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
누구에게나 마음의 벽은 있다. 아니, 섣부른 생각이다. 이를 정정한다.
나에게는 마음의 벽이 있다.
어렸을 적 나는 삐죽뾰족한 사람이었다.
지금도 그 삐죽뾰족함을 지니고 있음은 분명하지만,
지난 세월 속 수많은 사포질에 의해
조금씩 조금씩 매끄러워지고 있음을 인지한다.
그리고 그 삐죽뾰족함이 나에겐 마음의 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없이 높게 쌓여있던 삐죽거림은
학교에서, 동아리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교우관계를 맺어가며
점차 낮아지기 시작했다.
점점 벽의 높이가 낮아지던 시기를 지나,
지금으로선 특정 높이 아래로 허물어지고 있진 않다.
한없이 날카롭게 만들어져 있던 뾰족 거림은
공연장에서, 카페에서, 회사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이리저리 치여가며
점차 둥그스름해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그 둥그스름해지는 속도가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
삐죽이와 뾰족이가 영영 사라지는 날은 없으리라.
이 두 가지가 나를 만들었고,
지탱해 주는 근간이기 때문이다.
다만 삐죽거림과 뾰족 거림으로부터
내가 아파하지 않기 위해,
이들과 열심히 타협을 보는 중이다.
또한 이는 곧 타인에게 겉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나의 삐죽과 뾰족으로 인해
타인에게 생체기가 나는 것은 더더욱 원치 않는다.
그렇기에 나에게는 마음의 벽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