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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자렌지 Jan 10. 2023

연민하는 쓸쓸함

드라마 '나의 아저씨'(2018)




 한 장의 사진이 오래도록 생각할 거리를 던지기도 한다. 어릴 적 한 잡지에서 마더 테레사와 윈스턴 처칠의 사진을 봤을 때, 잡지에는 무섭고도 강인한 인상의 두 사람이 있었다. 그때 처음 선하다는 덕목이 쉽게 보이는 게 아닐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초면에 친절함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사람을 경계하게 되었다. 첫 만남부터 그런 사람은 대개 스스로의 감정을 숨기는 대에 능숙한 사람들이 많았고, 친절함으로 속내를 가리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쉽게 드러나지 않는 선한 사람의 정의는 언제부터인지 한 가지 필요조건을 가지게 되었는데, 그건 약자에 대한 태도였다. 이 필요조건은 직장생활에서 유익한 측면이 있었다. 스스로를 직장에서 약자라 생각하지 않으면, 직장상사의 선함은 섣불리 판단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가 내게 행하는 태도가 그의 덕이나 선함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그를 악한 사람이라고 단정 짓지 않을 수 있었고 쉽게 미워하지 않을 수 있었다.



 선함의 덕목을  약자에 대한 태도 외에 더하자면 분노하지 않는 것이었다. 첫 입사한 조직은 분풀이 분노나 욕설 같은 갑질을 지양했고, 그러한 사람에게는 결국 경고와 페널티가 주어졌다. 하지만 직장생활에서 상대의 분노를 감내하고, 스스로도 분노에 휩싸일 만한 상황은 종종 있었다. 과거에 이러한 상황을 엄마에게 말했을 때, 그녀는 누군가를 분노하는 것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한 가지 말했다.



 그녀는 분노하는 사람에게 맞서 분노하는 한편, 연민할 수도 있다는 것을 넌지시 알려주었다. 언젠가 사소한 일에도 쉽게 화를 내는 사람들은, 사랑이 필요한 상태일지도 모른다는 글을 봤었다. 그보다 오래전에는 한 장의 만화에서 꼬마 악마가 울고 있었고, 꼬마 천사가 약상자를 들고 있는 그림을 봤었다. 그림에는 이런 글이 있었다.



 "상처 주는 악마도 많이 아픈 걸 다들 모르고 있어."

 때때로 이런 말들은 직장생활에서 분노하는 이에게 겁을 먹지 않도록 도움을 주었다. 따라서 겁먹고 순응하는 불만을 갖지 않을 수 있었고, 상대에게 분노를 쌓지 않을 수 있었다. 이것은 상대를 조금은 연민할 수 있었을 때 가능했다. 그러고 나면 상대에게 어느 정도 당당해질 수 있었다. 간단히 말하면 정신승리가 가능했다.






 타인을 연민하는 것이 분노하지 않는 방법이라면, 그것은 스스로에게도 마찬가지지 않을까. 스스로를 연민하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분노를 누그러뜨리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드라마 나의아저씨(2018)에서는 타인을 연민하다 자신을 연민할 수 있게 된 지안과 동훈이 나온다. 지안은 돈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전과가 있는 직원이다. 같은 팀 부장인 동훈은 대기업의 인정받는 중년이지만, 직장 상사와 아내의 불륜을 알면서도 감내하고 있다.



 둘은 같은 동네에 살며 한 가지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데, 그로써 서로의 가정사를 알게 되며 서로를 연민하게 된다. 둘의 현실 속에 끼어들 로맨스는 없고, 그저 연민하며 서로가 얼마나 나쁜 사람이 아닌지에 대해 말한다. 사람들을 무시하고 이용하며 남의 물건을 훔치는 지안이지만, 같은 동네의 그녀를 들여다보던 동훈은 그녀에게서 선함을 본다.



 동료직원은 지안을 못마땅해하며 자를 수 없냐고 투덜대지만, 동훈은 말한다.

"아무리 친절하고 상냥해도 지 식구 건사 안 하는 애가 있고, 아무리 싹수없고 무뚝뚝해도 지 식구 건사하는 애가 있어. 누가 착한 거야?"

지안은 사채업자들로부터 빚 독촉을 받으며 살지만, 거동하지 못하는 자신의 할머니를 수발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런 지안은 녹음된 동훈의 착하다는 말을 반복해서 듣는다. 둘은 서로를 연민하며 둘은 큰 힘을 갖기도 한다.



 중년의 동훈은 지안을 폭행한 사채업자와 몸싸움을 벌이고, 지안은 회사 내 동훈의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다. 서로를 연민하면서 얻는 힘에 대해 드러낸다. 동훈과 지안과의 관계 외에도 나의아저씨에는 삼 형제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데, 삼 형제가 중년이 될 때까지 삼 형제로써 함께 할 수 있는 건 혹시 그 힘 때문인 건 아닐까.





사진 출처: 나의아저씨 포스터,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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