왔습니다. 제 스타일과 잘 어울리는 향수이기에 바꾸지 않고 오랫동안 재구매를 해서 사용해 왔습니다만, 최근 들어 캐주얼 스타일을 자주 입으면서 조금은 다른 스타일의 향수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달콤함이란 무릇 포멀과는 어울리기 쉽지 않습니다. 남성에게는 더욱 안 어울리고 말입니다. 그런데도 하나쯤은 달콤한 향수를 갖고 싶었습니다. 적당히 달면서도 어른 향이 풍기는, 6월의 이태원 밤거리가 잘 어울리는 그런 향. 여름의 향이 대표적으로 시원하고 청량한 느낌이 있다면 초여름과 초가을, 도심의 밤을 연상케 하는 달콤한 향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향수가 최근 출시된 톰 포드의 '바닐라 XX'입니다.
톰 포드의 향수는 매 시즌 다양하게 출시되는데,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기존의 사용하던 3가지를 주요로 쓰다 보니 새로운 것을 구매하지 않았습니다. 기존에 쓰는 것이 충분히 훌륭했거니와 새로 바꿀 만큼 흥미를 끈 것도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새로운 향수, 바닐라 XX는 흥미를 끄는 것이 여러모로 있었습니다.
[향]
우선 '바닐라'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향 중 하나입니다. 부드럽고 달콤함이 베이스인 향으로 한 여름을 제외하고는 늘 좋은 선택입니다. 원재료가 고급일수록 은은하게 풍기는 오일리한 향이 럭셔리한 느낌을 만들어 주기에 '향기를 입는다'라는 표현이 참 잘 어울립니다. 기존에 잘 쓰던 향수 중 하나가 토바코 바닐라인데 시가와 바닐라가 적절히 섞인 느낌으로, 시가를 즐기며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먹는 남성을 상상하게 만듭니다. 바닐라 XX는 바닐라 자체를 주요 향으로 '견과류'의 고소한 향과 스파이시한 향의 느낌이 함께 느껴집니다. 찐득한 바닐라 시럽의 향이 부드럽게 퍼지는 느낌이라고 표현하는 게 가장 맞을 듯합니다.
[보틀]
톰 포드 향수의 매력 중 또 하나는 바로 병, 보틀(BOTTLE)입니다. 사각형의 보틀로 50ML 기준으로 가장 균형이 좋고 멋진 장식품이 됩니다. 바닐라 XX 보틀은 라이트 베이지 컬러를 전체적으로 두르고 있어 은은한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보틀 컬러를 보고 어느 시절에 뿌릴지, 어떤 옷과 어울릴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톰포드 향수의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래 이미지를 보시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시기 쉽습니다.
[스타일]
이 향은 베이지와 브라운 그리고 아이보리 컬러와 잘 어울립니다. 아이보리 컬러 울 블레이저에 화이트 셔츠, 브라운 울 컬러 팬츠를 입었을 때 향을 사용하니 고급스러운 바닐라 향이 스타일을 일명 '올드머니'를 떠오르게 만들어주었습니다. 타이 없는 블레이저 차림 중에서도 부드럽고 은은한 난색 계열 컬러와의 조합이 좋습니다.
또한 니트 류 아이템과 궁합이 좋습니다. 새로 구매한 아이템 중 화이트 칼라 니트 셔츠가 있는데, 니트를 셔츠처럼 입는 방식으로 매우 부드러운 외관이 특징입니다. 이 아이템에 밝은 톤의 라이트 블루 데님 팬츠, 그리고 바닐라 XX를 뿌렸을 때 꼭 이탈리아 남부 어딘가가 떠오르는 스타일이 완성되었습니다. 캐주얼 스타일 중에 부드럽게 표현할 수 있는 아이템인 니트와 함께 하면 좋은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향수 하나를 구매할 때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스타일의 마지막 단계이기 때문입니다. 나에게 맞는 향수를 고른다는 것은 평소에 입는 스타일에 맞는 지를 확인해봐야 합니다. 지금까지 스파이시, 머스크 계열의 향수를 주로 사용했던 저였다면, 최근 자주 즐기는 난색 계열의 캐주얼 스타일에 어울리는 달콤한 바닐라 계열을 선택한 것입니다. 즉 새로운 스타일에 어울리는 새로운 향수로 스타일을 완성한 것입니다.
톰 포드의 바닐라 XX는 그 과감한 이름만큼 찐득한 바닐라 향이 가득합니다. 이 향과 함께라면 새로운 캐주얼 스타일로 6월의 밤거리를 즐겁게 다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궁금하시다면 매장에서 시향을 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아, 만약 구매하실 거라면 본인의 스타일을 한번 체크해 주는 것도 잊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