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지만 날씬한 가방,
'닥스훈트백'
패션을 보다 보면, 매해 ‘형태’의 트렌드가 미묘하게 바뀝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작고 단단한 미니백이 대세였는데, 올해 들어선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죠. 길고 얇게, 부드럽게 늘어진 형태의 가방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습니다. 중심에는 이름도 귀여운 ‘닥스훈트백(Dachshund Bag)’이 있습니다. 짧은 다리와 길쭉한 몸통이 특징인 그 강아지 이름처럼, 가로로 길게 뻗은 실루엣이 인상적인 가방이죠. 이번 칼럼은 이 닥스훈트백에 대한 내용부터 어떤 걸 어떻게 매칭하면 좋을지 다루어봅니다.
‘닥스훈트백’은 말 그대로 가로가 길고 세로가 낮은 실루엣을 가진 가방을 말합니다. 흔히 이스트-웨스트(East-West) 백이라고도 부르는데, 정사각형이나 버킷 형태가 아닌, 마치 길쭉한 빵 한 덩어리를 눕혀 놓은 듯한 라인이 특징입니다. 이 형태가 처음 등장한 건 몇 년 전 런웨이에서였습니다. 당시엔 생로랑과 셀린느, 보테가 베네타 등이 얇고 긴 형태의 토트백을 선보였죠. 하지만 본격적으로 ‘닥스훈트백’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한 건 2024년 이후입니다. 패션 매거진 <보그 코리아>에서도 “올해는 날씬한 닥스훈트백이 유행입니다”라는 제목으로 다룰 만큼, 형태 자체가 하나의 키워드가 되었습니다.
이 가방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예뻐서’가 아닙니다. 지금의 패션 트렌드가 추구하는 키워드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우선 실용성과 스타일의 균형이 특징입니다. 닥스훈트백은 겉보기엔 얇고 슬림하지만, 옆으로 길게 빠진 구조 덕분에 은근히 수납이 잘됩니다. 지갑, 휴대폰, 립스틱, 작은 파우치 정도는 충분히 들어갑니다. 하지만 부피감은 적어서 들었을 때 깔끔하고 세련된 인상을 줍니다.
또한 새로운 비율의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패션의 ‘라인’이 바뀌고 있습니다. 길고 낮은 비율의 가방은
옷이 단조롭더라도 실루엣 자체에 긴장감을 주죠. 특히 오버핏 재킷이나 긴 코트와 매치하면 옆으로 자연스럽게 흐르는 라인이 전체 룩을 정돈해 줍니다.
무엇보다 미니멀 무드에 어울리는 포인트 아이템입니다. 로고나 장식이 많지 않지만, 형태 하나로 존재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처럼 “꾸민 듯 안 꾸민 듯”한 미니멀 스타일에 특히 잘 어울립니다. 모노톤 룩에도, 캐주얼한 데님 룩에도 이 가방 하나면 룩이 완성됩니다.
그렇다면 어떤 것을 선택하면 좋을까요?
소재는 부드러운 가죽은 물론, 광택이 있는 에나멜, 나일론, 스웨이드 등으로 폭넓게 제작되고 있습니다. 특히 에나멜가죽 소재는 슬림한 실루엣과 만나 ‘도시적인 세련미’, 도회적인 매력을 만들어 줍니다. 룩의 포인트로도 충분하기도 합니다. 차분한 고급스러움을 원한다면 스웨이드가 좋은 선택이 됩니다. 특히 FW 시즌에는 스웨이드만큼 매력적인 소재가 없으니까요.
컬러는 2025~2026 시즌에는 버건디, 초콜릿 브라운, 라이트 베이지, 네이비블루가 많이 보입니다. 기본적인 블랙보다는 따뜻하고 은은한 색감이 인기를 끌고 있죠. 톤 다운된 컬러는 계절을 타지 않으면서도 고급스럽게 연출할 수 있습니다. 브라운 계열의 컬러를 선택하면 잔잔한 스타일링이 완성됩니다.
디자인 포인트로 일부 브랜드는 닥스훈트백을 구조적으로 더 단단하게 만들거나, 미니 잠금장치·스티치 라인 같은 디테일로 ‘롱 앤 슬림’ 실루엣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단순하지만 눈에 띄는, 바로 그 절제된 아름다움이 이 백의 핵심이에요.
그렇다면 어떻게 스타일링을 해볼까요? 닥스훈트백은 형태 덕분에 거의 모든 스타일에 어울립니다. 하지만 몇 가지 포인트를 기억하면 훨씬 세련된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우선 오버핏 아우터와 함께 코트나 재킷처럼 볼륨 있는 상의와 매치하면 긴 가방 라인이 전체적인 밸런스를 잡아줍니다. 특히 코트 자락 아래로 가방이 살짝 보일 때, 실루엣이 아주 멋스럽죠.
모노톤 룩의 포인트로 블랙·그레이·화이트처럼 무채색 코디에는 버건디나 다크네이비 닥스훈트백이 좋습니다. 차분하지만 존재감 있는 포인트가 되어 줍니다. 특히 버건디 컬러는 톤다운되면서도 레드의 강렬함이 있어 화려하면서도 도회적인 스타일을 만들고 싶을 때 좋은 선택이 됩니다.
닥스훈트백은 길지만 부담스럽지 않고, 얇지만 존재감이 있습니다. 그 안에는 ‘자연스러움 속의 세련됨’이라는 은은한 매력이 가득합니다. 올해 가방을 하나만 새로 장만한다면, 볼륨보다 ‘라인’을 고려하고, 닥스훈트백을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어깨에 슬쩍 걸치는 그 길쭉한 실루엣 하나로, 룩은 훨씬 가볍고 세련돼 보일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