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악마

2022년 09월 탄도항

by micn
— La ventura va guiando nuestras cosas mejor de lo que acertáramos a desear, porque ves allí, amigo Sancho Panza, donde se descubren treinta, o pocos más, desaforados gigantes, con quien pienso hacer batalla y quitarles a todos las vidas, con cuyos despojos comenzaremos a enriquecer; que ésta es buena guerra, y es gran servicio de Dios quitar tan mala simiente de sobre la faz de la tierra.

30~40개의 풍차를 바라보며 돈키호테는 거인을 몰살시키는 것이 부와 명예를 위한 성전임을 친구 산초 판사에게 설명했다.

돈키호테 1권 | 미겔 데 세르반테스




용감하고 밝은 목소리가 다시 내게 돌아오는구나.

아침 햇살 푸른 함성의 주인.


주인을 모시는 그 말의 또렷한 걸음은 늙은 건 육체뿐이라 말하지.

선명한 눈빛에 담긴 현명함을 바라보라.


명량하고 청량한 꿈을 이룬 그대가

다시 꿈을 꾸러 가는 그 빛나는 모습을 보고


꿈을 잊은 나에게

꿈을 가리키려는 신념 가득한 순수함 읽었기에


하, 나는 또다시 당신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그러니 그대여.

오늘도 하늘을 가로질러 서쪽으로 향하여라.


너의 늙은 말을 타고 가도 좋고, 기세 좋게 걸어가도 좋다.

어떤 걸음이라도 그 위세 넘치는 걸음과 함께라면.


완성된 꿈의 무게조차 느끼지 못하는 너의 기사도를

모조리 쏟아내어라.


쏟아낸 기사도의 바다 위에서

그대의 거인에게 다시 도전하고 명예를 쟁취할 때다.

나의 기사.


돈키호테 데 라만차여.




퍼지는 광기의 색채, 파도 소리 하나 없는 이 항구에서 숫자로 그림을 그린다.

바다가 없는 이 바다에서 손에 들고 있는 검은 상자만 정적을 깨며 요란스럽다.


내 속삭임에 하늘을 가로질러 힘겹게 이곳으로 온 사내.

피투성이 속에서 명을 수행하고 있다.


힘겹게 거인을 맞서는 그 모습은 이미

어둡고 초라하며 뒤틀려 어긋나 있다.


청량한 빛깔은 눈부심을 잃고 겨우 형체만 유지한

비참한 모습으로 의미 없는 싸움만 반복하고 있다.


나약한 나의 기사는 거인에게 두려움을 느끼고

자신만의 둘시네아에게 가호를 원했지만.


자신이 빚은 꿈의 갑옷에 갇혀

오직 들리지 않는 채도 낮은 절규만 뱉어낸다.


그가 상처를 입고 변질이 될 때마다

탐욕스러운 나는 웃음만 지었다.


붉은 캔버스가 완성될수록 나의 기사는 무너진다.

나만의 유화가 완성이 되면 기사의 죽음도 완성이 된다.


정제된 진홍의 오일이 검은 상자를 통해 내 손에 쥐어졌을 때 로시난테 만이 그를 데려간다.

늙은 말이 둘러업고 땅 너머로 도망치려 하지만 미련한 기사는 그마저 순순히 넘어가지 못하는구나.


못다 한 승부를 위해 친우의 도움도 저항하며

형체를 망가트리고 결국 녹아내리는 그 원이


나에게서 다시 만족을 빼었구나 기사여,

다시금 나를 탐욕에 젖게 만드는구나.


하지만

나의 기사여.


나는 오늘 그대를 기꺼이 보내주겠다.

다시금 너에게 잠시 동안 자유와 희망을 주겠노라.


그러니 다음에도 나의 화방에서 같이 그림을 채우자.

망가지는 너의 형체로 못다 그린 연작을 완성시키자꾸나.


내일도 모레도

그대는 영원히 나와 함께 할 존재다.


우직한

나만의 돈키호테여.



아침 해를 보고 저녁노을이 이쁘겠단 생각에 그날 탄도항으로 즉흥 여행을 떠났다.


예상대로 먼지 없는 하늘에 일몰이 시작되었고 지평선에 녹아내리는 해를 보고 신기해하고 기뻐했다.


떨어지고 망가져 형체를 유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웃고 있는 나는 해에게 있어 악마가 아니었을까?


2022년 09월 19일

탄도항에서 거인들과 해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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