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alph Rauren 26FW Men 컬렉션 영상입니다. 칼럼을 보기 앞서 시청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JW8utbSbIU&t=104s
유행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에 무엇이 남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주저 없이 랄프 로렌의 이름을 꺼내고 싶습니다. 2026년 가을과 겨울을 겨냥한 이번 프레젠테이션은 단순히 '다음 시즌에 입을 옷'을 보여주는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아메리칸 캐주얼의 가장 우아한 구현'이자,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가치에 대한 랄프 로렌식의 대답이었습니다. 10년 만에 단독 남성 컬렉션을 진행한 랄프로렌의 스타일 중 우리가 눈여겨보고 경험해 볼 것이 어떤 것인지 말씀드립니다.
이번 컬렉션을 관통하는 가장 강력한 힘은 '소재'에서 나옵니다. 영상 도입부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벨벳의 깊은 광택은 마치 잘 숙성된 와인처럼 입는 이의 품격을 대변해 줍니다. 여기에 거친 트위드와 부드러운 캐시미어, 야생미 넘치는 시어링이 층층이 쌓이며 시각적인 풍성함을 더합니다.
특히 쇼의 초반부는 90년대의 무드가 선명했습니다. 플리스 디테일과 클래식 카무플라주, 그리고 오렌지와 라벤더 스트라이프가 들어간 폴로 스포츠 럭비 셔츠는 그 시절 특유의 애슬레틱 실루엣을 직관적으로 드러냈습니다. 루즈 핏 데님까지 더해진 이 흐름은 과거의 향수를 현대적인 세련미로 치환하는 랄프 로렌만의 마법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컬렉션에서 시각적인 안정감을 주는 지점은 단연 뉴트럴 컬러를 활용한 톤온톤(Tone-on-Tone) 스타일링입니다. 그레이와 베이지를 비슷한 톤으로 맞춘 아이템들을 겹쳐 입음으로써,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룩에 극도의 고급스러움을 더했습니다. 소재의 미세한 질감 차이만으로 깊이감을 만들어내는 노련함이 돋보이는 대목입니다.
여기에 랄프 로렌은 정적인 뉴트럴 룩에 머물지 않고 강렬한 레드 컬러를 포인트로 배치했습니다. 무채색의 흐름 속에서 툭 튀어나오는 빨간색 니트나 액세서리는 전체 쇼에 리듬감을 부여하며, 클래식한 착장에 생동감 넘치는 위트를 불어넣었습니다.
쇼 중반부에 전개된 아이비리그 기반의 프레피 룩은 이른바 '콜라주형 프렙'의 정수였습니다. 체크 슈트에 덕 부츠를 믹스매치하거나, 하운드투스 재킷 위에 화사한 카나리 컬러 카디건을 얹는 방식은 프레피 룩을 한층 더 다층적으로 구현해 냈습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어스 브라운과 포레스트 그린 컬러가 헤링본, 플래드 패브릭 위에 얹히며 더욱 성숙한 톤을 보여주었습니다. 레지먼트 코트처럼 시대성을 품은 아이템들과 현대적인 미니멀 뉴트럴 룩의 배치는, 과거와 현재가 한 무대에서 얼마나 우아하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증명했습니다.
랄프 로렌은 시대의 변화에 억지로 순응하여 낯선 것을 내놓지 않습니다. 대신, 자신들이 수십 년간 쌓아온 아카이브의 조각들을 지금의 언어로 새롭게 믹스매칭(Mix-matching)합니다. 캐주얼과 포멀의 경계를 허무는 이 기술은 젊은 세대에게는 클래식을 '힙'하게, 중장년층에게는 캐주얼을 '품격' 있게 제안하며 세대를 관통하는 유효성을 가집니다.
결국 랄프 로렌에게 패션이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확고한 자신들의 언어로 현재를 재해석하는 과정'입니다. 이 타협 없는 고집이 역설적으로 가장 동시대적인 패션을 가장 설득력 있게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트렌드는 지나가지만, 스타일은 남습니다. 이번 2026 FW 컬렉션은 단순히 소비되는 패션이 아닌, 삶의 시간을 함께할 '파트너'를 찾는 분들에게 최고의 선택지가 될 것입니다. 아날로그적인 견고함이 주는 위로를 느끼며, 여러분의 옷장 속에 오래도록 머물러줄 클래식 한 벌을 꿈꿔보시길 바랍니다. 랄프 로렌이 가진 힘, 고귀하지만 즐겁고 그렇다고 가볍지 않은 세월의 흔적이 어울리는 진정한 아메리칸 클래식입니다.
> 랄프로렌 컬렉션에서 영감을 얻은 스타일링을 한 저의 영상입니다.
https://www.instagram.com/p/DTxvn9HgVrI/
*모든 이미지의 출처는 Hypebeast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