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패션을 추천'하는 패션 유튜버를 찾아서.
패션 기획 업무를 한 지 벌써 10년이 훨씬 넘은 지금, 브런치와 한국일보에 글을 쓰면서 영상을 찍어 유튜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간의 쇼핑 노하우, 좋은 옷을 골라내는 방법, 슈트와 입으면 좋을 셔츠와 니트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알리고자 하는 많은 내용을 지금까지 브런치에 기재했고 이제는 영상으로 담아보고자 합니다. 그 준비가 벌써 3년이 넘어가고 있지만 말이죠. 꼭 올해는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여하튼 때문에 패션 유튜버를 자주 찾아봅니다. 재미있는 사람도 있고 유익한 사람도 있습니다. 패션에 대한 조롱도 비판도 칭찬도 가지각색이라 누가 맞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 안에서 보석 같은 유튜버를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전 보통 그런 분들을 추천하는 편입니다. 지난번 추천드렸던 유튜브 채널이 바로 그런 보석 같은 좋은 채널입니다.
그러다 가끔은 혼란이 오기도 합니다. 어떤 유튜버는 잘못된 정보가 진실인 것처럼 말하기도 하고, 어떤 유튜버는 본인이 믿는 이상한 철학을 정답인 것 마냥 설파합니다. 트렌드가 절대적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유튜버를 보면 내년에는 어떤 말을 할지 걱정까지 되기도 합니다. 이런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유튜브를 보면서 패션을 참고하는 분들이 생기진 않을까 걱정됩니다.
하여 이번 칼럼은 패션 유튜브를 볼 때 참고해야 할 내용, 그리고 거기에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는 유튜브를 소개해드립니다.
패션 유튜브를 보다 보면 특정 브랜드나 스타일을 정답처럼 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바지는 요즘 절대 입으면 안 돼요”라거나 “무조건 이 브랜드만 사야 합니다”라는 식의 단언은 초보자에게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습니다. 물론 본인의 취향이나 기준을 공유하는 건 좋지만, 이를 보편적인 '룰'로 포장해 버리는 순간 그 말은 누군가의 스타일을 제약하게 됩니다.
‘미니멀라이프’ 채널의 Low‑Buy 챌린지 시리즈에서는 “저는 이렇게 절제하면서 스타일에 집중했어요” 하지만 초보자에게 “이걸 그대로 따라야 한다”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원칙을 공유하되, “각자의 기준과 체형에 맞게 조절하세요”라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5OS97m5xXc
이처럼 정답 대신 유연한 관점을 제시하는 영상은 시청자의 선택을 열어주고 불필요한 불안감을 덜어줍니다. 또한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해보고 싶은 사람에게 안전한 가이드가 되어줍니다.
하나의 아이템을 보여주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변형하고 확장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유튜버는 확실히 실전 경험이 많은 사람입니다. 예를 들어, 클래식 취향의 유튜버인 아키즈스타일(AkizStyle)은 단 하나의 아이템, '여름 슈트 셋업'을 중심으로 4일 치 스타일을 다르게 풀어내는 콘텐츠를 보여줍니다.
첫째 날은 셔츠와 넥타이, 둘째 날은 티셔츠와 로퍼, 셋째 날은 리넨 셔츠 혼합 등으로 구성하며, 같은 셋업이라도 다양한 조합을 통해 분위기와 용도를 변화시킬 수 있음을 시연합니다. 그리고 단순히 옷을 입는 법만 보여주지 않습니다. 각 아이템의 브랜드 유래, 소재 특징, 핏의 구조적 이유까지 설명하면서, 왜 이런 조합이 가능하고 어떤 맥락에서 적절한지 시청자의 이해를 돕습니다.
이는 단순한 룩북이 아니라 패션 아이템을 이해하고 응용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콘텐츠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33WcqbIRu8
트렌드는 분명 흥미롭고, 때로는 스타일에 신선함을 더해줍니다. 하지만 오래 살아남는 스타일은 언제나 ‘근본’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옷의 실루엣, 구조, 소재, 컬러 밸런스에 대한 이해 없이 트렌드만 좇다 보면 금세 촌스러워지고, 매 시즌마다 갈아입어야 할지 모릅니다. 제가 주목하는 유튜버들은 유행 아이템을 소개하더라도 그 옷이 왜 매력적인지, 기존의 아이템들과 어떤 맥락을 공유하고 있는지 설명합니다. 이야기의 중심에 ‘옷’이 있고, 그 옷을 대하는 태도가 진중한 사람이 결국 더 오랫동안 설득력을 가집니다.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고민될 때, 우리는 종종 유튜브를 켜고 누군가의 말을 따라갑니다. 하지만 들을수록 더 복잡해질 때가 있죠. 그럴 땐 잠시 멈추고 생각해 봅니다. ‘이게 정말 나에게 어울리는 이야기일까?’
패션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유행은 바뀌고, 취향도 달라지니까요. 중요한 건 트렌드를 빠르게 아는 게 아니라, 나만의 속도로 옷을 이해해 가는 감각입니다. 옷의 구조를 이야기하고, 맥락을 짚어주고, 조합의 재미를 알려주는 사람들의 말을 천천히 듣다 보면, 내 스타일도 서서히 형태를 갖추기 시작합니다.
많은 유튜브 중 나에게 유익한 채널을 찾는 것은 시간은 걸리겠지만 매우 유익한 일입니다. 결이 맞는 채널을 찾아 다양한 패션을 경험해 보면서 더 멋진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것, 지금 우리가 유튜브에 있는 패션 영상을 꾸준히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