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퇴근길

2022년 07월 경포대로 퇴근하며

by micn

도로 위 흐름에 차를 띄우고 목적지로 떠날 때, 나는 차선이 아닌 하늘에 시선을 반쯤 두고 있었다. 쏟아지는 햇빛에 차 안 곳곳이 눈부시다. 신호에 따라 흐름이 멈춘 출근길에서 창을 통해 펼쳐진 세상을 쳐다본다. 이렇게 색을 뜯어볼 수 있는 여유에 안심감도 느껴진다. 색에 집중할 만큼 순조로운 일상이기 때문이다. 다만 오늘은 여유가 만들어준 시선 집중이 아닌 화려함에 눈길이 돌아간 듯하다.


빨간 불이 만들어준 시간 속에서 바라본 풍경에는 대비가 눈에 들어온다. 검은색과 흰색, 흰색과 푸른색. 같은 흰색으로 구성된 대비지만 명확한 차이가 나는 흰색 들이었다. 채도나 명도 같은 정량적인 부분도 다르지만, 더 차이를 느끼는 부분은 화풍이었다. 감성의 농도가 색의 차이를 만들었고 넘치는 빛에 빛나는 거친 바닥 위 규칙성과 리듬감으로 배치돼 있는, 평소라면 이 글의 주인공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선과 화살표 들이다. 다만 상대가 주는 아름다움이 차고 넘쳐 내 관심을 얻지 못했다. 그 어떤 색도 용기를 못 가질 오늘이다.


누군가가 밤새도록 여름을 걸어 놨다. 도로 위로 펼쳐진 하늘에는 평소와는 다르게 여름으로 잔뜩 꾸며져 있다. 찌뿌둥한 하늘이 싫어 숨어있던 지평선마저 미려한 여름을 보고자 얼굴을 비췄다. 몸을 쭉 뻗으며 크게 펼쳐진 하늘에 하얀색 그림들이 액자 없이 각자의 모습으로 걸려있다. 땅의 건물들로 조각나 있는 하늘. 좁으면 좁고 넓으면 넓은 전시장을 시시각각 다른 모습으로 모두가 빠르게 위치를 바꾸고 있었다.

동선을 계획하고 수행하는 바람이 원래부터 변덕 쟁인 건지, 아니면 관람객을 위해 연구하는 것인지 시시각각 그림들 위치를 옮겨 놓는다. 때로는 작품으로 가득 찬 미술관처럼, 때로는 텅 빈 공원처럼. 천재성이 묻어 있는 위치 선정에 하늘을 보며 연신 감탄한다. 그림들은 모양이 제각각이다. 똑같은 모습이 하나도 없지만, 약속이라도 한 듯 끝 면만큼은 솜의 섬유질처럼 풀어져 있다. 부드럽고 간지러운 만지면 녹아버릴 모습으로 솜사탕과 아이스크림 사이를 연상시킨다.


가녀린 질감과는 다르게 색감은 강렬하다. 유화처럼 캔버스의 표면을 덮어버린 두꺼운 터치로 흰 뭉치들은 한 치의 틈 없이 빽빽하게 칠해져 있다. 날카롭고 뾰족한 빛조차 그 밀도를 이기지 못했고 밑면에 도달하지 못해 그림자가 드리워 있다. 빛에 의해 색은 배합되었고, 흰색과 그림자 색들이 작가들에게 전달된 듯하다. 창조성을 바탕으로 작가들은 여러 회색 조를 실 뽑듯이 뽑아내었고, 각자의 화풍을 표현하기 위해 아낌없이 사용했다.


한글로는 구름이라는 작품명으로 수많은 작품들이 하늘에 쏟아내 졌다. 나에게 짧은 관람 시간만 주어진 그 작품들은 종일 나 없는 곳에서 전시되었고.


질투심인지 욕심인지.

찾아온 여름을 찾아 경포대로 향한 어제의 특별한 퇴근길이었다.



2022년 07월 02일

경포대에서 일출 사진을 찍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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