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에 업로드했던 칼럼 [전투용 슈트 구매 Tip]에 대한 업데이트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12월이 가까워졌고 졸업과 입학 그리고 면접과 새로운 출근이 기다리고 있을 여러분께 괜찮은 슈트를 구매하기에 도움이 될만한 팁을 전달해 주는 내용으로 이번 칼럼은 채워보도록 하겠습니다.
옷을 산다는 건 결국 삶의 순간을 준비하는 일입니다. 지난 칼럼에서는 ‘가성비’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슈트를 어떻게 더 합리적으로 고를 수 있을지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옷장이 차분해질수록, 우리는 자연스럽게 다른 질문에 마주하게 됩니다.
“차라리 하나를 사더라도 제대로 된 한 벌이 고르는 게 좋지 않을까?”
이번 칼럼에서는 이 고민 끝에 남는 하나의 기준, ‘적합한 가격 안에 좋은 슈트를 고른다는 것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슈트의 첫 번째 언어는 ‘컬러’입니다. 색은 디테일보다 많은 것을 결정합니다. 톤 하나로 상황의 격식, 분위기, 그리고 사진 속 인상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2가지 컬러, 차콜 그레이와 다크 네이비가 가장 명확하면서 품위 있고 또 위험이 없습니다.
- 차콜 그레이(Charcoal Grey)
1) 가장 클래식하며 포멀 한 자리에서 빛을 발합니다.
2) 빛을 많이 받는 실내에서도 안정적으로 떨어지고, 사진에 담으면 가장 단단하게 나옵니다.
3) 면접·입학식·졸업식·장례와 같은 ‘공적 순간’에 최고의 선택.
- 다크 네이비(Dark Navy)
1) 차콜보다 조금 더 젊고 세련된 느낌.
2) 셔츠·타이와의 조합 폭이 넓고, 캐주얼과 포멀 모두를 아우르는 진정한 만능 색.
3) 젊은 분들에게는 가장 좋은 선택지.
이 두 색은 말 그대로 모든 상황에서 변치 않는 ‘드레스 코드의 축’입니다. 옷장을 잘 꾸리는 사람일수록 과감한 색보다 이 기본에 충실합니다. 물론 같은 차콜 그레이와 다크 네이비도 어떤 컬러를 오묘하게 혼합했느냐에 따라 다르게 표현될 것이고, 소재의 두께 (얇고 두껍냐의 차이), 혼용률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그 근간은 흔들림 없이 슈트에 가장 잘 어울리기에 추천드립니다.
슈트는 구조가 단순해 보이지만, 형태에 따라 분위기가 극적으로 달라집니다.
더블브레스티드(Double-Breasted) 슈트는 화려하고 존재감이 강합니다. 패션을 즐기는 사람이나 중요한 저녁 행사에 어울리지만, 일상에서는 다소 부담스럽습니다. 특히 권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강하기에 보통의 자리에서는 꽤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쓰리 피스(3-Piece) 슈트는 클래식의 정통이지만, 요즘 실루엣과는 미묘하게 어긋날 때가 많습니다. 더블 브레스티드 슈트와 다른 정중하고 클래식한 멋이 있지만 과한 느낌이 강합니다. 패션을 하거나 클래식을 사랑하는 분이 아니고서야는 그다지 추천하지 않습니다.
그 사이에서 싱글 2 버튼(Single 2-Button)은 가장 중립적이면서 ‘현재’를 담고 있습니다. 트렌드에 흔들리지 않으며, 대부분의 체형을 안정적으로 잡아주고, 실루엣은 깔끔하게 떨어집니다. 어떤 자리에서도 튀지 않고, 그렇다고 초라하지도 않죠. 이런 옷이야말로 가장 적합한 디자인의 힘을 가집니다.
옷을 많이 사보면 자연스럽게 깨닫는 진실이 있습니다. 슈트에서 가장 중요한 건 로고가 아니라 ‘내 몸과 맞는 패턴’이라는 사실이죠. 슈트는 패턴의 차이가 아주 크기 때문에 브랜드마다 어깨선, 암홀 높이, 허리 곡선, 힙 라인, 바지 밑위까지 전부 다릅니다. 예를 들면 어떤 브랜드는 광배근이 있는 체형에 유리하고, 어떤 브랜드는 상체가 슬림한 사람에게 맞고, 또 어떤 브랜드는 하체 중심의 체형을 자연스럽게 잡아줍니다.
그러니 피팅(Fitting)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사진이나 사이즈 표만 보고 슈트를 사는 건 거의 복불복과 다름없습니다. 좋아하는 브랜드지만 나에게 맞지 않을 수 있고, 잘 알지 못하는 브랜드지만 나에게 정확히 맞을 수 있습니다. 이 단순한 진리를 받아들이는 순간, 구매 절차는 훨씬 효율적으로 진행됩니다. 귀찮더라도 하루 이틀 시간을 내어 다양한 브랜드를 방문하고 직접 경험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명확한 핏을 고르는 방법에 대해서는 아래 유튜브 영상으로 제안드립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4BmaKPK58s
핏을 찾았다면, 그다음부터는 구매 전략이 필요합니다. 요즘 슈트는 같은 브랜드, 같은 제품이라도 판매 채널마다 가격 편차가 매우 큽니다. 공식 온라인몰, 백화점 온라인몰, 아웃렛몰, 패션 편집숍, 시즌오프 전문몰, 해외직구 플랫폼(해외 브랜드의 경우)까지, 이 모든 곳에서 동일한 제품을 ‘서로 다른 가격’에 만날 수 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카드 할인, 쿠폰, 적립금, 단독 프로모션 등이 촘촘하게 존재합니다. 즉, 핏을 오프라인에서 찾고, 가격은 온라인에서 비교하는 방식이 현대 소비자에게 가장 합리적인 전략입니다.
쇼핑은 감이 아니라 정보의 결과입니다. 제대로 다양하게 꼼꼼히 알아보고 사야 ‘후회’가 없습니다.
슈트의 궁극적인 품질은 소재에서 결정됩니다. 그중에서도 울 100%는 가장 강력한 기준점입니다.
우선 1) 시간이 지나도 형태와 광택을 유지하고, 2) 몸의 열과 움직임에 자연스럽게 반응하며 3) 고급스러운 표면 질감을 오래 보존합니다.
스판 혼방이 편하다는 이유로 선택하는 경우도 많지만, 정장을 오래 입고 관리해 본 사람들은 대개 다시 울 100%로 돌아옵니다. 왜냐하면 슈트는 결국 ‘시간을 견디는 옷’이기 때문입니다. 몇 년이 지나도 늘 처음처럼 품위를 유지하는 소재가 결국 좋은 슈트의 기준이 됩니다.
슈트는 단순한 겉옷이 아닙니다. 중요한 순간을 통과할 때 우리에게 ‘태도’를 만들어주는 옷입니다. 좋은 슈트는 당신을 과장하지도, 왜곡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더 단정하고, 더 안정적이고, 더 자신감 있는 형태로 만들어줄 뿐이죠. 그리고 그러한 슈트는 많지 않아도 됩니다. 오히려 딱 한 벌이더라도 제대로 갖추어진 슈트 한 벌이 우리의 시간을 훨씬 풍요롭게 합니다. 좋은 선택을 하시길 바라며, 이다음에는 '수선에 대한 진지한 접근'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내용은 다음 칼럼으로 전달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