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08월 아버지와 동해안 여행.
새삼스레 부모의 그늘 속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간간이 오는 업무 전화는 회사의 직책과 직무를 떠오르게 하지만 끊자마자 곧장 잊어버린다. 자연인으로 돌아간 내가 가자는 대로 가고, 사달라는 대로 사 주신다. 정말 오랜만에 자식 된 도리로 아버지에게 마음껏 투정 부린다. 그간 쌓여있는 피로감에 어제는 밥 먹고 잠만 잤다. 빚지고 있던 잠을 청산해야 했기에 어제 일정은 다 틀어졌다. 하지만 덕분에 오늘의 강원도 해변 질주가 있는 중이다. 오늘은 동해에서 강릉, 강릉에서 울진으로 이동한다.
아버지와 나는 강원도 해안 여행 중이다.
비가 오던 어제의 한섬 해수욕장은 파도의 매서움을 살짝 맛볼 수 있었다. 그 터프한 모습도 나쁘지 않았지만 그래도 동해는 빛나는 햇살에 푸른 바다가 제격이다. 여름이 제철인 푸른 바다. 넓게 펴져 있는 푸른 하늘 아래로 왼쪽에는 태백산맥과 오른쪽에는 바다가 펼쳐져 있다. 진행하는 방향의 도로에는 아버지와 나, 그리고 차밖에 없다. 평일 오전이라는 특수성이 한적한 도로로 우릴 맞이해 주었고, 그 환대에 우리는 해변 길을 느긋하게 오가고 있다.
벼락처럼 내린 화재에 맘고생 많았던 아버지는 어느 날 내게 방학을 맞았으니 여행 한번 다녀오자 했다. 집안에 계신 게 좀 쑤신 듯, 장거리 운전을 원하셨다. 아버지의 입맛에 따라 지리산은 옆 산이 되었다. 단숨에 갈 것 같은 그곳을 천안의 병천순대 맛집보다 가깝게 여기시는 편애를 보이셨다. 그런 아버지에게 동쪽으로 가서 (내가) 대게나 먹어보자는 심산에 저 멀리 울진을 말했고, 덕택에 지금 시원한 바다를 보는 중이다.
7월의 가족 여행에서 느끼지 못한 부분 재미에 지금이 더 여유롭게 느껴진다. 그날 이후 부모님은 마음을 가라앉히기에 각자의 마음에 굴을 파고 집중하기 시작하셨다. 어지럽게 뿌려져 있는 상황들을 마음속에서 하나하나 차분히 정리하는 타입으로 큰일일수록 조용하고 깊게 생각하신다. 큰일이었던 것만큼 생각이 많아지는 시기에 여행은 말도 안 되는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여유를 가지라고 미리 선물해 준 것처럼. 사건의 이전에 예약된 호캉스를 통해 우리 가족은 마음을 다듬는 형태로 지낼 수 있었다. 비록 우리가 그린 호캉스의 밑그림과는 화풍이 다르다. 하지만 적재적소에 내린 단비였다. 저 멀리 산맥을 보고 처음엔 뭐지 라는 생각이었다. 산이 다가올수록, 우리와 가까워질수록 불타버린 산임을 알았다. 2022년 울진 삼척의 대화재가 남긴 상흔이었다. 화재 이야기가 나와 잠시 아버지와의 대화도 끊겼다. 우리도 화재로 인한 마음의 상처가 있었기에. 이렇게 우연처럼 화재를 다시 만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정적은 아주 잠시일 뿐이었다. 다시 초목이 자라는 그 산맥,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영광을 찾아가는 그 산맥을 보고 우리 또한 마음을 다잡았다.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받는 자리였다.
산맥에게 아픔이 아닌 마음을 받고 나서 다시 여행을 즐긴다.
목적지인 울진에 다가올수록 해도 기운다.
아버지와 회 한 점과 술 한잔으로 오늘을 마무리 지으려 한다.
그리고 오늘이 정리가 되면 내일 다시 여행 이야기가 시작되겠지.
가족이라는 숲.
삶에 지친 우리가 잠시 쉬어가는 작고 큰 숲이다.
위안이 되는 이곳에 다시 불은 발생 안 하길 바란다.
2022년 08월 18일
사랑하는 아버지와 여행을 다녀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