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사진

2022년 03월 제주도 위미항

by micn

나름 긴 제주 여행에서 잠시 혼자만의 시간이다. 아무런 장소 조사 없이 사진기와 삼각대를 챙겨 숙소 근처 바다로 나왔다. 해가 뜨기 전이라 어둠은 밤과 같다. 지도에 의지해 바다 쪽으로 나왔다. 해는 아직이고 바람도 차분하다. 바위 위로 자리를 잡고 파도와 아직은 잔잔한 물결을 쳐다보았다. 이렇게 멍 때리며 풍경을 볼 때 사진이란 취미에 감사 함을 느낀다. 취미에 우월함을 부여하고자 하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시간과 여유를 주는 취미는 몇 없을 것이다.


책으로 만난 내가 좋아하는 사진작가인 브라이언 피터슨은 대학 강의 중 재밌는 질문을 받았다.


“교수님은 사진을 얼마나 찍으셨나요?”


아마 학생은 사진작가의 이력을 물어본 것이었겠지만 작가는 달랐다. 찰나의 순간이란 별칭을 가지는 사진이다. 한 장마다 소요된 시간들을 다 모으면 하루는 나올까. 평균적으로 1/250초로 찍는 시간들을 모았을 때 하루는 찍었을 까? 작가의 뻗어나간 생각에 학생에게는 하루도 못 찍었다는 장난 섞인 대답으로 마무리했단 일화다.


내 인생에서 사진만을 위해 할애한 순수한 시간.

정확한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는 시간.

이렇게 바다 바람과 소리에 매료된 지금의 시간이 제외된 사진에만 집중한 시간.


정량화된 시간을 모아서 사진에 대한 내 마음을 측정할 수 있다니.

재밌을 것 같기도 한데 성적표 같은 생각에 잠시 접어둔다.


파도가 유난을 떤다. 불어오는 바람도 마찬가지다.

뜨는 해에 바다가 표정을 바꾼다.

험한 표정은 아니다 거친 바다였다면 이미 온몸이 다 젖었다.


몇 번에 한번 파도의 물결선이 좋다. 현무암 덕분일까? 선도 진하다. 수묵화처럼 파도의 표정을 담아보고 싶은 마음에 고무줄처럼 촬영 시간을 조정해 본다. 촬영 시간을 길게 하면 파도는 안개처럼 흐려진다. 반대로 시간을 짧게 하면 물결선은 안 보이고 파도만 남아있다. 적당한 시간을 찾았다 하면 파도가 잔잔하고, 시간을 줄이면 파도가 멋있게 들어온다. 그래 이러니까 찰나의 순간이라 부르지.


밝아진 길을 다시 걸어서 숙소로 돌아간다. 아까랑은 다른 모습에 재밌게 돌아왔다.

동백꽃이 이쁘다는 서귀포 근처의 잘 알려지지 않은 항구에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숙소에 돌아오니 근호는 나에게 얼마나 오래 찍고 왔냐고 물었다.

생각해보니 일출을 찍으러 간다고 전날에 말했지. 아침에는 몰래 나왔기 때문이다.

근호의 말에 나는 짧게 찍고 왔다 답했다.

오늘 찍은 사진 전부를 합쳐도 1분이 안 되기 때문이다.


2022.03.03.

위미항에서 일출을 찍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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