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이 당신의 취향을 망치고 있다.

나만의 취향을 확고히 지켜나가는 법

by Mickey



아침에 눈을 떠 스마트폰을 켜면, 세상은 기다렸다는 듯 내가 좋아할 법한 것들을 눈앞에 펼쳐놓습니다. 어제 무심코 검색했던 꽃다발, 지난밤 장바구니에 담았다가 내려놓은 니트, 그리고 평소 즐겨 듣던 리듬의 음악들까지. 알고리즘은 참 영민합니다. 내가 무엇에 반응하고 무엇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지 나보다 더 정확하게 꿰뚫고 있죠. 덕분에 우리는 고민하는 시간을 비약적으로 줄였고, 실패 없는 쇼핑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기획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 '안락함'은 가끔 서늘한 공포로 다가옵니다. 알고리즘이 제안하는 '추천 아이템'의 그물망 속에 갇히는 순간, 우리의 시야는 지독하게 좁아지기 때문입니다.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에코 체임버(Echo Chamber)' 현상은 패션에서도 예외가 아닙니다. 알고리즘은 당신의 과거 데이터를 분석해 미래를 예측할 뿐, 당신의 잠재된 감각이나 예기치 못한 탐험심까지는 배려하지 않습니다.


취향이란 단번에 완성되는 완성품이 아닙니다. 그것은 오랜 시간의 경험과 수많은 실패가 켜켜이 쌓여 만들어지는 '지층'과도 같습니다. 우리는 가끔 잘못된 사이즈의 옷을 사보기도 하고, 화면으로 본 색상과 실제 배송된 옷의 괴리감에 실망하기도 하며, 야심 차게 도전했던 스타일이 거울 속에서 겉도는 것을 보며 좌절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를 가장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나만의 스타일'은 바로 그 실패의 지점들에서 태어납니다. 고민의 시간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결과물은 알고리즘이 절대로 흉내 낼 수 없는 '절대적인 취향의 결정체'입니다.

image.png
image.png


image.png


알고리즘은 당신에게 '가장 많이 팔린 옷'이나 '당신과 비슷한 사람들이 산 옷'을 제안할 수 있지만, 당신의 피부톤에 닿았을 때 가장 생동감 있게 변하는 컬러의 농도까지는 계산해내지 못합니다. 특히 '소재'에 대한 이야기는 더욱 그렇습니다. 화면 속의 매끄러운 이미지는 원단이 가진 고유의 숨결을 담아내지 못합니다.

저는 늘 천연 소재의 힘을 믿습니다. 빳빳한 코튼 셔츠가 주는 봄의 청량함, 실크 블라우스가 어깨선을 따라 흐를 때 느껴지는 우아한 드레이프, 그리고 울 100%의 하이게이지 니트가 살결에 닿을 때 전해지는 그 보드랍고도 묵직한 위로는 직접 만져보고 입어봐야만 알 수 있는 영역입니다. 화섬 소재가 흉내 낼 수 없는 천연 소재만의 밀도와 질감은 시간이 지나도 그 옷의 형태와 인상을 지켜줍니다. 이 감각적인 데이터는 오직 당신의 손끝과 몸의 기억을 통해서만 축적됩니다.


여기에 더해, '핏(Fit)'에서 알고리즘의 한계는 더욱 명확해집니다. 핏은 결코 숫자로만 이야기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상세 페이지에 적힌 가슴 둘레, 어깨 너비, 총장 같은 수치들은 참고 사항일 뿐, 그것이 당신의 몸 위에서 어떻게 구현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우리의 몸은 저마다의 곡선과 비례를 가지고 있습니다. 같은 '세미 오버핏'이라 할지라도 누군가에겐 여유로운 낭만이 되고, 누군가에겐 맞지 않는 옷을 빌려 입은 듯한 어색함이 됩니다.

image.png
image.png

어떤 옷은 입었을 때 비로소 숨겨진 아름다움이 드러납니다. 팔을 움직일 때 뒤판에서 생기는 미묘한 주름의 각도, 걸을 때마다 다리 사이로 감기는 바지의 실루엣, 재킷의 라펠이 가슴에 안착하는 그 견고한 느낌. 이 모든 것은 '경험'을 통해서만 습득할 수 있는 고차원적인 지식입니다. 알고리즘이 제안하는 뻔한 결과물에 기대기보다, 직접 피팅룸의 거울 앞에서 자신의 몸과 옷이 대화하는 과정을 즐겨야 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내 몸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영리하게 가려주는 '나만의 핏'을 찾아낼 때, 비로소 스타일은 완성됩니다.



image.png
image.png


이번 주말에는 스마트폰의 추천 목록을 과감히 끄고, 당신의 감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매장으로 가보세요. 수만 번의 클릭보다 단 한 번의 직접적인 피팅과 소재의 촉감을 경험하는 것이 당신의 스타일을 더욱 견고하고 아름답게 만듭니다. 알고리즘은 당신을 '평균'으로 만들려 하겠지만, 당신의 취향은 당신을 '유일무이한 존재'로 남게 할 것입니다. 그 고귀한 탐험의 시간을 기꺼이 즐겨보시길 권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낭만의 봄과 '트렌치코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