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04월 새벽 팔달산
올해 한 달마다 한 번의 여행, 한 개의 여행기, 한 개의 사진을 계획했다. 만약 글이 써지기 힘들 때, 여행이 피곤할 때, 사진이 어려울 때를 위해 각 상황에 마련한 대비책들이 있다. 올해의 1/3 지점까지 왔으니 한 장 정도 써도 좋지 않을까 마음이었다.
글이 써지기 힘들 때 생각한 방법은 바로 추억의 장소를 다녀오는 것이었다. 추억 가득한 동내 한 바퀴면 글도 술술 써질 느낌이었다. 이에 4월 초부터 여러 가지를 준비하였다. 갈 곳부터 차분하게 정리했다. 아무래도 추억여행이기에 필름 카메라도 준비하고 컬러필름을 구매해놨다. 아날로그 감성에 추억 팔이. 완벽하다.
여행의 재미인 맛집도 내가 가본 집으로만 준비했다.
물론 가보고 싶은 장소들도 잔뜩 추가했다.
모든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하고 호텔에서 포도주 한잔.
이 정도면 백 점짜리 기획이었다.
여행 직전에 멋지게 코로나에 걸릴 줄 모르고 말이다.
이를 어쩌나.
예약들을 서둘러 취소시키고 열과 두통 속에 집에 있었다. 쉬지는 못하고 재택근무로 일까지 했다. 일도 안 되는데 글도 걱정이다. 괜히 올해 초 목표에 투정도 부려본다. 무기력한 게 답답해 창문 열고 남아있는 벚꽃으로 꽃놀이나 하려 했다. 이럴 수가. 쏟아지는 봄비에 꽃잎이 다 떨어지고 있다. 봄비에 추워져 창문을 닫고 이불속으로 들어가 머리를 부여잡고 모든 게 가라앉길 기대했다. 열, 두통, 잠, 일. 모든 게 만두소처럼 섞여서 내 안에서 익어가는 느낌이었다. 맵고 뜨거운 만두가 돼버린 나는 이왕이면 코로나 여행기를 쓸까 잠깐은 생각했었다.
길고 긴 일주일간의 격리기간이었다. 만두에서 다시 사람이 되었을 때 이미 벚꽃들이 없었다. 코로나 시작 때 쓸려간 꽃잎들이었으니 일주일이나 지난 지금은 푸른 잎들이 여름 준비로 한창이었다. 푸르름에 아쉬운 마음만 들었다.
다행히 운동 겸 돌아본 팔달산 한 바퀴에서 정말 우연히 겹벚꽃 한그루를 찾았다. 겹벚꽃은 품종이 달라 일반 벚꽃보다 늦게 피는데 지금이 한창인가 보다. 마지막이라는 마음에서 일까? 설레는 마음으로 다음 날 새벽부터 카메라를 들고 겹벚꽃을 찍으러 나왔다.
최대한 이쁘게 상쾌하게 찍고 싶었다.
예전에 찍었던 겹벚꽃은 군집성을 이용해 관음적 요소를 추구했다. 그래서일까. 야한 요소만 강조된 벚꽃 사진이 질리는 느낌도 있었다. 그렇기에 오늘은 정반대로 밝고 상쾌한 느낌을 강조가 목표다. 목표에 맞게 이쁜 군집을 찾기 시작했다. 30분 정도를 계속 나무를 올려다보며 아픈 목을 달랜 끝에 겨우 찾았다.
가끔 완벽한 느낌의 사진이 한 번에 찍힐 때가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인가 보다.
첫 사진이 제일 깔끔하다. 맑고 밝은 사진에 기분이 좋아졌다.
원하는 사진을 찍고 가뿐하게 멈추던 출근을 준비했다.
갑자기 찾아온 코로나와 우연히 찾은 겹벚꽃.
화려한 늦봄을 잘 보냈으니 계획한 서울 여행과 다시 일상의 시작이다.
2022.04.26
팔달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