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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밍한 밍 Mar 01. 2024

내려놓을 용기

밍의 책장 #15,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누군가의 진실된 글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김혜남 작가의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을 읽으며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절절히 우러나온 생각.

  파킨슨병과 23년을 함께 하고 있는 김혜남 작가의 글엔 강한 힘과 진심이 묻어 나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병원에서 잠시나마 함께 재활치료를 받았던,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던 환자분의 안부가 궁금해졌다.

  나에게 괜찮다며, 지금껏 열심히 잘 달려왔으니 잠시나마 쉬어야 함을 인지시켜주는 경험이라는 말을 건네주셨던 분. 후에 더 멋지게 날아오를 것이라는 조언과 함께 항상 응원을 해주시며, 나의 이야기를 그리고 본인의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듣고 또 말해주셨던 분.


  책의 초입부터 나의 눈시울은 붉어졌다. 잠에서 깨어 눈앞에 있는 화장실을 가기 위해 5분 남짓의 시간 동안 벌인 그 사투. 누군가에겐 몇 걸음 되지 않은 찰나의 거리이지만, 누군가에겐 걸음걸이 하나하나가 한 세월 마냥 온 힘을 쏟아내야 하는, 그 그림을 천천히 읽어 내려갈 때. 그때 나의 22년 여름이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어났을 뿐인데 옴짝달싹 하지 못했던 나의 두 다리와 어떻게든 화장실에 가기 위해 창틀을 붙잡고 조심스레 옆으로 한 발자국씩 옮겨가던 나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순간 울컥하는 감정이 나를 감싸 안으며, 소리 없이 눈물이 툭툭 떨어졌다. 처음 병을 마주했을 때의 억울함과 분노, 서글픔의 감정을 곱씹어볼 있는 그런 장면이었다.


  <만일 내가 인생을 산다면>이라는 책을 읽으며 전체적으로 느껴진 맥락은 '내려놓을 용기'였다. 물론 가끔, 열정을 불사 지를 때가 있을 땐 충분히 불태울 수 있어야 하겠지만, 그러한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곤 굳이, 애써 나를 갈아 넣을 필요는 없다는 것.

  경쟁에 미쳐 돌아가는, 서로서로 자랑하며 동시에 시샘하기 바쁜 이상한 것에 에너지 낭비 할 것이 아니라, '나'를 천천히 되짚어보고, '나'와 천천히 이야기하며, '나'를 둘러싼 것들을 천천히 음미해 보는, 그런 시간을 갖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나'에게 주어진 것을 인지하고 '나'가 앞으로 가고 싶어 하는 방향성을 찾고, 성큼. 한 발자국 내디뎌보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주위의 것을 '내려놓고', 나를 바라볼 '용기' 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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