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찬 바람이 불어오니 코트를 꺼낼 시기가 된 듯합니다. 추운 게 싫다지만 겨울에 즐길 수 있는 패션은 찬 바람을 기대하게 만들죠. 전 그중에서도 코트를 가장 좋아합니다. 온몸을 휘감으며 단단하게 중심을 잡는 코트는 아무리 패딩 점퍼가 매력적이라도 그 우아하고 중후한 매력을 가질 수 없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젊디 젊은 코트라 함은 '피코트'입니다. 기장이 짧고 무게감이 느껴질 만큼 두꺼운 소재를 쓴 단단한 이 아이템은 겨울 바닷바람의 차디찬 고독함 속에 살아남기 위해 만들어진 옷입니다. 피코트의 역사는 해군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큰 칼라깃과 두꺼운 모직으로 만들어진 더블브레스트 코트의 일종으로 유럽 해군에서 세일러복 위에 입는 동계 제복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남성복의 많은 옷들이 군복에서 시작한 점을 생각해 보면 피코트의 시작은 자연스럽게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게 된 것입니다.
차가운 바닷바람을 막기 위한 두껍고 질긴 모직 원단과 커다란 칼라가 대표적인 특징이며, 기존의 코트나 반코트가 허벅지 아래로 내려가는데 비해 피 코트는 과격한 움직임에도 불편이 없도록 골반까지 오는 정도로 기장이 짧습니다. 롱코트는 갑판이나 돛대를 오르기엔 불편하므로 밑단을 아예 짧게 자른 것입니다. 또한 더블브레스트 단추와 옆구리에 세로로 난 주머니가 있다. 코트 안쪽에도 주머니가 있는데 이것은 당시 미 해군 수병들의 바지엔 주머니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과거 피 코트의 소재는 Kersey 모직으로 만들어져 거칠고 뻣뻣했으나, 현재는 착용감을 위해 대부분 Melton 모직과 합성섬유로 만들어집니다. 일부 고급브랜드에서는 캐시미어까지 넣어 피코트의 대담함에 고급스러움을 불어넣기도 합니다.
이제는 패션 아이템 중 하나가 된 피코트는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었습니다. 최근 들어 다양한 브랜드에서 보이는 피코트를 이번 겨울에 입어보면 괜찮을 듯한데요, 어떤 컬러에 어떤 스타일로 입어야 할까요?
피코트는 디자인부터 그 출신까지 모두 남성적인 면이 강합니다. 그렇기에 컬러 또한 다크 네이비가 대다수이고 블랙도 소수 보입니다. 오염에 강하고 어떤 컬러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좋습니다. 어떤 컬러를 입더라도 블랙과 다크 네이비는 늘 잘 어울립니다. 특징이 덜하지만 그만큼 어우러지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만약 피코트를 처음 시작하는 분이라면 블랙을, 그리고 블랙보다는 컬러감 있는 것을 선호한다면 다크 네이비 혹은 블루 네이비를 추천합니다. 안정적이면서도 무리 없는 선택이 됩니다.
뻔한 스타일 선택이 싫다면, 평소 입는 옷의 컬러가 밝거나 혹은 포인트로 피코트를 선택하고 싶다면 밝은 컬러를 선택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크림과 베이지, 피코트의 남성적인 면을 중화시키면서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한 방울 섞었습니다. 특히 오른쪽 이미지처럼 베이지 컬러 피코트에 그레이 컬러 터틀넥 니트와 팬츠를 스타일링하니 도회적이면서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느낌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베이식한 블랙, 다크 네이비의 선택도 좋지만 부드러운 크림과 베이지 컬러로 피코트의 무드를 다양하게 펼쳐보는 것도 좋습니다.
피코트는 군복에서 파생된 것이고 포멀 한 아이템은 아닙니다. 그렇기에 정해진 스타일은 없기에 자유롭게 스타일링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위 이미지처럼 울 트라우저와 데님 팬츠 모두 어울립니다. 다만 아까 컬러에서처럼 비슷한 컬러 계열을 맞추는 게 좋습니다. 부드러운 컬러톤이라면 비슷한 컬러 계열을 맞추는 게 가장 멋진 조합이 됩니다.
겨울인 만큼 머플러와 함께 스타일링하는 것도 근사한 조합니다. 특히 피코트의 컬러와 맞춘다면 연속성 있는 스타일링이 현대적인 멋스러움을 갖출 수 있죠. 위 이미지처럼 피코트와 머플러의 컬러톤을 맞추면 꽤 근사한 조합이 완성됩니다. 특히 오른쪽처럼 오버 핏의 피코트에 두툼한 머플러를 툭 걸쳐주면 매력적인 조합이 완성됩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피코트는 군복 아이템이기 때문에 포멀 혹은 캐주얼에 한계가 없습니다. 두 스타일에 모두 적용 가능합니다. 아래 이미지처럼 각기 다른 매력에 넣을 수 있습니다. 왼쪽 사진은 닉우스터의 전형적인 인기 스타일링입니다. 단단한 피코트 안에 타이까지 맨 스타일링은 단단하게 만들어진 스타일링의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와 반대로 오른쪽 사진은 마치 1950년대 미국을 연상시킬 만큼 자유로우면서 편안한 스타일링이 돋보입니다. 초겨울에 입을 수 있는 편안한 조합입니다.
피코트의 매력은 짧은 기장에서 오는 경쾌함, 소재에서 오는 단단함, 그리고 칼라를 세웠을 때 느껴지는 카리스마입니다. 이 매력이 동시에 느끼기에는 피코트만 한 아이템이 없습니다. 이번 겨울 아주 추워지기 전에 피코트로 매력적인 스타일링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