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밍밍한 밍 Apr 21. 2024

아무튼 꽃구경

<일상>

  4월 1일, 면허를 갱신하러 가던 길에 마주친 나무 한 그루. 당시 길거리에 있던 나무 중 유일무이 꽃망울을 터트리며, 맑은 하늘 아래 자신의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새삼 봄이 왔음을 물씬 느낀 순간이었다. 작년에 비해 비가 많이 내린 와중에, 틈틈이 비치는 일조량을 고스란히 모아 다른 나무보다 일찍이 꽃망울을 터트린 고운 자태.


  그 주 토요일. 중랑천을 다시 거닐었다. 물씬 다가온 봄의 정취를 느끼고 싶었다. 오랜만에 찾아온 주말 저녁, 홀가분만 몸과 맘을 지닌 채 중랑천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필름카메라 하나 들고 비 오는 날 꾸역꾸역 찾아갔던 것과는 달리, 화창한 날이 날 반겨주더라. 끝이 보이지 않는 천을 거닐며, 강 건너 옹기종기 모여 꽃망울을 가득 터트린 자태를 바라보며 진짜 봄이 왔음을 실감한다.

  그렇게 중랑천을 천천히 거닐어보는데, 이전과는 다리 상태가 많이 좋아졌음이 느껴진다. 이전엔 10~15분만 걸어도 한 발 내딛기 힘들었다면, 이젠 30분가량 걸어야 골반에 무리가 간다는 것이 느껴지기 시작한 셈. 동작도 좀 더 부드러워지고, 걸음걸음마다의 시간 간격도 미세하게 줄어들었으며 더불어 발을 떼며 나아가는 거리 역시 늘어난 셈.


  중랑천에서 꽃구경을 한 차례 마친 이튿날, 집 근처를 벗어나고 싶단 생각이 들어 뚝섬유원지로 나갈 채비를 한다. 필름카메라를 챙기고, 지팡이를 손에 쥔 채 지하철에 몸을 싣고 뚝섬유원지로 발걸음을 옮긴다. 햇살은 따뜻함을 너머 더위에 가까운 열기를 내리쬐고 있다. 뚝섬한강공원을 따라 쭈욱 걷는데, 다양한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친구들끼리 돗자치를 깔고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풍경, 가족단위로 캥핑카트를 끌고 나들이를 즐기는 풍경, 연인이 벚꽃나무 아래 흩날리는 꽃잎을 배경으로 서로의 모습을 렌즈에 담기 바쁜 풍경.

  그리고 지팡이를 휘휘 내저으며 걸어가는 나.


  송골송골 이마에 맺히는 땀을 훔쳐가야 할 때 즈음, 2024년의 꽃놀이를 마무리 짓는다.

아무튼 올 해도 꽃놀이는 무사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소식이 들려온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