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다가올수록 포멀을 좋아하는 저에게는 참 어려운 시기입니다. 재킷과 긴 팬츠, 그리고 구두를 좋아하는 저에게는 견디기 힘든 시기이거든요. 어느 정도 타협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숏츠'입니다. 정확히는 '포멀한 숏츠'입니다.
숏츠야 말로 가장 캐주얼한 아이템입니다. 공적인 자리에서 입는 아이템이 아니고, 격식을 차린 느낌도 없습니다. 하지만 30도를 웃도는 날씨에 긴 팬츠를 고수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리고 숏츠를 활용한 포멀 스타일은 봄, 가을 특히 겨울에는 만나기 어려운 스타일입니다. 그렇기에 더운 날씨에 제격이면서 새롭고 신선한 스타일을 만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인드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작년부터 포멀한 숏츠를 입기 시작했습니다. 여름에도 긴 팬츠와 재킷을 고수해 왔던 저였지만, 어찌 보면 스타일의 확장성에서 한계가 왔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숏츠를 통해서 여름 포멀 스타일을 확장하면서 또한 새로운 아이템과의 연결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칼럼은 어떤 포멀 숏츠를 고를 것이며, 어떻게 스타일링할 지에 대해 제안드려 봅니다.
포멀한 스타일을 갖추기 위해선 역시 '울'소재가 섞인 것이 좋습니다. 꼭 울이 아니더라도 울과 비슷한 외형을 가진 소재도 충분히 좋은 선택이 됩니다. 다만 울 소재가 있어야 고급스러운 느낌이 어느 정도 드러나기에 꼼꼼히 찾아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여름을 고려해 '리넨' 소재 혼용이 되어 있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울과 리넨이 만나면 포멀한 외관에 리넨 특유의 거칠고 사각거리는 느낌이 함께 표현되어 독특한 질감을 만듭니다. 이는 여름에 적합한 터치를 가진 소재가 되어서 착용했을 때 꽤 시원한 느낌을 가질 수 있습니다.
슬림하고 테이퍼드 하게 딱 들어맞는 7부 기장의 숏츠가 최근 트렌드로 보이고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턱이 들어간 버뮤다 실루엣이 여름에 입기에 통기성이 좋으면서 실루엣도 볼륨감이 있어 근사한 느낌이 듭니다. 특히 버뮤다팬츠처럼 볼륨감이 있어야 상대적으로 다리가 얇아 보이는 시각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버뮤다팬츠의 핏을 선택할 때 기장은 너무 길지 않은 것이 좋습니다. 데님 소재나 면 소재로 만들어진 긴 버뮤다팬츠는 캐주얼한 재미가 있지만, 포멀한 울 소재로 만들어진 버뮤다팬츠가 너무 길면 오히려 긴 팬츠의 기장을 잘못 자른 듯한 느낌을 줍니다. 무릎을 넘기는 정도의 기장까지는 좋지만, 종아리 중간까지 오는 길이는 조금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남녀 가리지 않고 추천드리는 포멀 숏츠와 궁합이 좋은 신발은 둥근 로퍼입니다. 저는 곧잘 블랙 울 숏츠에 호피 송치 로퍼를 매칭하는데, 신발이 포인트가 되면서 울 숏츠의 잔잔한 매력이 함께 묻어납니다. 같은 컬러의 둥근 블랙 로퍼도 가끔 신어주는데 이렇게 되면 깔끔한 포멀 웨어가 완성됩니다. 남성 분들에게는 포멀한 느낌을 갖고 싶다면 운동화보다는 로퍼를 추천드립니다.
여성 분들은 로퍼도 좋지만 날카롭고 낮은 힐도 좋습니다. 양말 없이 가볍게 신어주기 좋으면서 포멀한 느낌을 잘 가져가기 좋습니다. 컬러는 오히려 맞추지 않는 것도 반전의 재미를 줄 수 있습니다. 무심하게 툭툭 신어주는 신발에서 오묘한 조합을 만들어 주는 것도 재미입니다.
이제 시작된 여름은 9월까지 오래 이어질 예정입니다. 너무 캐주얼한 숏츠가 부담스러웠던 분들에게는 포멀한 숏츠가 있지만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 되셨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생각보다 꽤 많은 포멀한 쇼츠가 있고, 신발과의 조합은 너무 정중하지 않아도 이미 숏츠에서 풍기는 정중함이 포멀한 스타일을 만들어 주기에 부담스럽지 않게 위에서 추천한 것들을 시도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여름의 포멀은 다른 계절과는 조금은 다르게 완벽한 정중함이 아닌, 하나가 살짝 비틀어진 매력으로 마음껏 시도해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