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온더분 코트 리뷰
올해 겨울은 유독 춥지 않습니다. 덕분에 두꺼운 패딩 점퍼보다는 코트로 멋을 내기 좋은 날들이 이어지고 있죠. 저는 블랙과 그레이 계열의 기본적인 코트는 이미 충분히 갖추고 있기에, 이번에는 조금 더 밝은 컬러이면서 패턴의 재미가 있는 코트를 찾고 있었습니다. 아이보리나 크림 계열은 자칫 여성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소재와 패턴의 완성도가 무엇보다 중요했죠.
오늘의 글은 그런 기준에 맞춰 새롭게 구입한, 맨온더분(Man on the Boon)의 ‘쉐브론 마링 앤 에반스 발마칸 코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맨온더분은 제가 자주 언급하는 브랜드 중 하나입니다. 신세계 인터내셔널에서 전개하는 남성복 브랜드로, 클래식을 기반으로 도시를 살아가는 남성을 위한 워드로브를 제안합니다. 고급스러운 소재 선택과 체형에 잘 맞는 패턴, 그리고 부담스럽지 않은 실루엣 덕분에 꾸준히 애용하고 있는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합류하며 전체적인 무드가 한층 더 모던하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코트의 소재는 영국의 전통적인 직물 제조사, 마링 앤 에반스(Marling & Evans)의 원단입니다. 1782년 영국 요크셔에서 설립된 이곳은 2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통과 품질을 지켜온 깊은 역사를 지닌 제조사입니다. 특히 울 소재로 명성이 높으며, 슈트나 코트용 원단에서는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줍니다. 염색을 최소화하거나 사용하지 않고도 다양한 색감과 질감을 구현하는 직조 방식은, 자연을 그대로 담아내려는 마링 앤 에반스의 철학을 잘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 코트는 마링 앤 에반스의 대표적인 트위드 울 소재를 사용했습니다. 도톰한 두께감에 여러 컬러의 실이 자연스럽게 합사 되어 아이보리 컬러 특유의 부담스러움을 덜어내고, 전반적으로 캐주얼한 인상을 만들어냅니다. 아이보리 컬러를 시도해보고 싶지만 망설여지는 남성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만한 선택지입니다. 아이보리 바탕에 브라운과 베이지 컬러의 실이 섞여 있어, 귀엽고 편안한 분위기를 주며 코트 특유의 무겁고 진지한 인상을 한결 부드럽게 풀어줍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이 코트의 소재가 쉐브론(Chevron) 패턴으로 짜였다는 것입니다. 쉐브론은 V자 형태가 연속적으로 반복되는 패턴을 의미하며, 고대 문명에서부터 사용되어 온 디자인이 산업혁명 이후에는 트위드와 울 직물에도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반복되는 V자 구조는 강한 리듬감과 방향성을 만들어내고, 규칙적인 패턴 덕분에 전체적인 인상은 정제되고 클래식하게 느껴집니다. 덕분에 여러 컬러가 섞인 캐주얼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코트라는 클래식한 아이템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이질감 없이 균형을 잡아줍니다.
디자인은 발마칸 코트입니다. 발마칸은 코트 유형 중에서도 캐주얼과 클래식의 경계에 있는, 상당히 하이브리드 한 디자인에 속합니다. 싱글이나 더블 코트가 전통적인 클래식에 가깝다면, 더플코트는 보다 캐주얼한 성향이 강하죠. 발마칸은 그 중간 지점에서 포멀 한 슈트 스타일과도 잘 어울리고, 데님과 니트 같은 캐주얼한 조합에도 무리 없이 녹아듭니다.
코트 하나로 다양한 스타일을 연출하고 싶다면, 발마칸만큼 활용도 높은 선택지도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캐주얼한 소재감과 적당한 클래식 무드를 동시에 지닌 이번 코트에 발마칸 디자인을 적용한 점은 매우 좋은 연결 지점으로 느껴집니다.
적당히 추운 올해 겨울, 소재의 매력이 충분히 살아 있는 발마칸 코트와 함께 도심의 거리를 걸어볼 생각입니다. 포멀과 캐주얼을 오가며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하되, 코트 자체의 매력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말이죠.
연말을 앞둔 지금, 충분히 좋은 선택지가 되어줄 맨온더분의 코트였습니다.
*테이블의 모든 글은 이제 '미키 스타일' 영상과 함께 합니다.
https://www.youtube.com/shorts/JisQkCcDF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