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시작은 잘하셨나요? 2025년 새해 계획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2026년의 새해 계획을 다시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는 새해 계획 첫 번째 시작을 '옷 정리'로 잡았습니다. 12월 31일부터 연휴에 들어가 일요일인 1월 4일까지 휴무이니 그간 미뤄왔던 옷 정리를 해보았습니다.
옷 정리라는 것이 단순히 안 입는 옷을 정리하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간 입었던 옷과 패션의 성향을 보고 앞으로 어떻게 입을지를 고민하는 시간입니다. 저는 패션을 시작하면서 다양한 클래식 의류와 액세서리를 입어왔고 꽤 많이 버리고 구매하곤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내가 선호하는 방향이 어디 쪽인지를 파악하고 앞으로 이런 류의 아이템을 구매하고 입어 가는 것을 생각해 왔습니다. 그래서 연말 혹은 연초에 옷 정리를 꼭 하는 편입니다.
이번 옷 정리는 과거와는 다르게 조금 더 디테일하게 합니다. 쟁여두고 언젠가 입겠지라고 늘 생각하는 것들이 결국 1년 동안 걸어두고 한 번도 입지 않는 옷들이 꽤 있었습니다. 결국 제 옷이 아닌 것이죠. 옷을 모셔두는 것이 아니라 입는 수단이다라고 생각하는 요즘, 옷은 옷으로써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칼럼에서는 제가 가진 기준의 옷 정리를 공유해 볼까 합니다.
옷장을 열어보면 “곧 입겠지”, “날씨만 조금 더 풀리면”, “조금만 살 빼면” 같은 이유로 걸려 있는 옷들이 꼭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3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한 번도 손이 가지 않았다면, 그 옷은 이미 제 일상과 멀어진 옷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절을 고려하더라도, 그 옷이 지금의 제 라이프스타일과 자연스럽게 어울렸다면 최소 한 번쯤은 선택되었을 것입니다.
이 기준은 냉정해 보이지만, 옷을 ‘소유’가 아닌 ‘사용’의 관점으로 보게 만들어 줍니다. 옷장은 선택의 공간이지 보관 창고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주 입는 옷이 명확해질수록 매일 아침의 고민은 줄어들고, 내가 어떤 스타일을 실제로 살아가고 있는지도 더 분명해집니다.
예전에는 ‘언젠가 가치가 오를 것 같은 옷’, ‘비싸게 샀으니 아까워서 못 입는 옷’을 꽤 많이 모셔두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옷들은 옷장 안에서 점점 존재감을 잃고, 결국 부담으로 남게 되더군요. 옷은 입을 때 가장 가치가 있는 물건이지, 보관할수록 빛나는 물건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옷을 아무리 잘 관리해도 부식되기 마련입니다.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명확하고 여름의 습기를 생각하면 아주 오래 모셔두고 입기는 어렵습니다.
지금 입지 않는 옷이라면 과감히 판매하거나,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양도하는 쪽을 선택합니다. 옷이 다시 누군가의 일상 속에서 쓰인다는 점도 좋고, 제 옷장은 더 가벼워집니다. 이 과정에서 새 옷을 들일 때도 ‘정말 입을 것인가’를 더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는 긍정적인 변화도 생깁니다.
소재도 훌륭하고, 브랜드도 좋고, 디자인적으로도 완성도가 높은 옷임에도 불구하고 손이 가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그 옷이 나쁜 옷이어서가 아니라, 지금의 제가 입는 방향과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취향이나 이상적인 이미지에 맞춰 산 옷일 가능성이 큽니다.
패션은 현재의 나와 상생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라이프스타일, 직업, 생활 반경과 어울리지 않는 옷은 아무리 좋아도 결국 옷장 속에 머무르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좋은 옷인가?’보다 ‘지금의 나와 잘 맞는 옷인가?’를 기준으로 정리합니다. 옷 정리는 결국 현재의 나를 인정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옷을 정리하고 처분을 결정할 때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 바로 ‘이걸 팔아야 할까, 그냥 보내야 할까’입니다. 저는 이때 착용 횟수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거의 새것에 가깝고 착용감이 적은 옷이라면 판매를 고려하고, 이미 충분히 입은 옷이라면 미련 없이 정리합니다.
이 기준은 감정적인 아쉬움을 줄여줍니다. “그래도 비쌌는데”라는 생각보다 “이 옷은 할 만큼 역할을 다 했다”라고 정리하는 편이 훨씬 마음이 편합니다. 옷도 결국 소모품이고, 충분히 함께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기준이 생긴 이후로는 옷 정리가 훨씬 빠르고 명확해졌습니다.
2025년부터 저는 블랙과 화이트 (화이트 안에 크림과 아이보리), 그리고 그레이와 브라운 계열의 옷을 주로 입고 있습니다. 클래식 무드 안에서 모던한 컬러 계열로 '모던 클래식'을 표현합니다. 모던하지만 절제되고 제한된 컬러 안에서 실루엣과 핏을 과거보다 더 길고 과장되게 입습니다. 부츠는 굽이 더 높아지고 재킷의 깃은 더 볼륨이 커졌습니다. 이번 옷 정리에서 진행된 것은 베이지 코트와 네이비 더블 슈트 등 이제 잘 입지 않는 컬러 계열입니다. 물론 일부 베이지 컬러의 옷과 블루 계열은 있지만, 이 아이템이 다른 모노톤 계열과 연결된다 하면 필요한 아이템입니다.
이렇게 옷 정리가 단순히 입지 않은 옷일 수 있지만 또 내가 입지 않는 컬러와 디자인일 수도 있습니다. 1월의 시작, 나의 패션을 옷장에서부터 다시 정리해 보는 건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