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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자렌지 Dec 28. 2022

엄마의 쓸쓸함

박창근 '엄마'




 매번 보는 가수가 비슷한 가사의 노래를 부르는 것에 상업성이 있을까. 언제부터인지 신인가수를 발굴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나온 것도, 다양한 이야기를 하는 힙합과 트로트가 부상했던 것도 그러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음악의 상업성이라는 것은 대중의 욕구를 찾아 지속적으로 발굴해야하는 것이고, 인디라는 것은 그러한 상업성에 동조하지 않는 것이기에, 둘은 쫓고 쫓기는 관계가 아닐까 싶다.



 음악을 단순하게 즐거운 음악과 슬픈 음악으로 나누는 것이 음악에 대한 실례가 아니라면, 슬픈 음악은 다시 인디음악과 상업음악으로 나눌 수도 있다. 인생의 어느 순간에 알게된 인디음악은 분명 차별화된 가사를 갖고 있었다. 거기에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었다. 그 노래는 집 앞 카페에서 종종 나오던 노래였다. 가사는 애처로운 구애를 반복하는 것 같았다. 노래가 익숙해져 가사의 한 문장이 통째로 들리게 되었을 때, 몸이 굳었다.


 "내가 너를 사랑해도, 네가 날 안 사랑해도, 우린 나름대로 행복할 거야."


전날 봤던 영화 때문인지 이 문장은 낭만화된 사랑이 아니었다. 파란 장미의 꽃말이라는 '포기하지 않는 사랑'에 대해 말한 것 같았다. 그것은 어느 부모가 자식에게 하는 사랑에 가까운 것 같았다. 카페에 계속 있을 수 없었다. 희생에 관한 영화와 부모에 대한 기억이 코를 때렸다. 문득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 감독도, 그 가수도, 엄마도, 아빠도.



 그 일 이후 집에 갔을 때, 엄마와 같이 본 것은 서바이벌 오디션 국민가수(2021)였다. 연속 방영하던 '국민가수' 마지막 회에서 박창근은 자작곡 '엄마'를 불렀다. 그 곡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결승전에 어울리지 않았다. 곡의 가사는 편지를 쓰다가 구겨버리고 만 종이에 쓰인 글처럼 완성되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그런 글로도 글쓴이의 마음을 헤아릴만한 이에게 쓴 노래였다.



그 노래는 부르는 이와 듣는 이가 함께해야만 완성되는 노래 같았다. 50살의 박창근은 느린 템포의 곡안에 엄마라는 단어를 22번이나 썼고, 노래의 1/3을 엄마를 부르는 대 할애했다. 웃으며, 재촉하며, 목놓으며 엄마를 불렀다. 국민가수를 함께 보고 있던 엄마는 하염없이 울었다.



 엄마는 그때 아들로부터 경외감이나 존경이 필요한 이가 아니었다. 옹알이를 하는 아기로부터 엄마라고 처음 들었을 때, 그렇게 엄마가 된 여자 같았다. 어느 지하철역에서 선교하려는 종교인이 희생하면 떠오르는 것을 물었을 때, 목구멍에서 튀어나온 단어는 '엄마' 였다. 불혹을 넘긴 박창근이 음악으로 하여금 아이처럼, 노인처럼 엄마를 부르는 무대는 엄마를 아이로 만들어버렸다.





 이는 나무의 나이테를 떠올리게 했다. 새로 하나가 생긴다고 해서 가장 오래된 것이 없어지지 않는 나이테였다. 박창근에게 50살의 기억이 생긴다고 해서 유년기의 기억이 지워지지 않을 것처럼 사람은 살아갈수록 가장 오래된 아이를 간직한다.



신형철 평론가가 통째로 외우고 싶다는 김인환 평론가님의 글은 이 문장으로 시작한다.

 "인간의 마음을 찍는 사진이 있다면 그 사진에는 선인장처럼 온통 가시가 박혀 있는 마음의 형상이 찍혀 있을 것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가장 오래 산 사람은 가장 많은 가시를, 가장 오래 가지고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후에 엄마와 학창 시절에 대해 소년소녀처럼 이야기했다. 그렇게 우리는 급식비와 등록금을 잘 내어주지 않았던 과거의 엄마와 할머니에 대해 이야기하며, 사과나 용서 주변을 맴돌면서 그것이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엄마가 어딘가에게 가져온 가구와 옷으로 방이 다 차 버리더라도 어쩔 수가 없었다. 엄마는 고등학교를 보내줄 수 없다던 할머니에게, 동네 언니에게 물려은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와 할머니를 설득시켰다. 그런 그녀는지금도 옷가지와 가구를 자꾸 얻어온다.



 박민규 작가는 그가 인정하는 2가지의 글로 노인의 마음으로 쓴 소년의 글과, 소년의 마음으로 쓴 노인의 글을 꼽았다. 전자가 디핵의 노래라면, 후자가 박창근의 노래인 건 아닐까. 그리고 그러한 영화로 이어나가고 싶다.





사진 출처: 내일은 국민가수(2021), TV CHO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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