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이제 예측 알고리즘과 인공지능이 엮어주는 정보의 그물망 속에 있습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할지, 무엇에 관심을 가질지 AI는 너무나도 정확하게 알고 있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안락한 정보의 '방'에 갇히게 됩니다. 풍요로운 홍수 속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시야는 점점 좁아지는 경험, 아마 모두가 하고 있을 겁니다.
저는 이 완벽한 효율의 시대에, 기꺼이 비효율적인 길을 택합니다. 아직도 잡지를 읽습니다.
손끝에 느껴지는 종이의 질감, 인쇄된 활자에서 풍겨오는 잉크 냄새, 그리고 무작위로 펼쳐지는 페이지들. 잡지는 내가 검색하지 않은 단어들, 내가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주제들로 가득합니다. 한 장 한 장을 넘길 때마다 의도치 않은 이미지와 낯선 문장들이 불쑥 튀어나옵니다. 어쩌면 그 페이지는 패션 화보일 수도, 심층적인 사회 문제 분석일 수도, 혹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도시의 풍경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나는 내가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세계와 만납니다. 알고리즘이 예측하지 못한 '새로움'이 찾아드는 순간이죠. 이 과정은 때로는 지루하고, 때로는 불필요하게 느껴질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 '비생산적인 시간' 속에서 나의 시선은 뻔한 곳에서 벗어나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됩니다.
정보의 바다에서 길을 잃지 않고, 나만의 섬에 갇히지 않기 위해. 나는 아직도 잡지를 펼치고, 신문의 잉크를 손에 묻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